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회개] 도둑과 성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75

도둑과 성자

 

 

어떤 형제가 배를 훔치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분노한 주민들이 형제들의 목을 매려 하자 촌장이 그들을 막으며 소리쳤다.

 

"비록 저들이 악인일지라도 우리 마음대로 목숨을 빼앗을 순 없소. 대신 도둑질을 했다는 표시를 새겨 놓으면 평생 어딜 가도 편히 살 수 없을 것이오."

 

사람들은 촌장의 말대로 형제의 이마에 커다랗게 'ST(Ship Thief : 배 도둑)'라고 새겨 넣었다. 그 뒤 사람들은 그들을 볼 때마다 "저기 ST가 지나간다. 저 글자가 무슨 뜻인 줄 아니? 바로 배 도둑이라는 뜻이야. 하하하!" 하고 놀려댔다. 견디다 못한 형은 밤을 틈타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마에 새긴 글자에 대해 묻는 사람들 때문에 편할 날이 없었다. 결국 형은 좌절감에 빠져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하였다.

 

그러나 동생은 끝까지 마을에 남기로 하였다. '어디로 간들 내 죄를 피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이곳에 남아 죄과를 달게 치르리라.' 동생은 사람들이 내뱉는 온갖 비난을 묵묵히 견뎠다. 세월은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동생에 대한 비난은 점차 줄어들었고 묵묵히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칭찬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다가 한 노인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보게 되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나그네는 길을 가던 이에게 그 노인의 사연을 물었다. "하도 오래된 이야기라 잘은 모르지만 저 분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분처럼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요. 아마 저 이마에 새겨진 글씨는 '성자(Saint)'의 약자임이 틀림없을 겁니다."[영감을 주는 책, 김형준, 문학문고]

 

[월간 좋은 생각, 2000년 12월호, p.63]



4,06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