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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양식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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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10 ㅣ No.83

성당 건축 양식의 어제와 오늘

 

 

교회를 시각과 공간 문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다음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는 교회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례전 즉 거룩한 전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셋째는 건축 또는 건축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교회를 경신례 즉 거룩한 예배행위와 이에 수반된 종교행위(의식)를 수행하는 공간이라고 할 때, 성당 건축 양식은 필연적으로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그 내용을 정서적 심미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 필요하며, 그 공간은 아름다운 거룩함을 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성당을 하느님의 집, 가도하는 집, 성소(聖所), 전례공간으로 말한다. 이러한 공간은 외적으로는 그 시대의 종교적 영성의 심벌이며 내적으로는 경신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부분이 전체와 의미있게 기능하는 영성을 담고 있다. 모든 예술작품이 그 시대의 작품이듯이 성당이라는 작품 역시 그 시대의 작품이다. 따라서 중세의 작품은 나쁘고 르네상스의 작품이 좋다는 생각이 크게 위험한 이데올로기인 것처럼, 현대의 성당 건축이 좋고 고대나 중세의 성당 건축 양식이 나쁘다는 생각은 불행하고 위험한 사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리스도교 성당 양식은 그 시대의 영성을 건축양식으로 표현하면서 풍부하고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초대교회 시대 : 초세기의 그리스도교 예배는 사택(私宅), 다락방 그리고 때로는 카타콤바(지하묘지)나 공동묘지 등에서 이루어진다. 유대교 예배공간인 시나고가(회당)에서 벗어나 그리스도교 예배공간인 교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과도기였다고 본다. 카타콤바는 원래 지하 공동 묘지였으며, 이 무덤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들은 유대인이었다. 이것은 후에 그리스도교 박해가 있자 그리스도교도의 장례 · 예배 · 축제 등의 모임공간으로 바뀌었다.

 

교회 건축 양식의 대두 : 기원 45년에 사도 바오로의 첫 선교여행이 시작되어 가원 65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로마 스페인 마케도니아 고린토 아카이야 예루살렘 등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가 차차 확산되고 여기저기에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2~3세기의 부분적이고 발작적인 박해시대에 교회 건축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초세기는 그 시대의 건축정신의 표현인 고전양식에서 비잔틴 양식으로 이행했다고 보인다.

 

동방교회에서는 3세기, 서방교회에서는 적어도 5~6세기경에 구마, 병자위안을 위한 축성수 등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예배공간의 기능에 상응한 건축양식이 추론된다.

 

바실리카 양식의 출현 : 인류 최초의 주교좌 성당인 라테라노 성당은 313년 밀라노 칙령 후 콘스탄틴 대제가 세웠으며, 이것이 바실리카의 남상이다. 그 뒤 로마 제국 전영역에 걸쳐 수많은 교회가 세워졌다. 처음에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나 읍을 중심으로 세워졌고, 6~7세기에 가서야 인구가 산재한 시골에까지 세워졌다. 이때부터 사제석과 회중석을 나누어놓은 목책(木柵) 또는 철책(鐵柵)이 등장한다. 이것이 후에는(15~16세기) 성체 수령 난간으로 변한다.

 

채플 · 오라토리옴의 등장 : 시골 성당의 출현과 병행하여 귀족 왕 제후 등의 사저에 부속된 소성당이 등장한다. 수도원은 주로 이 같은 소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수도원의 중요성이 커지자 수도자들 중에 사제가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 또한 교회법이 형성되면서 4~5세기경 동방 아프리카 로마 영국 등지에서 사저에서 봉헌하던 미사가 금지되고, 부득이한 경우 적어도 주교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이러한 미사거행의 공공행위를 위한 규제는 결정적으로 교회 건축 양식의 출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성 소피아 대성당은 유스티노 황제가 532년에 건축하기 시작한 웅장한 성당으로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인 성당으로 꼽고 있다. 이 성당은 1453년 마호멧의 모스크(mosque)가 되었으며 1943년에는 비잔틴 예술 박물관이 되어버렸다.

 

기원 597년 영국의 에텔베르트(Ethelvert) 왕이 성 아우구스티노한테 기증한 땅에 세운 켄터베리 대성당은 몇 차례 손상을 입어 복원되었지만 영국이 낳은 고딕풍의 현란한 불후의 작품이다.

 

본당 건축의 출현 : 8~9세기에는 귀족 왕 제후 등의 사저에 있던 소성당(chapel) 등이 점차 본당화하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성당을 건축한다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고대나 중세를 막론하고 재력이 있는 개종한 왕이나 귀족 제후 등이 토지를 기증하거나 돈을 대주거나 하였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등장 : 이 시기는 비잔틴 양식의 점진적 이행이 로마네스크 양식에도 진행되었으며, 주로 10~12세기 사이에 성행한 양식이 되었다. 이탈리아와 북유럽에는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풍의 성당과 비슷했지만 그보다 견고한 아치형과 궁륭형(vault) 천정을 갖는 스타일이었다. 13세기에 고딕풍의 성당 건축 양식이 절정에 달했다가 신고전풍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계승 발전되었다.

 

오늘도 우리들의 아낌없는 감탄을 안은 아름다운 성당들은 중세에 속출했던 교회 작품들이다. 조각 벽화 그림유리 등은 성서의 이야기를 일반민중들한테 문자보다 더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성인, 천사, 선과 악, 악덕과 미덕, 죄와 벌, 찬미와 저주, 선행과 포상 등이 미화한 작품들로 표현되었다. 만약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경신행위는 조각, 그림, 가사없는 멜로디를 매개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동방교회의 아름다운 미사전례가 성음악과 성화(아이콘) 등을 사용함으로써 참석자들 누구나 종교적 거룩함과 심미감을 더욱 느끼게 한다.

 

13세기에 시작하여 프랑스 혁명 때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구된 파리의 긍지 노트르담 성당, 눈부신 흰 대리석으로 세워진 이탈리아의 정교 절정을 과시하는 밀라노 대성당 등은 고딕 건축의 정수라 할 수 있고, 레임 대성당도 세계 제1~2차 대전 때 손상되었다 복구된, 역사 고딕의 전형이다. 또한 1248년에 시작 60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끝낸 섬세와 균제를 이룬 독일의 유명한 쾰른 성당, 세계 최대규모의 하나인, 15세기에 시작한 스페인의 세빌레 성당 역시 고딕의 모형이다. 성 바오로 성당은 1166년에 재건되었지만 일명 퍼펜딕큘라(perpendicular) 성당이라고도 하는데, 이 성당은 사람을 압도하는 숭엄미에 넘친 성당이다.

 

16세기 르네상스풍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와 성 바오로 성당이다. 북미 최초의 대성당들은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의 노트르담과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성모 승천 기념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의 등장 : 17~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건축양식으로 과장된 장식이 특징이다. 프렘보이언트라는 한 건축양식이 바로크 양식으로 발전하였다. 화려한 건축양식인 18세기의 로코코는 이 같은 바로크 양식을 확대 과장한 양식으로, 네오고딕 시대(18~19세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19세기 즉 1858년에 착공 21년에 걸려 완성한 뉴욕의 성 패트릭 성당도 고딕 구조 양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성당 건축 양식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당 건축의 양식과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세상 앞에 열려있는 교회, 찾아오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자세로 전환한 교회는, 트리덴티노 공의회 이후의 높은 언덕에 하늘로 치솟은 뾰족탑, 숭엄하게 닫혀있는 문을 두들겨야만 열려지는 성당에서, 일반민중이 언제나 친숙하게 찾아가고 싶은 성당으로, 그리고 개성과 다원의 시대에 알맞게 그 지역의 전통문화와 조화되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성당들이 구상되고 건축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인의 생활조건, 수준, 정서 등을 수용하면서 그들이 처한 특수문화를 조화시킨 성당 등이 나타나가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의 진전이 이른바 교회 건축의 토착화 문제, 개성있는 성당, 현대 영성이 깃든 성당 건축을 향한 사람들의 요구를 야기시킨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른바 세계화의 추세로 문화와 생활조건의 보편화 추세 속에서도 동시에 자기 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정신이 건축예술이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교회 건축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서구문화, 아시아 문화, 아메리카 문화 등등의 특정이 있고, 같은 아시아 문화 속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 등등의 문화적 특색과 영성이 성당 건축분야에서 설계사들의 주테마가 되고 있다.

 

* 임기석 아우구스티노 씨는 광주 가톨릭 대학교 교수로 동대학 출판부 편집주간이다.

 

[경향잡지, 1996년 7월호, 임기석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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