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선교ㅣ복음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신앙의 해 연수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30 ㅣ No.279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신앙의 해’ 연수


교회 위기 극복 위한 쇄신의 행보 ‘신앙의 해’

 

 

‘신앙의 해 의미는 무엇이고 한국교회는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어떠한 교회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인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는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가 마련한 ‘신앙의 해’ 연수가 열렸다.

 

오는 10월 11일 개막, 내년 11월 24일까지 지속되는 ‘신앙의 해’를 앞두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공표한 ‘신앙의 해’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지, 또 ‘신앙의 해’를 맞는 한국교회는 어떤 자세와 구체적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인지 등의 사안이 심층적으로 논의됐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를 비롯 전국 13개 교구 사목국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사목 분야 관계자 46명이 참가했다. 그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신앙의 해 배경과 의미 

 

10월 11일 ‘신앙의 해’ 개막에 앞서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그리스도 신앙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주제로 열리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신앙의 해’ 개막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 공통분모는 바로 ‘새로운 복음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을 수행한 이래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 문제에 관심을 견지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를 촉발시키는 많은 내부·외부적 원인과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우선적으로 ‘신앙적 정체성 확립’을 이 위기를 넘어서는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 같은 배경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9월 21일 교황 교서 ‘언제나 어디서나’를 통해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했고 이어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 개최를 발표했다. 

 

새로운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이자 기초로 ‘신앙의 정체성’ 문제를 검토하고자 하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어서 ‘신앙의 해’를 발표했다. 신앙 위기에 처한 교회 현실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신앙 쇄신의 구체적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신설’, ‘ 제13차 세계 주교시노드 개최’, ‘신앙의 해 선포’ 등과 같은 일련의 움직임들은 결국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우려한 현대 세계 안에서의 신앙의 위기들은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 개요’에서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첫 번째 분야로 꼽은 것은 문화분야의 ‘세속주의’다. 

 

물질주의와 욕망 지향적 가치가 팽배해 가는 문화적 세속주의 영향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의식과 삶에서 하느님과의 관련성을 약화, 부정하고 종교 역할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의제 개요는 ‘사회분야(이민 세계화에 따른 민족들의 혼재)’, ‘사회 커뮤니케이션분야’, ‘경제분야’, ‘과학분야’, ‘정치분야’ 등의 영역이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한 부분임을 표명했다. 

 

“실제 여러 지표들로도 위기의 현상을 확인하고 있는 한국교회도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박선용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신앙의 해가 신앙 쇄신의 여정, 특히 교회가 2000년의 역사를 통해 체험하고 전수해 온 신앙의 본질과 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흐트러진 신앙의 틀을 새롭게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앙의 해와 한국교회의 사목적 과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의 해를 제정한 가장 근본적인 의식은 결국 신앙이 더 이상 사회 생활의 자명한 전제가 되지 않는, 즉 신앙과 사회적 삶의 분리 현상이 만연돼 있는 현 시대적 상황에 대한 염려라 할 것이다.

 

‘아동 청소년 세대의 급속한 감소와 노인 세대의 폭발적 증가’, ‘성사 생활과 신앙 교육 참여의 감소’ 등의 모습이 목격되는 교세 통계상의 한국 교회 처지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대다. 

 

이런 면에서 신앙의 해를 맞는 한국교회는 제 사목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특히 세속주의 시대에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이번 연수에서는 ‘신앙교육’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세부적으로는 ‘구체적인 삶의 정황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하기’, ‘세상에 파견되는 사람으로서 신원의식 북돋우기’, ‘하느님 백성 공동체로서 나눔과 섬김 회복하기’ 등을 초점으로 하는 신자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것과 함께 궁극적으로 신앙 공동체의 삶을 통한 실천에서 시작되는 신앙 교육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 한국인의 전통적인 다원적 종교관, 그리고 뉴에이지와 같은 새로운 영성적 흐름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재고하고 복음을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됐다. 

 

사회교리의 중요성이 더욱 요청된다는 내용도 부각됐다. 격변하는 세상 삶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실천은 어떠해야 하는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특별히 ‘민주주의 문제’, ‘경제적 인간관의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사회교리 부분이 강조되고 교육돼야 한다고 역설됐으며 ‘노동’ 부분과 관련해서도 노동이 가진 의미가 ‘의무’가 아닌, 하느님이 주신 ‘좋은 삶’을 위한 도덕적 의무이며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원과 관련된 것이라는 의식을 깨우치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결과적으로 한국교회의 ‘신앙의 해’ 살기는 ‘교회의 성사와 전례주년을 매개로 이뤄지는 신앙과 삶의 순환적 통교에 대한 성찰’과 함께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중심으로 하는 식별과 실천의 신앙교육을 위한 성찰’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수님에 대한 믿음(faith in Jesus)’이 ‘예수님의 믿음(faith of Jesus)’을 공유하는 데로 나아가는 의식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제시됐다. 

 

이날 엄재중 연구원(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은 “무엇보다 교회의 진정한 위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면서 “우리가 전하는 주님의 메시지가 우리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기이지만, 역으로 이 위기는 주님 메시지의 미디어로서 교회의 모든 제도와 직무와 기구들이 그 메시지와 합당하게 일치할 때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속주의 위험들의 비판 단죄와 동시에 우리 안의 세속주의가 만들어 낸 그늘에 대해서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의회 정신 계승하는 신앙의 해 개막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 기념일과 일치

 

 

신앙의 해 개막일인 10월 11일은 교회 역사 속에서 중대하게 거론되는 두 개의 사건 기념일과 일치된다.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일과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 기념일이다. 

 

이것은 신앙의 해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근본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이며 동시에 공의회 정신 구현의 진정한 결실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신앙 쇄신의 가장 유용한 도구로 여기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하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문헌들이 지니는 본질적 성격은 신앙에 관한 내용이며 동시에 이를 종합한 교리서라 할 수 있다. 

 

공의회 이후 교회는 그 가르침들을 교회 전반에 적용하였고 또 그 수용을 돕기 위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여러 차례 소집하였다. 또 그때마다 후속 교황 권고들을 통해 명확한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게 볼 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에 맞추어 ‘신앙의 해’를 시작하는 것이 공의회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좋은 기회라고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가톨릭교회교리서 역시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20주년을 맞아 그 성과를 가늠하고자 소집된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회 임시 총회의 결과에서 제안된 것이라는 면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진정한 결실이면서 이를 받아들이도록 돕는 도구로 평가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하느님 백성에게 모든 가톨릭 교리의 요약이 되고 지역 교리서 편찬 때 확실한 준거 틀을 제공하는 교리서 마련’에 대한 당시 임시 총회의 결의안을 받아들여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30주년이 되는 1992년 10월11일, 교황령 ‘신앙의 유산’을 통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반포했다. 

 

[가톨릭신문, 2012년 6월 24일, 이주연 기자]



2,33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