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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석우 몬시뇰 탄생 100주년 특집: 최석우 몬시뇰과 가톨릭 교육 대계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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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06 ㅣ No.1528

[최석우 몬시뇰 탄생 100주년 특집] 최석우 몬시뇰과 가톨릭 교육 대계 100년

 

 

『진정(眞正)하고 완전한 교육』이라는 소책자는 비오 11세(Pius XI, 재위 1922~1939) 교황이 1929년 12월 31일 반포한 칙서 「그 거룩한 스승(Divini Illius Magistri)」을 최석우(崔奭祐, 안드레아, 1922~2009) 신부가 번역한 책이다.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1953년 5월, 밀양의 임시 신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있던 최석우 신부가 “청소년의 그리스도교 교육”을 다룬 이 칙서를 번역하여 당시 부산에 소재지를 둔 가톨릭 중앙협의회(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간행하였다. 어렵게 입수한 이 책1)에는 해제나 대역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당시 신학교 영이 교사 최석우 신부가 영문에서 번역을 하고, 영어로 나와 있던 제럴드 C. 트레시(Gerald C. Treacy, 1883~1964) 신부의 글을 함께 번역하여 약설(略說)로 덧붙인 것 같다. 이 약설은 교황 칙서를 잘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로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칙서 내용을 충분히 소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론에서는 ‘청소년 교육’에 대해서 확실한 원리가 없던 당시의 어려운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교육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최고선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 교육이 동시에 최고 복리를 추구하는 인간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누가 교육의 사명을 띠고 있는지, 그 대상은 누구인지,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교 교육의 고유한 목적과 대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음을 알려준다.

 

본문은 크게 네 장으로 나뉜다. 첫째 장 “교육은 누구에게 속하는가”에서는 교회, 가정, 국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둘째 장 “교육의 대상”에서는 구원받아야 할 인류 전체가 대상이며, 당시 유행하던 교육적 자연주의의 거짓됨과 위험을 경계하고, 성교육과 남녀공학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셋째 장 “교육의 환경”에서는 가정 교회, 세속 학교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마지막 넷째 장 “그리스도 교육의 목적과 형식”에서는 그리스도 교육의 궁극 목적을 이야기하는데,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 스승 예수를 닮아 성인이 되는 것이 교육의 목적임을 말하고 있다.

 

올해는 본 연구소 설립자이신 ‘최석우 몬시뇰의 탄생 100년’과 ‘한국 가톨릭 교육 100년’2)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면서 『진정하고 완전한 교육』을 다시 보는 지면을 마련하였다. 참된 성직자를 길러내기 위한 고민으로 번역에 임하셨을 당시 신학교 교사 최석우 신부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본문을 구체적으로 요약해 본다. 몇몇 표현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오늘날 ‘은총’이라는 용어를 당시에는 “성총”으로 쓰고 있었고,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당”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 몬시뇰의 번역 문체를 가능한 한 그대로 두고, 필요에 따라 현대어로 바꾸었음을 밝힌다.

 

 

『진정하고 완전한 교육』 요약 및 소개

 

제1장 교육은 누구에게 속하는가?

 

교육은 일반적으로 가정, 민족공동체, 교회에 맡겨져 있다. 특히 교회는 구원 사업 이외에 문학, 문화 부분까지도 교육의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 이는 국가 행정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가와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교리와 윤리에 대한 교회의 감시 기능은 젊은이들을 윤리적인 독약에서 구해준다. 교회는 이미 전 세계에 교육의 모범을 보여왔고, 앞으로도 권리상으로나 실제적으로 교육의 사명을 지니고 있다.

 

가정과 국가의 권리가 세속 문화를 탐구할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교회의 선천적인 교육 사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정은 자녀를 교육할 사명과 권리를 가지며, 국가의 권리보다 선행한다. 교회가 스승이요 교육가로서 종교 교육이라는 자기 임무를 가지듯이, 가정에도 이와 상응하는 의무가 있다. 교육의 사명은 첫째로 교회와 가정에 속하며, 이는 자연법과 신법에 속한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 교회와 가정의 우선권은 국민 교육에 관한 국가의 권리와 상충되지 않는다. 국민 교육권은 창조주가 민족 공동체 사회에 준 것으로, 현세적 공동 복리를 촉진하기 위하여 갖는 권위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다. 민족공동체 권위의 기능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가정과 개인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이고, 둘째 바른 이성과 신앙의 규정을 준수하면서 다가오는 공적 장해를 물리치며 청소년의 도덕적 · 종교적 교육을 옹호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지도와 육성은 공동선의 관점에서 먼저 국가에 속한다. 국가는 오랜 교육의 전통을 지닌 종교적 시설을 이용하고, 국민의 지 · 덕 · 체 교육을 실시하며, 가정과 교회의 선천적 권리와 분배적 정의(分配的 正義)를 존중해야 한다. 심신 양면에서 그리스도교적 양심과 명령에 배치되거나, 그들의 자유 의지를 거슬러서까지 국립학교를 사용토록 강요하는 독점권(獨占權)은 무엇이든 부당하고 불법인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교훈은 국가의 복리에 배치되지 않는다. 국가의 현세적 권력이 영신적 권력과 긴밀히 결합하면 할수록 또 이를 육성하고 촉진하면 할수록 그만큼 국가발전에 기여한다.

 

 

제2장 교육의 대상(對象)

 

(1) 타락되었지만 구속된 전체 인간 : 인간의 사욕편정은 어려서부터 교정되어야 하고, 성총(聖寵, 은총)과 초자연적 진리로 강화되어야 한다.

 

(2) 교육적 자연주의의 거짓과 위험성 : 인간의 힘만 의지하는 온갖 교육 방법은 건전치 못하다. 슬프게도 오늘날 신법의 모든 종속으로부터 교육의 탈퇴를 지향하는 학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리스도교 교육을 “타율적”이고 “수동적”이며 “폐물”같이 경멸시하는 개혁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사제와 수도 성소 등 은총의 온갖 신비스러운 작용을 세속적 판단에 예속시키려는 주장도 있다.

 

(3) 성교육 : 교육 분야에서의 자연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순전히 자연적인 방법으로 관능의 위험에 대하여 예방시킬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들을 조심해야 한다.

 

(4) 남녀공학 : 그리스도교 교육에 대하여 허위적이고 해가 되는 것이다.

 

 

제3장 교육의 환경

 

(1) 그리스도교 가정 : 진보적 사회주의 이론을 따라 무(無)종교적 학교와 단체에서 반(反)종교와 증오의 교육을 베풀고자 형성한다는 구실 밑에 가정의 품에서 아동을 빼앗기고 있다. 목자들은 강론과 교리로써, 말과 서적으로써 부모들에게 중요한 자녀 교육의 의무를 경계해야 한다. 천주께 대한 두려움 안에서 권위가 나타난다.

 

(2) 교육 환경 : 교회와 그리스도교 가정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곧 성사와 전례 등 교회의 건물과 오락 · 체육 등의 학문과 각종 학교 시설 등은 그리스도교 교육의 하나의 전당(殿堂)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3) 학교 : 학교란 역사적 기원으로 볼 때 본시 가정과 교화를 보조 · 보충하는 기관이므로 이들과 일치하여 하나의 성전(聖殿)을 이루어야 한다. 학교에서 단순히 종교 과목을 가르친다고 가톨릭 학교가 아니므로 교회의 지도와 모성적인 감시 안에서 전인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종교가 섞인 나라에서는 가톨릭 신자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데, “모든 가톨릭 청소년들을 위하여 가톨릭 학교에서 가톨릭 교육”이라는 표어로 모든 비용을 교회에서 감당하기도 한다. 이는 분배적 정의에 위배되는 일이다.

 

가톨릭 학교를 촉진하고 옹호하려는 모든 노력은 가톨릭 운동의 중요한 과업이다. 기톨릭 교육은 더욱 훌륭한 국민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전 연구와 라틴어 교수에 있어서의 고전적 방법은 존증되어야 한다. 완전한 학교란 좋은 방법의 결과보다는 어진 스승의 결과이니, 어진 선생이란 가르쳐야 할 바에 철저한 준비와 직분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고 아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4) 세계와 그 위험성 : 염가(廉價)의 나쁜 서적, 영화, 라디오의 위험이 있다. 책과 연극 등에서 암시되는 도덕적 · 종교적 위험을 지적하는 책과 정기 간행물은 매우 유익하다.

 

 

 

 

제4장 그리스도교 교육의 목적과 형식

 

그리스도교 교육의 목적은 천주의 성총과 협력하여 참되고 완전한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데 있다.

 

(1) 참된 그리스당(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것 : 바른 이성을 따라 꿋꿋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초성적(超性的) 인간이다. 요즘 말로 진정하고 완전한 인격자이다.

 

(2) 그리스당은 가장 고귀하고 유용한 국민 : 참된 그리스도교 신자는 영적 사정을 생각하면서도 물질적이며 현세적인 것에 더 효과적인 도움을 가져다주며, 자연적 능력을 초성 생활과 결합시킨다. 그 역사적 증거로 가톨릭 성인이 있다. 성인(聖人)은 실로 사회의 가장 큰 은인이요 모든 계급과 직업과 신분의 완전한 귀감(龜鑑)이었다.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3) 교육의 모델인 스승 예수 : 예수 그리스도는 이 생명 덕행의 근원이요 분배자이다. 노동과 순명(順命)의 생활은 청소년이 본받을 수 있는 보편적 귀감이다.

 

 

결론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이며 스승이고 어머니이다. 교회가 제시하는 교육적 보배는 실로 교회의 참 본질을 이룰 만한 교회의 재산이다.

 

이 칙서는 오늘날 관점에서 볼 때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오늘날 남녀공학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용하고 있는 제도인데, 당시 자유주의 교육 방식이 유행함에 따라 비오 11세 교황은 세속적 방식의 교육제도를 매우 경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교육과 그리스도교 교육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고, 국가의 공민 교육(公民敎育)이 잘못되었을 때의 위험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처럼 가톨릭 교육의 장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어려움, 국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해 “분배적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약설(略說)은 예수회 신부 트레시의 영문 해설 전체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은 미국의 바오로 출판사에서 레오 13세와 비오 11세 교황의 칙서 5편을 모아서 1939년에 초판을 간행한 책에 들어 있다.3) 5편의 회칙을 영문으로 번역한 후에, 회칙마다 토론 개요(Discussion Club Outline)를 넣어서 회칙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글을 덧붙였는데, 그 최종 편집자가 트레시 신부였다. 따라서 최석우 신부가 미국에서 간행된 이 영문 책을 대본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이 책은 1930년 이후에 해마다 쇄를 더했으므로 몇 년도 책을 대본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신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교육과 관련된 회칙을 대본으로 이 책자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교육’에 관한 비오 11세 교황의 칙서는 비록 전근대적인 부분도 있지만, 오늘날 종교 교육이 필요한 이 시기에 교육의 참된 목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지침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한 교황 비오 9세의 1854년 칙서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Ineffabilis Deus)」이 베르뇌 주교 시대인 186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진정하고 완전한 교육』 역시 ‘교황 칙서 번역의 역사’ 안에 포함될 만한 발견이라고 하겠다. 또한 올해 최석우 몬시뇰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최 신부님의 영어 번역 실력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수 있겠다.

 

한편,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 기념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개최되는 “한국 가톨릭 교육 100년 기념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의 무게에 가려 서가 깊은 곳에서 잊히고 있었던 『진정하고 완전한 교육』을 발견한 것은 가톨릭 교육의 중요성을 다른 측면에서 재확인하고, 연구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지켜나가야 할 책무를 되새기는 계기가 된 우연이자 은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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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3년 5월 20일 가톨릭중앙협의회에서 간행한 이 소책자는 송명근 바오로 형제님이 어렵게 입수한 것을 한국교회사연구소에 기증한 것이다. 다시 한번 이에 대한 감사를 드린다.

 

2)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중등 교육기관인 동성중·고등학교는 1907년 소의(昭義)학교로 시작하여 1922년 서울 대목구에서 운영을 맡아 지금까지 가톨릭 명문 사학으로 발전해 왔다. 이를 기념하여 본 연구소와 동성중·고등학교, 가톨릭평화방송은 2022년 9월 30일(금)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한국 가톨릭 중등교육 100년 기념 심포지엄 - 한국 가톨릭 교육과 동성중고등학교”를 개최한다.

 

3) James P. Sweeney, S.J., FIVE GREAT ENCYCLICALS - With Discussion Club Outlines by Rev. Gerald C. Treacy SJ, The Paulist Press, New York 19, N.Y. 1949.

 

[교회와 역사, 2022년 9월호,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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