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가톨릭 중등교육 100년, 동성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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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06 ㅣ No.1527

[돌아보고 헤아리고] 가톨릭 중등교육 100년, 동성중·고등학교

 

 

동성중·고등학교는 서소문 일대의 마을 유지들에 의해 1907년 9월 설립되어 ‘소의(昭儀)학교’라는 이름의 보통학교로 출발하였지만, 1922년에 서울교구가 학교를 인수한 다음에는 5년제 중등학교로 전환하여 남대문상업학교(1922년), 동성상업학교(1931년), 동성중학교(1946년)를 거쳐 지금의 동성중·고등학교로 발전해 온 115년 긴 역사의 가톨릭 명문 사학입니다. 동성 학교는 한국 천주교회사 안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성은 한국 천주교회가 세운 최초의 중등 교육기관이고, 일제 강점기까지 우리 천주교회의 유일한 중등 교육기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올 2022년은 동성중·고등학교가 가톨릭 중등학교로서의 길을 걸어온 지 10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에, 그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가톨릭 교육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고 중요합니다.

 

한국천주교회가 동성을 통해 중등학교 교육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짧게 언급해 보자면, 오랜 기간 모진 신앙의 박해를 받아왔던 우리 한국 교회는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해도 매우 가난했기에, 개신교가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많은 중등학교를 세워 학교 교육을 통한 청소년 선교 활동에 매진했던 것에 비해, 초등교육 수준의 몇몇 보통학교들을 통해서만 교육 활동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소학교 관계자가 서울교구에 학교 인수를 제안했을 때 중등교육을 시작할 계기가 되어 반갑기도 했지만, 서울교구의 힘만으로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서 신자 모금 활동을 전국적으로 벌여야만 했습니다. 또 중등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던 당시 교구장 뮈텔 주교님께서는 전국 27개의 큰 본당 대표자들을 명동 성당으로 불러 모아 학교 재정 및 운영에 관해 논의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교구가 재정적 어려움에도 학교를 인수하고 중등학교로 발전시켜 운영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신자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 교육을 통해 청소년 선교 활동에 나서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기관지였던 『경향잡지』는 1922년 4월 15일자(제491호) 기사에서 학교를 인수한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중학교를 경영함은 무슨 육신의 이익을 위함도 아니요, 세속의 헛된 체면과 허탄한 영광을 위함도 아니다. 다만 하느님의 영광과 사람의 영신 사정을 위함이니, 곧 교중 자제들을 교중학교에서 타당히 교육하기 위함이요, 이 학교로서 전교하는 기관을 삼아 외교인을 성교회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곧 우리 중학교의 거룩한 목적이요, 전에는 우리 교증에 중학교가 하나도 없었으며, 교우들이 가끔 말하기를 ‘이교인 앞에 부끄럽다.’ 하였으나, 이제 천만다행으로 중학교를 세웠으니, 감축하고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당시 동성은 상업계 중등학교로서 학업적인 면에서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선교적인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즉 우리 천주교회의 교세가 매우 미약했을 때 동성에 입학한 비신자 학생들은 천주교를 처음 접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누리게 되었고, 그들 중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성은 신자 학생들의 신앙교육뿐만 아니라 사제 성소를 키워주는 역할도 하였는데, 우리 교회가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 지학순 주교님께서도 우리 동성을 졸업하셨습니다.

 

올해 동성은 ‘가톨릭 학교로서 걸어온 100년’을 매우 의미 있게 기념하려는 계획을 마련하였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협력하여 9월 30일(금)에 한국 천주교회 초기의 학교 교육 사업, 동성의 시작과 가톨릭 교육 100년, 동성이 배출한 인물들, 동성을 포함한 한국의 가톨릭 중등학교들이 나아갈 미래 방향 등을 주제로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 가톨릭 학교 교육 관계자들의 나눔이 있는 성대한 심포지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평화방송에 의뢰하여 ‘가톨릭 교육 100년’이란 주제로 동성이 걸어온 길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 학교 교육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벤트로, 100년의 가톨릭 교육을 통해 180명이 넘는 사제들을 배출했는데, 그 명단을 잘 정리해서 기념 책자를 만들고 학교 개교기념일인 12월 8일(목)을 즈음하여 학교 출신 사제들을 초청해서 함께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언급하셨던 “창조적 충실”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창조적 충실이란 본래의 영감과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쇄신하면서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크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안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 빅데이터 ·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조금씩 경험하고 있고, 3D로 된 가상세계 안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경제활동을 하는 메타버스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Z세대와 알파세대의 아이들,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의 변화, 공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한 종립학교의 자율성 제약 등 많은 과제와 도전들이 지금 동성을 포함한 가톨릭 학교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 동성중·고등학교는 어떻게 가톨릭 학교로서 창조적 충실을 살아낼 수 있을까요? 가톨릭 학교로서 걸어온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면서 그 방안과 길을 진지하게 찾아보고자 합니다.

 

[교회와 역사, 2022년 9월호, 조영관 에릭 신부(동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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