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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새 복음화의 도전과 아시아 교회의 대응, FABC 제5차 신학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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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2 ㅣ No.369

[특별기고] FABC 신학위원회 주관 제5차 신학 컨퍼런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 새 복음화의 도전과 아시아 교회의 대응

 

이주민 등 소외된 이들에게 교회가 ‘환대의 집’ 돼야

 

 

5월 5~7일 태국 방콕대교구 사목연수센터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주최하고 FABC 신학위원회가 주관한 제5차 신학 컨퍼런스가 열렸다. FABC 전문신학위원로 이 회의를 준비, 진행한 박준양 신부 글을 싣는다. 

 

FABC 제5차 신학 컨퍼런스 주제는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 새 복음화의 도전과 아시아 교회의 대응’이었다. 아시아 전역에서 온 50여 명 주교와 FABC 신학위원들이 함께 참가한 이 회의에서 아시아 교회가 당면한 새 복음화라는 과제와 여러 도전에 대한 열띤 토론과 논의가 이뤄졌다. 비그리스도교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 대륙에서 가톨릭 교회가 마주한 복음화 사명에 대해, 특히 현재 보편 교회의 키워드인 ‘새 복음화’의 맥락에서, 어떻게 그 현실을 바라보고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가 이번 회의의 중심 주제였다. 몇몇 주요 과제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은 바로 이주민 문제와 그에 대한 사목적 대응 과제이다.

 

 

이주와 통합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재위 1978~2005)은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1999)를 통해,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 인간 존엄성 수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함을 말했는데, 교회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주민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는 현재 피난민들, 망명 신청자들, 이주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례 없는 홍수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들 안에서 그들은 자주 외롭거나 문화적으로 고립되거나 언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들이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과 문화적-종교적 전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지와 배려가 필요합니다”(34항d). 

 

이러한 지적이 나온 지 16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중요성을 지니고 확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주민들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많은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일하며 살고, 다문화 가정 수도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회적 통합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문제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교회 차원의 관심 있는 배려와 도움이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이제 이러한 아시아 백성들의 ‘이주와 통합’(migration and integration)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목적, 신학적 성찰의 대상이 돼, FABC 차원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 것이다.

 

 

사목적 배려 

 

교회가 이처럼 이주민 문제를 다룰 때,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접근하게 된다. 첫째는 그들에 대한 사목적, 영성적 배려 차원이다. 현재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이자 일본 카리타스 의장인 일본 니카타교구장 이사오 키쿠치 주교는 이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일본 교회가 당면한 이주민 사목 문제를 잘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농촌 인구 감소와 여성 부족 문제를 예견하고,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의 협력으로 많은 외국인 여성들의 일본 내 이주를 촉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그들의 정착을 위한 경제적, 문화적 측면의 도움과 지원은 잘 이뤄지지만, 종교적 차원의 배려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일본에 들어오는 외국 여성들 대부분은 필리핀인들이고 이들은 거의 모두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매우 낮은 일본에서 이들에 대한 종교적 배려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대단히 어렵다.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인 여성 이주민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주장할 때, 가족과 이웃에게 가장 먼저 듣는 것은 “당신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까?”라는 질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교회 차원 배려가 절실하지만, 일본 교회의 미미한 교세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그러나 오히려 어려움 속에서 외국인 여성 신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가정과 지역 사회를 복음화시키는 선교 역군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주 여성들은 오히려 일본 교회에 주어진 하나의 선물이라고 키쿠치 주교는 역설했다. 

 

이 발표 후 토론에서, 필자는 한국의 라파엘 클리닉을 소개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영적 지도 속에 성장한 라파엘 클리닉이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해 펼치는 의료적, 영성적 도움을 설명하며, 이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는 야전 병원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여러 참석자의 호응이 이어졌다.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향해 

 

이주민 문제의 두 번째 차원은 인간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불법 이주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카리타스는 아시아 전역의 인신매매에 대항해 싸우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불법 이주 과정에서 인신매매 희생자들이 다수 발생한다. 남성들은 해상 강제노역을 위해, 여성들은 성매매를 위해, 그리고 아동들은 소아성애자들을 위해 혹은 인체 장기 적출을 위한 노예로 전락, 착취되고 매매되는 것이다. 

 

이처럼 납치되거나 극심한 가난 때문에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는 「복음의 기쁨」에 나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물신주의라는 “돈의 새로운 우상”(55항)에 의해 사람들이 지배된 결과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아시아 교회」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어느 누구도, 단지 개인들이 저지른 악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종종 부패한 사회 구조의 직접적 결과이기도 한 견디기 힘든 착취와 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는 아시아의 수많은 어린이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은 어린이들의 노동, 어린이에 대한 성도착증, 그리고 마약 현상은 이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감염시키는 사회악임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병폐들이 빈곤과 결함 있는 국가 발전 계획과 같은 또 다른 요인들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였습니다. 교회는 가장 착취당하는 이들을 위하여 행동하고 어린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끄는 길을 모색하고자 이러한 악들을 극복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여야 합니다”(34항f).

 

 

신학적 성찰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주민의 아픔을 잘 헤아려주신다. 그분의 마음 안에서는 어떤 사람도 이방인이 아니며,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며 허덕이는 사람들이 모두 안식을 얻는다(마태 11,28-29 참조). 그러기에 교회는 이주민을 비롯해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환대의 집, 즉,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복음의 기쁨」 47항)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더는 이주민 현상을 골치 아픈 문제로만 간주하지 말고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는 ‘보내는 교회’와 ‘받는 교회’를 엄격히 구분하지 말고, 교회적 친교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 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주고받는 교회적 친교와 나눔을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우리 모두는 성령의 신비로운 활동과 그 아름다운 열매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야말로 아시아의 새 복음화 작업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투신해야 할 시간이다. 특히,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그래서 인간 존엄성의 훼손으로 울며 탄식하는 아시아의 하느님 백성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1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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