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11: 온유의 덕을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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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28 ㅣ No.1872

[김용은 수녀가 묻고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 11. 온유의 덕을 살려면


“주님께 의지하며 자신에게 먼저 온유하세요”

 

 

예수님께서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라고 하셨다. 예수님을 닮은 참된 겸손과 온유의 덕이 필요한 때다. [CNS 자료 사진]

 

 

사랑하올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

 

안녕하세요.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쓸쓸해지는 가을입니다.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적정 온도의 우울감은 오히려 고요함을 유지하게 해주나 봅니다. 마음의 양식을 쌓기에 참 좋은 9월에 받는 성인의 편지는 영혼단련을 위해 뭔가 막 해보고 싶어집니다.

 

성인께서 지난 편지에 사랑을 하려면 애덕을 실천하라 하셨어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자신에게 부족한 내적인 작은 덕들(little virtues) 중 하나만 구체적으로 시작해보라고요. 사실 제가 성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덕을 성인께서 지니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격도 급하고 표현도 직설적이라서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 물론 어떤 이는 타고나게 부드러운 성격과 친절한 태도를 지녔지요. 성인께서는 타고난 것이 아닌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온유의 꽃을 피우셨습니다. 그렇기에 저 자신에게도 희망을 봅니다.

 

온유의 덕을 쌓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력하다 보면 정말로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온유의 덕을 살고 싶은 김 수녀 드립니다.

 

 

사랑하는 김 수녀와 독자들에게

 

점점 짧아져 가는 그래서 더 보석 같은 가을, 마음의 일을 하면서 영혼의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온유의 덕을 쌓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무엇보다 김 수녀 자신에게 먼저 온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떻게요? 자신이 부족하고 안 되는 것이 있을 때 자책하고 비난하지 마세요. 그러니깐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지 않았으면 해요. 자칫 가파르고 높은 오르막길에서 열심히 오르다가 용기를 잃고 포기할 수도 있어요. 자신의 불완전함에 너그러워지세요.

 

때론 잘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으로 자신의 잘못에 화를 내고 또 이 화낸 것에 대하여 짜증 내고 짜증 낸 것에 대해 또 짜증을 낼 때가 있어요. 마치 평정심을 잃은 재판관처럼 재판할 때 죄에 대한 신중한 식별이 아닌 분노감정에 휩싸여 자신을 과시하는 잘못된 판결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잘못할 때 화를 내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부드럽고 다정하게 하는 훈육이 훨씬 더 유익하지요.

 

자신에게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격정에 사로잡히기보다 자신에게 연민을 가지고 부드럽게 조용히 타이르세요. 화를 내고 요란스럽게 하는 반성보다는 더 깊은 성찰을 이뤄낸답니다. 가끔은 괴팍하게 굴거나 급한 성격에 화를 낼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말해요. “내 불쌍한 마음아,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도 피할 수 없었구나. 그래도 용기를 내자. 다시 일어나서 이 구렁에서 빠져나가자. 주님께서 도와주실 거야.”

 

두 번째는 온유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결심을 해요. 필요한 덕을 간절히 구하면서요. 무엇보다 주님께서 함께하시고 계심을 믿어요. 그런데도 결심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마음이 현란할 때는 성경 말씀을 소리 내어 외쳐보세요.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며 내 안에서 신음하느냐?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 나의 구원, 나의 하느님을.”(시편 42,6)

 

하느님 앞에 나 자신을 낮추면 나의 불완전함이 놀랍고 새로운 것도 아니에요. 설사 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요. 어쩌면 덕행을 쌓는 여정에서 불완전함은 좋은 징조일 수도 있어요. 반면에 완전한 것 같은 상태를 경계할 필요도 있고요. 태어나면서부터 부드러운 성격을 지녀 많은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고 해서 완덕에 이른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니 조용히 자신의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 그리고 결심한 덕행의 길로 다시 발을 내딛어요.

 

세 번째로 온유하려면 겸손을 친구로 삼으세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겸손은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온유는 이웃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게 해요. 참된 겸손과 온유의 덕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해도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아요. 특히 그 어떤 일에도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으면 해요.

 

누군가의 잘못을 단호하게 바로잡아야 할 때에도 온유하고 차분하게 대하세요. 성난 코끼리를 달래는 데는 어린 양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요. 총알에 의한 관통을 막는 데에는 방탄복보다 더 나은 것이 없고요. 아무리 이치에 맞는 바른말이라도 화를 내어 말을 하면 그 말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요.

 

임금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순방하면 백성은 이를 영광으로 알고 기뻐하지만 무장한 군대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면 비록 그 목적이 안녕과 질서를 위한 것이라도 백성은 달가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군대로 말미암은 폐해까지 겪게 되니까요.

 

예수님으로 사세요! Live Jesus!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씀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9월 25일, 김용은(제오르지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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