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회화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22 ㅣ No.258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17)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회화로


화려함을 더한 스테인드글라스, 빛을 잃다

 

 

- 13세기 절정을 이룬 스테인드글라스는 14세기 이후 변화를 맞아 다양하고 부드러운 색 대비를 이룬 작품들이 등장한다. 작품은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의 피에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성당의 로마네스크에서부터 프랑스 파리의 생드니 성당과 샤르트르 대성당, 생트 샤펠 등 중세 고딕 성당에 이르기까지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색으로 그려진 성경의 빛으로 충만한 성전을 이뤘다. 이렇게 13세기에 절정을 이룬 중세 스테인드글라스는 14세기로 접어들면서 교회건축 양식 변화와 함께 그 표현 양식이 변화했다.

 

이후 찾아온 14~16세기에 이르는 르네상스 시기에는 건축 양식이 변화하면서 채광의 방법도 달라져 고딕 시대만큼 스테인드글라스가 유행하지는 않았다. 중앙 집중식 교회 건축이 등장하면서 고딕성당의 클리어스토리(채광창)를 가득 채웠던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대가들의 프레스코 벽화들이 성전 곳곳을 장식하게 됐다.

 

또한 자연주의적인 묘사와 원근법이 도입된 3차원의 공간적 환영을 추구하는 회화의 경향이 등장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구성도 그와 유사하게 변화해 갔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가 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하나씩 구획된 화면에 압축적으로 묘사했다면, 르네상스 시기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하나의 연결된 큰 화면으로 구성된 유리에 당시 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근법에 따른 배경 묘사와 인체의 표현을 드러내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돔에 설치된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Andrea del Castagno)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피에타’는 마치 모자이크처럼 작게 분할된 색유리 조합으로 인체 표현이 그려지고 있다. 아울러 색채에서도 빨강과 파랑을 중심으로 했던 고딕 시기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달리, 더 다양하고 부드러운 색 대비를 이루고 있어 중세 작품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 준다. 그런데 안정감 있는 구도, 납선이 두드러지지 않은 표현, 색유리의 섬세한 분절로 인한 빛의 효과는 아름답지만,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전달하는 힘은 다소 약화된 듯하다.

 

르네상스 시기 이후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당시 회화가 추구하던 기법이 동일하게 추구됐다. 명암법으로 입체감을 최대한 살린 3차원적인 표현이나 섬세한 질감 표현 등이 그것이다. 어쩌면 이는 중세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색유리의 투명함과 명료한 이미지와는 달리 크게 구획된 유리 위에 표현된 한 폭의 회화 작품과도 같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르네상스 시기 이후 글라스 페인팅의 수준은 상당했다.

 

흔히 르네상스 시기 이후의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은 쇠퇴기를 맞았다고 한다. 건축 양식의 변화에 따른 창 양식의 변화, 당시 회화의 영향으로 변화한 스테인드글라스의 표현 양식 등이 그 이유다. 그리고 당시 미술 아카데미에서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제작 특성상 작품의 디자인, 색유리 선별, 유리 커팅, 페인팅, 조립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완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중 한 과정이라도 소홀히 하게 되면 전체적인 작품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과연 누구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저작권이 중요하게 두드러지던 시기에 수공예적 요소가 강조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미술 아카데미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점차 주된 양식으로서의 위치를 잃어 가던 스테인드글라스는 17세기경에 이르러서는 ‘잃어버린 예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리고 19세기 아르누보(새 예술 양식)와 고딕 부흥을 통해 다시 부활하였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2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3,28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