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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서평 -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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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7 ㅣ No.1524

[서평]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평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 5학년 때인가 사회과 교과서에는 김대건 신부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물론 사진이 없었던 시대에 활동했던 김대건 신부의 진영(眞影)이 있을 수는 없으니, 그 사진은 장발(張勃, 루도비코)이 그린 초상화를 찍은 것이었다. 이 사진을 수록한 부분에서는 조선왕조에 천주교가 전파된 사실이며, 조선인으로 첫 신부가 김대건이라는 인물이었음이 설명되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수록된 배경에는 천주교 신앙의 전파를 조선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판단한 교과서 편집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원순 교수로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김대건의 사진이 포함된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그 어렸을 때의 기억을 여기에서 소환해 낸 까닭은 우리 세대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김대건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김대건은 대한민국에서 초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몇 번에 걸쳐 익히 들어왔던 인물이며,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많은 사람에게 각인되어 있다.

 

김대건의 생애를 전해주는 전기 가운데 가장 초기의 자료로는 1924년 조선 순교 복자 79위 시복될 때 그 복자들의 약전(略傳)의 일부로 포함된 김대건의 일대기를 들 수 있다. 1930년대 중엽에 이르러 피숑(L. Pichon, 宋世興, 레오) 신부는 김대건에 관한 약전을 비롯해서 그가 쓴 편지들을 소개한 바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간행된 순교 사화를 정리한 여러 종류의 책에는 반드시 ‘김대건’이 들어가 있었다. 김대건에 관한 여러 종류의 약전들은 대개가 아드리앵 로네(A. Launay)가 지었고, 안응렬이 번역해서 1946년 을유문화사에서 처음으로 간행했던 『조선 순교 복자전』의 김대건 항목을 근거로 하여 번안한 글이었다.

 

이와 같은 약전 이외에도 단행본으로 된 김대건 전기들이 다수 간행되었다. 단행본 김대건 전기의 효시는 1932년 원형근(元亨根, A. Larribeau, 아드리아노) 주교의 이름으로 경향잡지사에서 간행된 『김대건 신부전』을 들 수 있다. 또한 유영근(兪榮根, 요한) 신부는 1942년에 『수선탁덕 김대건』을 구로가와(黑川米尾)라는 창씨명으로 간행했다.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김대건 신부의 전기가 여러 차례 집필되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간행된 김대건 전기만 하더라도 족히 7~8종은 넘는 듯하다. 물론 이 숫자에는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 아동용 도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김구정(金九鼎, 이냐시오)이 1961년 경향잡지사에서 간행한 『성웅 김대건전』은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는 1996년 김대건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면서 3권으로 된 김대건 관계 자료집을 간행한 바 있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김대건 탄신 200주년 희년을 기념하여 그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와 같은 자료집 발간으로 김대건 관계의 연구는 더욱 촉진될 수 있었다. 오늘날 100여 편이 넘는 김대건 관계 연구 논문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자료집의 간행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역사적 인물의 전기와 문학과의 관계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원래 동양의 문체론에 따라 글의 종류를 분류할 때 전기는 역사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에 포함되어 있는 열전(列傳)을 보면, 전기가 역사의 일부로 취급되어 왔던 뿌리 깊은 전통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전기는 역사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일부가 되었다. 즉, 역사적 인물에 관한 문학적 서술을 전기로 보기 때문에 ‘전기 문학’이라는 단어가 생성되었다.

 

그런데 전기 문학은 전기문 속의 인물, 장소, 시간 등은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한 문학적 표현을 말한다. 전기는 대상이 되는 인물의 행적을 기술하는 일이므로 사실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전기에서는 정확한 사례에 의해서 서술하면서, 지나치게 가공적 사건의 개입을 거부한다. 이렇게 집필된 전기라야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일 특정 인물에 관한 간행물 가운데 지나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작가는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한 인물의 전기를 새롭게 쓰는 경우는 그 인물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드러나거나, 인물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을 때 집필되게 마련이다.

 

올해 김대건 성인 탄신 2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교회사연구소는 김대건 전기의 간행을 기획했고, 도서출판 김영사에서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를 간행했다. 이 책의 저자는 간송 전형필을 비롯한 8명에 이르는 여러 인물의 전기를 저술하여 호평을 받고 있는 이충렬(실베스테르) 작가이다. 그가 쓴 전형필에 관한 전기는 인물전의 모범적 사례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발췌 · 수록되어 있다. 작가 이충렬은 이 책에서 김대건의 출생에서 순교에 걸친 생애 전체를 모두 10부로 나누어 서술해 주고 있다. 작가는 김대건이 신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순교하기까지의 상황을 전기 문학의 필법으로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을 여는 첫 부분의 박진감과 함께 다음 장면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책 전체에 스며들어 마지막 장까지 이르고 있다.

 

이 책은 이제까지 간행된 여러 종류의 김대건 전기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즉,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김대건 관계의 각종 새로운 자료들과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가 재구성해 낸 당시의 상황들은 학술 논문의 딱딱함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김대건 신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신앙심을 담금질하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선 후기 시골 소년의 성취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탄생 200주년 미사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은 어디서나 평화와 희망의 일꾼,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사랑과 도움을 주고, 혹은 단순하게 형제애의 눈길 한 번이 필요한 이들의 상처에 몸을 숙여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는 일꾼으로 살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김대건이 평화와 희망의 일꾼이며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었음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교황은 김대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김대건을 따르기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대 교회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 우선 김대건을 알아야 한다. 그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 이 책에서 시작된다.

 

[교회와 역사, 2022년 7월호, 조광 이냐시오(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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