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전례ㅣ미사

[축일] 전례력 돋보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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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2-13 ㅣ No.2284

[전례력 돋보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2월 11일)

 

 

프랑스 남쪽 피레네 산맥 기슭의 작은 산골 마을 루르드, 열네 살 소녀 벨라뎃다는 강가에 뗄감을 주우러 나갔다가 신비로운 부인을 본다. 흰옷을 곱게 차려 입고 하늘색 띠를 두른 부인은 손에 묵주를 들고 맨발로 장미를 밟고 서 있었다. 1858년 2월 11일의 일이다.

 

루르드에 발현하신 성모님은 그 후 7월 16일까지 열여덟 번이나 이 소녀에게 나타나 메시지를 주셨다. 특히 세 번째 발현 때 줄곧 당신이 누구신지 묻는 벨라뎃다에게 자신을 그 지방말로 “Qpe soy era immaculada concepciou.” 즉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자다.”라고 소개하셨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실 것이기에 미리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었다는 교리는 교회 안에서 계속 논의되어 오다 1854년 비오 9세 교황님으로부터 믿을 교리로 선표되었다. 그러니까 루르드에 나타나신 성모님께서 이 교리가 참됨을 직접 확인시켜 주신 것이다.

 

이후 1862년 성모님의 발현이 공식 인정됐고, 1907년 성 비오 10세는 2월 11일을 ‘원죄 없으신 복되신 성모의 발현 축일’이라는 이름으로 루르드 발현 50주년인 1908년부터 모든 서방 교회가 기념하게 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선택 기념일로 조정되었다. 특정 지역이나 개인 신심과 연관된 축일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였다. 또한 축일의 중심을 발현에만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여겨 그 명칭도 오늘날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변경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의 아픔을 치유해 주시고 그들을 보호해 주신 루르드의 성모님은 한국 교회와 또 특별히 우리 대구대교구를 보호하시고 돌보아 주고 계신다.

 

루르드에 세워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기념 대성당의 왼편 벽에는 성모님께로부터 은혜를 받은 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대리석에 새겨 놓았는데 그 한가운데 큼지막하게 한국 교회 주교님의 글도 있다. 바로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F.C. Ridel) 주교님의 글이다. 리델 주교님은 병인박해(1866년)때 가까스로 중국으로 탈출하여 1869년 주교로 임명된 뒤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 결과 1876년 두 명의 신부가 병인박해 이후 10년간 사제가 없던 한국 땅에 입국하게 되었다. 한 해 전인 1875년 주교님과 신부들이 배를 타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시도를 하다 대청도에 다다를 무렵 거대한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그때 리델 주교님은 루르드의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풍랑에서 건져 주신다면 루르드의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하도록 하겠다며 서원했다. 그러자 기적적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주교님 일행이 대청도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이때의 놀라운 도우심을 기억해 1876년 리델 주교 님과 블랑 신부, 리샤드 신부의 이름으로 루르드의 대성전에 이 감사의 대리석판이 봉헌되었다. 루르드의 기념성당에서 한글을 발견하는 것, 또 루르드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이 한국 교회의 기초를 다진 주교님과 신부를 보호하셨다는 것에 새삼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하는 기록이다.

 

이렇게 루르드 성모님의 도움으로 발전하게 된 조선교구에서 1911년 대구대목구가 분리되었고, 초대 교구장으로 드망즈(F. Demange) 주교님이 오시게 되었다. 논밭만 펼쳐진 가난한 땅에 오신 주교님은 루르드의 성모님을 교구의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교구 발전의 기틀이 될 신학교와 주교관, 그리고 주교좌성당인 계산성당의 증축을 위해 루르드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서원을 드렸다. 그리고 그 청이 기적적으로 모두 이루어짐에 따라 1917년 아름다운 성모동산인 성모당의 공사가 시작되었고 1918년 봉헌되어 오늘날까지 대구대교구의 영적 보금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루르드의 성모님은 프랑스의 산골 마을에서 시작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리고 특별히 한국 교회와 대구대교구에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을 끊임없이 쏟아주고 계신다.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는 이러한 성모님께 감사의 로사리오 기도를 봉헌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월간빛, 2023년 2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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