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예수 마음을 생각하며 상반기를 마무리 짓다(예수 성심 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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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6 ㅣ No.1523

[돌아보고 헤아리고] 예수 마음을 생각하며 상반기를 마무리 짓다

 

 

한 해의 반을 마무리하는 6월은 우리 교회에서 예수 성심 성월로 지냅니다. 그리고 해마다 예수 성심 대축일의 ‘사제 성화의 날’에는 교구 사제들이 모여 예수님의 제자임을 성찰하고 사제직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예수 성심 대축일은 한국 교회에도 매우 일찍,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가 들어올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체포될 때(1846년) 압수된 물품 중에 예수 성심상이 그려진 상본이 있는 것으로 보면, 그 이전에 한국 교회에서는 ‘예수 성심’ 신심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직해광익」에 「예수 성심 첨례」가 추가되면서 늦어도 1860년대에는 한국 교회의 전례력에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의 반을 마감하면서 「예수 성심 첨례」의 묵상 주제를 나누고자 합니다. 축일 해설서인 『주년첨례광익』과 『성경직해』에 나오는 의행지덕(宜行之德 : 마땅히 행해야 할 덕)의 주요 대목을 현대문으로 윤문해 봅니다.

 

「예수 성심 첨례」의 의미 : 예수 성심 대축일을 지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성체성사 전례와 뜻이 통한다. 곧 우리 주 예수께서 구원하시는 큰 은혜를 베풀기 위하여 성체성사를 세우셨으니, 하느님의 사랑은 무궁무진하고 그 은혜 기묘하고 한량이 없는데, 모두 성심(聖心)에서 발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성심은 만선만덕(萬善萬德)의 큰길이요, 모든 복의 샘이요, 성삼(聖三)의 보배로운 궁전이요, 모든 성인의 공을 얻는 근본이 된다. 다시 말해 죄를 미워하고 선을 즐기는 생각이 다 성심에서 나게 된다. 예수 겟세마니 동산에서 근심하고 답답하여 죽기에 이르러 성심이 찢어지는 듯이 피땀이 땅에 흘렀으니, 우리들의 죄를 아파하심이 모두 당신 마음에서 발하신다. 그러므로 예수 성심을 마땅히 공경할 것이요. 또 예수 성심이 천주성과 더불어 결합하여 사람이 되셨으니, 예수 성심을 공경함은 곧 천주를 공경하는 것이다. [하략]

 

의행지덕 : 주님의 인자하심을 소망함이라.

 

거룩한 생각 하나 : 사람의 마음은 자기 한 몸의 주장이 되어 모든 이익을 갖추고 자기 일만을 생각한다. 반면에 예수 성심은 온전히 사람을 위하시고 사람을 사랑하시어 세상을 구하시고 구원하시니 만세 사람의 세상 은혜와 영원한 전복이 다 성심으로부터 나온다. … 네가 만일 매일 매일 은혜를 받는다면 매일 그 은혜를 갚을 것이거늘 너는 이같이 은혜 갚을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매일 죄를 더하여 우리 주의 성심을 상하게 하고 있으니, 네 마음이 평안하겠느냐? 사람이 작게나마 좋은 마음으로 사람에게 베풀어도 오히려 저버리지 못하여 혹 죽음으로써 은혜를 갚으려 하거든 하물며 예수의 지극하신 은혜는 어떻겠는가? 너는 스스로 생각해 보라! 은혜를 잊음이 어느 누가 이보다 심하겠는가? 설령 이같이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너는 장차 어떻게 징계하겠느냐?

 

거룩한 생각 둘 : 하느님께서는 당신 인자하심을 모든 성인에게 발현하신다.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예로부터 성인에게 그 상급을 예비하셨다. 한 사람도 이 상을 얻지 못할 자 없지만, 다만 얻음과 얻지 못함은 각자에게 대죄를 범한 후 개과천선하여 통회하는 은혜를 받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또한 잘못을 고치고 죄를 뉘우친 후에 선을 행하고 공을 세워 우리 주의 인자하심을 저버리는가 저버리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통회를 온전히 하면 즉시 상(賞)을 받을 것이요. 하지 않으면 상을 잃어버릴 것이다. 성인이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자비와 통회의 은혜를 구할 것이다.

 

거룩한 생각 셋 : 하느님의 인자하심은 무궁무진한 자비(慈悲)로 나타난다. … 어떠한 큰 죄악이라도 죄인의 마음이 참으로 아파하고 참으로 뉘우친다면, 또한 죄인의 입이 참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으로 자신을 구한다면, 천주의 지극히 인자하심이 반드시 죄악을 온전히 푸시고 즐겨 사하여 주실 것이다. 천주의 인자하심이여! 지극하시다. 천주의 인자하심이여! 사람은 늘 쉬운 것을 좇아가지만, 주님께서는 홀로 어려운 길을 택하시고, 그 공로를 사람에게 돌려주시니, 이러한 큰 인자하심이 어디 있는가? 만일 네가 은혜를 저버리고 스스로 악해지면 주님은 바로 그 인자하심을 끊으시고 공의(公義)를 베푸실 것이니, 그 심판의 의로움 역시 크고 지극하실 것이다. 이때를 당해서는 어느 땅으로 도망칠 것이며 누가 그 죄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천주의 인자하심은 너와 상관없게 될 것이다. 네 곁의 이웃조차 불쌍히 여김과 아끼는 한마디 말도 없을 것이니, 슬프도다!

 

「예수 성심 첨례」의 핵심은 회개로써 “예수 마음의 겸손함”을 닮는 것입니다. 한 해의 반을 마감하면서 예수 마음을 헤아려 봅시다. 마음이 양선(良善)하시고 겸손하신 예수여, 우리 마음을 네 마음과 같게 하소서. 아멘.

 

[교회와 역사, 2022년 6월호,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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