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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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30: 보편된 교회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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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08 ㅣ No.4329

[가톨릭 신학30] 보편된 교회를 믿습니다

 

 

‘보편된(카톨릭, catholic) 교회’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에서는 일반적 의미를 담은 고유명사로서 ‘가톨릭교회’라는 말과 구분할 것인데, ‘보편적 교회’는 ‘가톨릭교회’라고 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카톨릭(catholic)’’이라는 말은 어원으로 볼 때는 ‘전체성’을 가리키는데, 충만함이라는 의미에서 전체성입니다. 신약성경에 직접적으로 이 단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나타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콜로 1,19) 교회와 관련하여 이 단어가 처음 나타난 문헌은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의 서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곳에 가톨릭교회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의 충만함이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그 충만함에 참여하는 한, 교회는 보편적입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실 수 있도록 할 때, 거기에 구원의 충만함이 있고, 그럴 때 그 교회는 보편적 교회인 것입니다.

 

교회의 특징인 보편성이 이렇게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충만함에 관련된 것이라면, 보편성은 신앙의 정통성과 관련 있는데, 올바른 진리가 선포되는 곳에 구원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앙의 정통성은 신앙 교리의 정통성과 관련 있습니다. 5세기에 레랭의 빈첸시오 성인은 “어디서나, 항상, 모든 이에 의해 믿어지는 것이 보편적(catholic)이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신앙의 정통성은 사랑의 정통성과 관련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 없는 신앙이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보편성을 사랑의 충만함으로 보았습니다.

 

한편 보편성이라는 말에는 ‘전 세계에 퍼진’이라는 의미도 들어있습니다. 2세기에 폴리카르포는 가톨릭교회가 하나인 교회로서 ‘온 지상에 퍼져있는 교회’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교회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온 세상에 퍼져있다는 것은 교회가 다양한 문화, 민족,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다양함이 온 세상에 있는 지역 교회들의 분열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풍요로움이 비롯되는 원천이라고 가르칩니다. 물론 그런 다양함 속에서 교회는 일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신앙 안에서 이루는 일치, 같은 사랑 안에서 이루는 일치, 같은 희망 안에서 이루는 일치, 같은 성사 안에서 이루는 일치가 있어야 하고 그 일치의 원동력은 성령이십니다. 일치 안에 다양함이 있고, 다양함으로 풍요로워지는 일치가 있는 그곳에 보편적 교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편적 교회란 모든 시대와 공간 안에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그 충만함을 보존하는 곳에 존재합니다. 또, 모든 백성과 모든 문화 안에서 모든 인간을 위하여 그 진리를 증언하는 곳에, 신앙이 인간의 모든 차원과 관련해서 총체적으로 존재하는 그곳에 존재하며, 일치 안에서 최대한 다양성이 있을 공간을 주는 곳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성령 안에서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항상 새롭게, 항상 더 위대한 것을 듣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그곳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교회의 보편성은 거룩함처럼, 하느님의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2023년 10월 8일(가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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