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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학문으로서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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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4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학문으로서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됐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엄청난 힘을 지닌 자연현상에 겁먹기도 했으며, 반대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경탄하기도 했을 것이다. 현대의 기술문명에 젖어 사는 우리는 자연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지만, 문명의 초기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이것은 아마도 가장 무서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또는 자연이 주는 축복과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인간다운 삶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자연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먼저 묻기 시작했다. 이 자연의 근원은 무엇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철학은 자연에 대한 놀라움과 자연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흔히 철학은 기원전 5~6세기에 이르러 지중해 연안의 학자들이 자연의 근원에 대해 물으면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지역이 그리스 문화권이었기에 그리스에서 철학이 시작됐다고 흔히들 말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철학이 굳이 그리스에서 시작됐다고 말해야 할 까닭은 없을 것이다. 다만 유럽문화가 현대세계에서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여하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철학자들이 제시한 답에 있지 않다. 철학이란 학문이 시작한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는 과정과 방식에 있었다. 이들 철학자들은 자신의 지성적 능력, 흔히 “logos(또는 nous)”라 부르는 능력에 의지해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갔다. 이것이 철학을 철학이게 만든 중요한 기준이 된다.

철학은 인간이 지닌 지성에 따라 사실과 의미를 밝히려는 노력의 과정이며 결실이다. 그래서 철학은 무엇을 이해하고 해석해보려는 인간의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일상적 해명과는 달리 지성을 매개로 한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이 접하는 세계의 여러 사건과 현상은 물론, 인간의 내면적 상태, 삶에 관계되는 온갖 것들에 대해 스스로 해명하고 해답을 찾아보려는 노력이다. 그것을 철학은 어떤 주어진 이념이나 믿음에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지성이라 부르는 능력에 따라 생각해 가는 과정의 학문이다.

그러기에 철학에는 지성적 체계가 있으며, 개념과 이론이 담겨있다. 철학이 인간의 근본적 질문에 관계한다는 사실을 보면 누구나 철학적일 수 있지만, 학문이란 측면 때문에 어렵고 복잡해진다.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학문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철학은 우리 누구나 지닌 문제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인간적인 학문이기에 그런 어려움을 넘어서면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보여주는 놀라운 학문이기도 하다.

철학이 자연의 근원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면, 오늘날 자연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찾는 학문은 자연과학이다. 그렇다면 철학은 과학과는 어떤 면에서 같고 다른 것일까. 과학과 철학의 같음과 다름은 밝히는 일은 우리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결국 우리 자신의 삶과 우리 자신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9월 23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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