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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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정 안에서 신앙을 이어주는 문화 만들기: 식사시간을 신앙을 나누는 자리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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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09 ㅣ No.1341

[가정 안에서 신앙을 이어주는 문화 만들기] 식사시간을 신앙을 나누는 자리로 만드는 방법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족을 ‘같이 밥을 먹는 입’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라 부르곤 했습니다. 그만큼 한 자리에 모여 같이 밥을 먹는 것을 가족 공동체가 깊은 유대감을 갖는 데 중요한 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처럼 여겨집니다. 부모의 출 퇴근 시간, 자녀의 등교와 귀가 시간을 맞추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단지 허기만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뱃속이 든든해지면 왠지 마음도 넉넉해져 가만히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꺼내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는 식사 시간은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양분을 제공하는 시간인 동시에 서로의 삶에도, 그리고 가족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몸에도 자양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시간이 됩니다. 따라서 가족 관계에 도움이 되는 여러 기회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삶과 신앙을 나누며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서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은 식사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시며 그들과 깊은 친교를 나누셨습니다.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어주셨던 그 밤의 만찬을, 그 안에서 함께 나누었던 사랑을 제자들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밤의 만찬은 제자들이 사명을 수행해나갈 힘의 원천이 되어 제자들이 복음화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북돋았습니다.

 

우리 가정 안에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서로를 북돋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식탁 문화를 만들어야합니다. 또한 식사 시간이 모두에게 편안하고, 기쁘고, 기대되는 자리가 되었을 때 서로의 삶과 신앙을 나눌 자리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작은 원칙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가족의 동의하에 모든 가족들이 식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정합니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식사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가족 구성원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가족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일정한 요일, 일정한 시간을 함께 정해서 그 시간만큼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모두가 약속합니다.

 

둘째, 식사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합니다. 식사 시간만큼은 서로의 눈빛과 호흡,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TV를 끄고, 휴대전화도 잠시 멀리 두거나 끄도록 합니다.

 

셋째,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합니다. 함께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고, 식사 시간의 분위기를 돋워줄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 식탁을 꾸며주는 사람, 식사를 차리는 사람, 식사 전 · 후 기도를 이끌어줄 사람 등 저마다의 역할을 정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넷째, 식사 중 서로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나누기 위한 대화의 규칙을 함께 정하고 지킵니다.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는 삼가고, 논의가 필요한 주제는 가급적이면 다른 시간에 다루도록 합니다. 대신 각자의 일상을 나누는 것, 다툼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 감사를 표현하거나 격려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이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가족 관계를 북돋는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면, 식사 시간을 신앙을 나누는 자리로 만들어갈 준비는 거의 다 된 것입니다. 여기에 식사 전 · 후 기도를 더욱 풍요롭게 바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식탁 위의 소중한 시간에 각자의 일상 안에서 만난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나누며 서로의 나눔을 지지하고, 그 나눔 안에서 또 내가 발견한 하느님을 확증해주는 시간을 만들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성찬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아이디어들을 함께 나눕니다.

 

1. 식사 전 기도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

 

• 식사를 준비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 ○○가 맛있는 요리로 풍성한 식탁을 준비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는 신나는 음악으로 식사를 기대하게 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마련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 하느님의 기도와 보호가 필요한 가족 구성원을 위해 함께 기도합니다.

 

2. 식사 후 기도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

 

• 기도를 시작할 때 가족, 친지들 또는 친구, 은인들 가운데에 먼저 하느님 품으로 간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고 함께 기도합니다.

• 서로를 호명하며 기도합니다.

“(선창) 주님, 저희 아빠 ○○○을 위해 기도하오니.”

“(모두) 주님, ○○○을 축복하소서.”

 

3. 식탁 위에 기도초 밝히기

 

• 촛불을 켜는 것은 예식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와 격려, 따뜻함과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초를 켜는 것은 하느님께서 현존하신다는 표지가 됩니다. 따라서 식사를 시작할 때 기도초를 밝히며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함께 바칠 수 있습니다.

“주님, 촛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스함으로 저희 마음을 비추소서. 저희가 함께 나눌 음식을 축복하시고 저희가 함께 나눌 이야기들을 축복하소서. 저희가 준비한 이 식탁에 함께하여 주시고, 이 촛불이 꺼진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이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하소서. 아멘.”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3년 10월호, 햇살사목센터(천진아 미카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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