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성실] 영화를 만드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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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68

영화를 만드는 장인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영화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영향을 받은 인물로 꼽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한 편 한 편의 영화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카메라가 읽어 내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음식을 먹는 연회 장면을 며칠 걸려 찍을 때는 그날 촬영이 끝나면 소품 담당 스태프가 테이블의 사진을 찍어 두고 '이 사람은 맥주를 이만큼 마셨다'면서 맥주 잔의 높이를 자로 재서 기록했다. 또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세트장 천장의 먼지까지 청소하기도 했다.

 

한번은 영화 소품으로 낡은 장롱이 필요했으나 마음에 드는 낡은 장롱을 구할 수 없었던 구로사와 감독은 칠을 잘하는 사람에게 새 장롱을 사서 주며 낡은 장롱처럼 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촬영 일정이 빠듯해 구로사와 감독이 몇 번을 독촉해도 칠장이는 좀처럼 장롱을 내놓지 않았다. 구로사와 감독이 화가 나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쯤에서야 칠장이는 감쪽같이 변한 낡은 장롱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솜씨에 아주 만족하여 직접 그 장롱을 세트장에 옮겨 놓고 무심코 서랍을 열어 본 구로사와 감독은 깜짝 놀랐다. 몇 개의 서랍을 더 열어 본 그는 칠장이에게 달려갔다.

 

"서랍 안쪽까지 다 칠하시다니 놀랍습니다."

 

"선생님도 아마 속이 칠해져 있지 않았으면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저도 그건 싫거든요."

 

"예술가로 불리기보다 장인이라 불리고 싶다"라고 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그의 말처럼 평생 영화를 만드는 장인으로 살았다. 또한 그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장인들의 숨결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월간 좋은 생각, 2000년 8월호,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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