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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땅끝까지 복음을: 500년 교회역사 절실한 새 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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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6 ㅣ No.303

[땅끝까지 복음을] 500년 교회역사 절실한 새 복음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라틴아메리카는 일반적으로 멕시코와 중남미 20개국, 섬나라들로 이루어진 카리브 연안 국가들을 통칭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상황

 

라틴아메리카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가톨릭국가입니다. 다양한 기후대와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의 식민지 경험을 지니고 있어 닮은 듯 다른 나라들입니다.

 

가난하지만 전통이 살아있으며, 고산지대와 정글이 동시에 공존합니다. 원주민을 말살하고 정복자들이 주인이 되어버린 곳으로, 끊임없는 열강의 그늘에서 힘겨운 생존을 해나가고 있는 지역입니다. 20세기 말까지 독재와 내전으로 부정적인 이름을 지니고 있었으나, 현재는 안전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농수산업 같은 노동집약적인 1차산업이 주요 경제기반입니다. 대부분의 저소득층에서는 노동의 대가가 적어 만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득 계층 간 불균등한 경제배분이 극에 달하여, 전체 인구의 20%가 80%의 부를 장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가경쟁력도 낮은 상태에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본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임금 노동력을 유지하고자 높은 공공교육은 배제되어, 저소득층 젊은이들은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평생을 일일 노동시장에 자신을 내맡기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교회의 상황

 

15세기 스페인 식민지 개척시대부터 라틴아메리카에 가톨릭교회가 전해졌으니 교회의 전통은 오래되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성직자와 수도자가 부족하여 제대로 된 성사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주 주일미사를 참례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으며, 병자성사와 장례미사를 신부님께서 집전해 주시는 것은 큰 축복이라 할 만큼 시골에서는 신부님 뵙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일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성당 자체재정으로 수녀님을 모실 수가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방인사제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교구들이 선교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공소당 신자수는 많지 않아도 본당에 소속된 공소들이 많은데, 현재 한인사제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 중 페루의 차마카는 공소가 70여 개입니다.

 

사제가 자주 방문하지 못하기에 교리교사조차 상주하지 않는 공소들은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로 집단개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식민지 활동과 함께 시작된 선교이기에 원주민이나 억압받는 계층은 가톨릭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으며, 교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라틴아메리카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한인 선교사의 진출

 

한인 수도자들이 교포사목을 위해 라틴아메리카에 파견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입니다.

 

그후 1970년대 말에는 외국 교구의 지원이나 현지 교구 입적 등을 통해 한인 선교사가 활동을 시작하였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마산교구와 전주교구,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등이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평신도들도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인사제들의 초청을 받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한인 선교사 모임인 아미칼(AMICAL : Asociacion de los Misioneros Coreanos Catolicos en America Latina)에 확인된 바로는 2012년 현재 라틴아메리카 12개국 80군데가 넘는 지역에서 한인 선교사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11개 교구에서 사제가 파견되었습니다. 5개의 교구에서는 교구 간 직접 파견(피데이 도눔)을 하였고, 그 밖에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등과 같은 선교회 지원사제로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선교회나 수도회 자체에서 파견하는 한인 사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포사목이 아닌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제는 40여 명에 달하며, 해마다 새롭게 선교사제가 파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약 40개의 수도회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150여 명의 한인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으며, 더 많은 수도회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선교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인 선교사제들의 활동

 

한인 선교사들 중 사제들은 대부분 성사집행, 본당과 공소 관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본당구역이 넓고 공소가 많아 다양한 사목을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각 공소의 교리교사를 교육하고, 지역민들의 생활 지원을 위하여 협동조합이나 기술학교, 아동들을 위한 탁아소 등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이나 성당 단체활동을 조직하여 이끌어가기도 합니다.

 

현지 교구장과의 사이도 원만하여 한인 사제들에 대한 신임도가 높으며, 전공에 맞춰 현지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영성담당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본당은 현지인 사제가 맡고, 경제적으로 극심한 가난을 경험하는 지역 본당은 주로 외국인 선교사제가 맡아서 운영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한인 선교사들은 칠레처럼 현지인 사제가 범죄다발로 회피하는 지역에서 선교를 하기도 하고, 에콰도르와 페루처럼 고산이라 힘든 지역이나 최빈곤층 지역에서도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한국외방선교회에서 애니깽 출신의 한인 후예들과 마야족이 살고 있는 밀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과테말라에서는 청주교구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대도시의 불우가정을 위한 아동센터와 현지인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파나마에서는 천주교서울국제선교회에서 선교를 희망하는 신학생들을 현지에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대구대교구에서 지속적으로 한 지역을 맡아 본당에 준하는 공소들을 묶어 본당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인근 국가들의 수도자들을 초청해 평신도 선교사와 함께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경우에는 의정부교구에서 이웃본당을 동시에 맡아 서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공소방문을 위한 이동수단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말을 타고 다니거나, 때로 카누를 타고 선교지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사륜구동의 차량을 확보해야만 공소방문이 가능한 지역들이 많습니다.

 

선교사제의 활발한 활동으로 대부분의 본당은 자체 운영이 가능하지만, 사제의 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교구나 선교회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한인 수도자들의 활동

 

수도자들은 가난한 지역에서의 의료봉사, 아동교육, 여성교육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역을 위한 사회봉사와 함께 교리교육과 성경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의 활동은 물론, 공소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제가 상주하지 않거나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공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예식을 이끌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수도자들이 수지침 등을 이용한 한방치료를 통하여 병원에 가기 어려운 빈곤계층에게 혜택을 주고 있으며, 진료를 기다리는 이들을 성경공부로 이끌면서 영적 치유와 선교를 동시에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은 데 비해, 기존 탁아시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도자들이 공부방, 탁아소, 학교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선교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탁아소와 공부방에 대한 호감도는 높지만, 함께 일하는 보모나 교사들에 대한 처우문제 등 노동현실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복지도 선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 여성에 대한 차별과 가정폭력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센터를 운영하고, 산모교육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빈민들을 위한 급식소를 운영하는 곳도 많으며, 현지 신학교에서 전문분야를 강의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기대하며

 

라틴아메리카는 우리보다 먼저 선교가 이루어졌고 가톨릭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한 지역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1992년 콜럼버스 도착 500주년을 기념하여 도미니카에 방문하셨을 때에도 새로운 복음화를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생활이 사회적 통과의례가 되어버리고, 성사생활이 미신적 요소와 결합하고, 강한 성모신심으로 마리아교라는 오해를 받고, 성인신심이 지나친 것도 선교사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500년 전 대륙에선 최초의 교구로 설정된 파나마의 다리엔이 지금도 교황청 직속 대목구이지만, 아직도 예수님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정글에 존재하는 곳이 라틴아메리카입니다.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부님 뵙기를 앙망하고, 수도자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살지만, 성소자는 턱없이 부족한 곳입니다. 사제의 나눔을 실천해야 할 시급한 장소가 바로 라틴아메리카인 것입니다.

 

선교사가 절실히 필요한 땅이면서도 우리에게 선교교육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곳, 라틴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복음화가 꽃처럼 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송영호 안토니오 - 서울대교구 신부. 송파동본당 주임이며, 주교회의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송영호 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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