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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만남을 빼고는 말이 안 되는 50여 년 독일 함부르크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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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22 ㅣ No.913

[본당순례] ‘만남’을 빼고는 말이 안 되는 50여 년 독일 함부르크한인성당

 

 

주님 성탄 대축일에 함부르크 한인공동체를 찾았다. 성전 제대 앞에는 산타 모자를 쓴 사람들이 노래연습을 하며 성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삼십 명 정도 되어 보이는 남녀 어른 아이 구성원으로 다채로웠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사람이 ‘요셉마리아회’ 가족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이들로 인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는 교우들은 성탄미사를 하기 전에 벌써 설렘이 가슴 한가득 찬 듯했다.

 

 

예수성심성당의 3시 주일미사

 

주일에는 한인공동체가 독일 예수성심성당을 빌려 오후 3시에 미사를 봉헌한다. 한국말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온 사람들의 인사가 성전 안팎을 수놓았다. 대축일 미사가 이재혁 안드레아 아벨레니 신부의 정성스런 주례로 거행되었다. 영성체가 끝나고 요셉마리아회 가족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특송으로 교우들 가슴속에 평화와 감동이 전해졌다. 그리고 사제는 산타가 되어 아이들에게 자루에서 꺼낸 선물주머니를 전달하여 기쁨을 돋우었다. 교우들은 미사 후 다과를 나누며 성탄을 축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으로 로비를 채웠다.

 

 

만남성당의 평일미사와 신심단체 활동

 

마리엔돔 지역 건물입구에는 성당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다. 2층에는 스무 명 남짓 미사를 할 수 있는 경당과 주방, 회의실 2개와 사제관이 고리처럼 연결된 조촐한 구조의 만남성당이 있다. 회의실에서 만난 회장 한말조 마리안나, 남부회장 허채열 크리스티안, 여부회장 신유경 율리아, 전례부장 이순자 마리아, 그리고 여러 번 회장을 역임한 김진호 프란치스코와 최영숙 데레사 부부로부터 50여 년 절절한 나라 사랑과 공동체 사랑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목요일 저녁 7시 미사에는 <반석의 노래>를 이재혁 신부의 기타반주를 곁들여 불렀다. 마침 파리에서 공부하는 이재호 베드로 신부가 방문하여 미사를 주례했다. 경당에 빼곡한 교우들은 오래된 어른들과 유학생 청년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미사 후에 참관한 청년 레지오는 단원은 적지만 성모님을 향한 청량한 기도소리가 참으로 우렁찼다. 25년 동안 이어오는 레지오 마리애는 믿음의 샘 꾸리아 산하에 청년 사랑의 모후Pr.과 자비의 모후Pr.과 평화의 모후Pr.이 활동하고 있다.

 

 

52년 절절한 사랑

 

간호사, 광부, 영사관, 기타 등등의 일자리로 고국을 떠나 함부르크에 살던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와 노력이 우여곡절 끝에 마산교구 김차규 신부와 닿아 1971년 9월 17일 한인공동체를 설립하게 되었다. 2대 구병진 신부 때 매우 왕성했는데, 그 후에는 독일·서울대교구·광주대교구에서 맡았다. 2002년 다시 마산교구에서 11대 이제민 신부, 12대 서정범 신부, 13대 최태식 신부, 14대 최종태 신부, 15대 박철현 신부가 사목했다. 

 

소중한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해 누구랄 것 없이 몇 차례씩 회장직을 짊어지고, 다른 소임도 기꺼이 맡으면서 50여 년 세월이 흘렀다. 청춘을 불사른 지난한 세월 같지만, 사랑으로 이어온 시간이었다. 여기서 세례 받고 결혼도 했다는 최영숙은 어떤 분열도 우리의 미사를 통해서 용해시킬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했다. 무신론자였던 김진호는 부인 따라 입교하여 완전히 주님의 포로가 되었고, 자나 깨나 이 공동체의 안녕에 노심초사다. 30여 년 전 개신교에서 개종했다는 이순자는 우리말 미사가 얼마나 좋은지, 열악한 환경에도 사제가 계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벅찬 감정으로 말했다. 허재열은 청소년 때 교리공부를 하고 미루었던 세례를 여기서 받아 성가정을 이룬 것이 큰 기쁨이라고 했다. 한말조는 애태우는 교섭 끝에 함부르크의 첫미사를 수녀원 경당에서 바쳤을 때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

 

그래서 그들은 노년이 된 자신들을 돌아보며 세대교체에 대한 고뇌가 크다. 그러니 신유경을 바라보면 대견하고 고맙다. 독일로 유학 와서, 10년 전에 한인성당의 구성원이 된 신유경은 요셉마리아회에서 활동하다 이번에 사목회 부회장이 된 차세대를 이을 청년일꾼이다.

 

이재혁 신부는 지난해 7월에 부임하여 사목위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한인공동체와 독일 문화를 파악하는 중이다. 본당과 더불어 지방공동체 브레멘, 하노버, 오스나부르크에 매월 1회 그리고 노르웨이는 일 년에 2회 방문한다. 공동체의 청년활동에 주목하며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청년들을 ‘요셉마리아회’로 구성하고, 다른 청년들은 직장인과 학생으로 구분하여 소그룹으로 나누어 결속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1년 『만남50』 발간

 

한인공동체 설립 50주년을 맞아 1세대들은 은혜로운 만남을 기록했다. 청춘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소중히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 훗날을 당부하기로 했다. 거리두기로 큰잔치를 할 수도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본당뿐 아니라 4개 지방공동체가 한마음으로 기도를 봉헌했다. 그들이 감싸고 거두어 왔던 공동체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설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바치는 그날은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현재 함부르크에는 약 3천여 명의 교민이 있고, 교우는 380명 정도이다. 주일미사에 100~150명가량 나오던 수가 거리두기로 60~80명으로 줄어 걱정이었다. 그나마 이번 성탄미사에 130명이 모여 무척 고무적이었고,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좋아서 외쳤다.

 

예수성심을 주보성인으로 모신 한인공동체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본당의 날로 하여 기리고 있다. 연령회, 주일학교, 여성봉사회, 구역별 담당자들도 저마다 맡은 책임을 힘껏 보태며 이 공동체를 가꾸고 있다. 이재혁 신부는 월보 <만남>을 알차게 편집하여, 공동체의 동향을 공유하고 영성생활을 키우는 글도 게재하여 결속을 다지려고 한다. 사목회에서는 홈페이지를 잘 관리하여, 매번 미사나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우들에게 끈끈한 ‘만남’을 나누려고 한다.

 

[2023년 1월 22일(가해) 설(하느님의 말씀 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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