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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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전례미술칼럼: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 – 건축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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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16 ㅣ No.910

[전례미술칼럼]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 – 건축의 기획

 

 

성당 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성당을 지으면서 꼭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입니까?”라는 동일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일반 건축이든 종교 건축이든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는 누구든 이런 물음에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 사이에는 현실과 이상이라는 괴리만큼 차이가 있기에 기억하고 지키면 좋을 원칙 몇 가지만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모든 건축에는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다섯 가지 건축의 여정이 있습니다. 기획 - 설계 - 계약 - 시공·감리 - 유지 관리, 여기에는 각기 추구하고 상징하는 의미와 함께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과 원칙들을 숙지하면서, 건너뛰거나 가벼이 거스르지 않고 건축의 시작인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공과 유지 관리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준비 자세로 성실하게 임한다면, 그 건축이 지향하는 목적에 합당한 결과물을 얻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우선 기획 단계에서, 건축주는 무슨 건축을 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요구되는 공간과 쓰임새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기능을 충족시키되 그 사용 목적에 따른 명확한 용도와 크기의 분배, 절제도 중요하며, 외적으로는 멋있지만 지내기에 불편하고 유지 관리가 힘든 공간을 짓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건축주와 건축 관계자, 그리고 함께 하는 공동체의 의견 수렴과 조화를 먼저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건축이란 정말 하나 된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모두 같은 출발선 상에 서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건축주로서 기초 조사와 의견을 수렴할 때에는 극히 주관적이거나 강제성을 띠어서는 안 되고, 보다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건축 관계자들 역시 용도와 특성을 고려한 규모와 법규 검토, 그리고 실질적인 예산 운영 계획과 사업 일정을 무엇보다 우선 전문적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기획의 기초를 다지게 해야 합니다. 거기에 특별히 세대를 지나오면서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집이라는 목적의식을 확고히 염두에 둔다면 성경에 제시된 사명과 함께 나눔과 소통, 치유와 선교의 미덕으로 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축은 하면 할수록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보람되고 감사로운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또한 깨닫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올해 진행될 성당 공사 현장에서는 건축의 기본 원칙들이 지켜지고 각 공동체가 바라는 모든 선한 지향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내 생각에 의한 내 집이 아니라, 공동체의 다양한 의견 속에 일치와 신뢰로 가득한 하느님의 집을 짓고, 그래서 하느님이 기뻐하실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3년 1월 15일(가해) 연중 제2주일 서울주보 6면, 황원옥 마리아에스텔 수녀(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 가톨릭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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