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변화] 표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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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62

표양으로

 

 

주교 에우세비오가 관장하던 고을들은 모조리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는데, 오직 한 고을만 여전히 개종하지 않고 있었다. 이 고을은 아벨 쉬팀이라는 곳으로, 주민 모두가 귀머거리들이었다.

 

에우세비오는 우선 '황금의 입'을 가진 최고의 설교가 니스테로스를 아벨 쉬팀으로 파견하여 귀머거리 주민들을 개종시키도록 조처했다. 그러나 '황금의 입'을 가진 니스테로스는 불과 사흘만에 풀이 죽은 채로 돌아와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가 고상하고 아름다운 말씀을 들려 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벨 쉬팀 주민들은 하나같이 귀머거리라 내 설교를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에우세비오는 다른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는 학자 에바그리우스를 파견하여 아벨 쉬팀에 사는 귀머거리 주민들을 가르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학자 에바그리우스도 사흘만에 돌아와 똑같은 불평을 했다.

 

"나의 철학 지식이나 신학 지식은 아무 쓸모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귀머거리라서 나의 지혜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에우세비오는 이번에는 테이발트 사막에서 수도하는 고적자(孤寂者) 테오필로를 아벨 쉬팀으로 보내 고을 사람들을 개종시키도록 조치했다. 한 달이 지나자 아벨 쉬팀 고을 전체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소문이 에우세비오의 귀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반가운 에우세비오는 고적자 테오필로를 불러와서 물어보았다.

 

"황금의 입을 가졌다는 사람과 학자라는 사람이 이루지 못한 일을 어떻게 이룰 수 있었던가요? 아벨 쉬팀에 사는 귀머거리들을 어떻게 개종시켰느냐 이 말이오?"

 

테오필로가 대답했다.

 

"고을 사람들은 귀머거리라서 달변이나 지혜로는 가르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표양으로 가르친 겁니다."

 

[앤드류 마리아,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성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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