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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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공연예술과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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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2 ㅣ No.290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34) 공연예술과 스테인드글라스


빛으로 쏘아 올린 스테인드글라스 상상의 날개를 펴다

 

 

폴 매카트니의 월드투어에서 브라이언 클라크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를 활용한 공연예술이 펼쳐지는 모습. 스테인드글라스가 공연예술에 접목된 좋은 사례다. 출처 : 브라이언 클라크 스튜디오1.

 

 

올해 2016년은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으로 미술, 음악, 연극 등 교회의 각종 문화 행사가 한창이다. 그중에서 얼마 전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있었던 순교극 ‘요셉 임치백’을 관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야외에서 펼쳐졌던 이 극을 관람하면서 무대 바닥이나 전면 어딘가에 ‘극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질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직업병인지 그 순간에도 무대 예술에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이미지가 도입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서양에서는 이미 공연예술에서 스테인드글라스의 독립적인 역할이 주목을 받았다. 공연예술 일부로 포함된 스테인드글라스는 배경으로서 무대미술 개념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존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폴 메카트니 월드투어 공연에 선보여

 

영국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자신의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를 영상작업으로 전환해 공연예술에 접목한 바 있다. 그는 1983년과 1992년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월드투어 공연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를 이용한 무대미술을 선보였다. 그는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의 작품 이미지를 콜라주 형식으로 종합해 스테인드글라스 역사를 보여 주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영상 이미지로 제시하면서 강렬하고 인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이처럼 공연예술과 접목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브라이언 클라크가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를 영상으로 전환하여 제시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선보인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무대에 도입해 빛과 색의 효과를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2006년 4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던 타악기 연구자 최종희의 독주회 ‘봄, 그 빛과 소리’에서는 국내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공연에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이남규, 마르크 수사 등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의 주요 작품을 제작해온 ‘유리재’의 조규석 선생은 작곡가이자 타악기 연주가인 박동욱과 최종희와 함께 타악기의 소리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반사되는 빛의 조화를 탐색하는 공연에 참여했다. 이 공연에서는 부분적으로 강렬한 색을 넣어 제작한 1인치 두께의 달드베르(현대 스테인드글라스 기법)를 세 방향으로 길게 이어 설치한 구조물을 선보였다.

 

- 타악기 연구자 최종희의 독주회 ‘봄, 그 빛과 소리’의 한 장면.

 

 

한지와 유리화의 만남

 

작품은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 강렬한 색감과 무색투명한 유리의 부분들이 적절히 혼합된 형태로 이뤄졌다. 서양화가 방혜자의 시 ‘어둠과 빛’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봄, 그 빛과 소리’ 공연은 자연의 소리와 빛의 생명력을 주제로 두 연주자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여러 종류의 악기를 설치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소리, 곡식의 낱알이 굴러가는 소리, 대나무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들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가운데 작품 전면에 설치됐던 한지 걸개 작품이 사라지면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갑자기 한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며 색과 빛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황홀경을 무대 벽면 전면에 드리우게 된다. 나비의 형상 같기도 하고, 피어나는 꽃 같기도 한 추상적인 색 그림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자연의 소리에 몰두해 있던 관객들은 시각적인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지는 빛의 극적인 연출은 보통의 어두운 그림자와는 달리 다채로운 색상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투명한 색유리 작품을 통해 극대화됐다.

 

이처럼 공연예술과 접목된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은 탈 장르 형태의 공연 문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영상, 퍼포먼스 등과 결합한 다양한 실험적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10월 2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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