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동사목] 한국 가톨릭노동청년회 현주소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24 ㅣ No.590

한국 가톨릭노동청년회 현주소


“부활하는 가노청 … 청년 노동자 당신을 기다립니다”

 

 

한국을 방문한 국제가톨릭노동청년회 조셉 마리아 신부가 서울대교구 가톨릭노동청년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동’이라는 단어에는 1970~80년대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묻어있다. 당시 이 땅에 새 역사를 쓴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노동 청년들이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청년 노동자’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청년 노동자 대신 ‘대학생’이, ‘취업준비생’이, ‘고시생’이, 이도 저도 아니면 ‘아르바이트생’이 가득한 세상이다. 하지만 ‘청년 노동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88세대’로 분류되는 ‘노동자’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경계인들, 그리고 직장인들을 비롯해서 여전히 이 세상에는 변형된 형태의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의 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에는 국제가톨릭노동청년회 조셉 마리아(Josep Maria Romaguera Bach) 신부가 9월 22~28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국제가톨릭노동청년회 아시아국제회의에 앞서 한국을 찾아 한국가노청의 현실을 둘러보고 갔다. 조셉 마리아 신부를 만나 가노청운동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고, 동시에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의 현 주소도 점검해봤다.

 

‘가톨릭노동청년회(JOC · 가노청)’하면 떠오르는 것이 1970~80년대 치열했던 청년 노동운동의 역사다. 가노청이 설립된 1958년으로부터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땅의 노동현실은 참 많이도 변했다. 군부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노조운동에 동참하면서 복음화 방식에 대한 의견차로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 노동 영성의 불꽃을 뜨겁게 타오르게 했던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1990년대를 거치며 ‘청년 노동자’를 잃어버렸던 가노청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변화된 시대와 함께 정체성과 방법론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주춤거렸던 가톨릭노동청년운동이 다시 불붙고 있는 조짐이 엿보인다. 가톨릭노동청년회 서울지부 인터넷 동호회 ‘까르딘 청년회(http://club.cyworld.com/ycwseoul)’가입자 수가 150명에 육박하고 있고, 실제로 왕성한 오프라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도 50~60명에 달한다. 2002년 서울 노량진에 작은 센터를 열고, 다시 가노청의 명맥을 잇고자 모였던 회원 수 10여 명에 비한다면 9년 사이 열 배가 넘는 성장을 한 셈이다.

 

노동운동에 앞장서오던 가노청 전국연합회가 해체된 것은 1999년의 춘계 주교회의의 결정사항이다. 각 교구별 가노청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이후 가노청 규모는 축소되기 시작했고 2004년 경에는 가노청 전국 모임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2006년 말에 광주대교구 가노청이, 2008년에는 인천교구와 마산교구 가노청이 사라졌다.

 

가노청의 명맥을 가까스로 유지한 것은 서울대교구 가노청이었다. 2002년에 노량진 본부 건물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마련해 청년 회원들을 모집했다. ‘까르딘 청년회’라는 애칭도 붙여 친근감을 더했다.

 

2000년대 들어서 가노청운동은 ‘노동’ 중심에서 ‘신앙’ 중심으로 옮겨왔다. 팀 회합 중심으로 가노청운동을 내면화해, 가노청 영성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관찰 · 판단 · 실천’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꾀하고, 나아가 공동체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꾀한다는 가노청 기본 운동방식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노청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했지만, 기본적으로 가노청운동은 노동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 산업 구조와 사회 현실로 비춰봤을 때, 현재 가노청운동을 ‘관찰·판단·실천’을 통한 복음화 중심의 회합과 미사·피정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도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노청의 주인인 청년들의 ‘공감’ 없이는 가노청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가노청운동은 청년들의 공감을 얻고, 다시 가노청 영성을 세우는 데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06년 대구대교구 가노청이 다시 조직됐고, 인천교구 소속 청년들이 가노청 활동을 위해 서울대교구 가노청 회합을 찾아올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가노청 이정선(마리아그라시아) 회장은 “가노청 회합을 통해 복음이 주는 기쁨과 그를 통해 사회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의미에 대해서도 찾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해오는 회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복음적인 시각에서 이 현실을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가노청 운동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에서부터 35세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층 회원들의 공감을 얻으며 점차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까닭은, 변화하는 노동 현실에 따라 변화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변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국제가톨릭노동청년회 지도 조셉 마리아 신부


관찰 · 판단 · 실천 통해 ‘사회 정의’ 확립해야

 

 

조셉 마리아 신부.

 

 

조셉 마리아 신부는 “가노청의 운동방식은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가노청의 행보가 타당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증언이다.

 

9월 22~28일 필리핀 부투완에서 열리는 국제가노청 아시아회의 참석에 앞서 방한한 국제가노청 지도 조셉 마리아(Josep Maria Romaguera Bach·스페인 출신) 신부는 “가노청은 청년들의 단체이기 때문에 늘 새롭다”고 거듭 강조했다.

 

“Young Christian Workers(젊은 가톨릭 노동자). YCW. 이것이 바로 가노청의 정체성입니다. 교회는 세상 모든 곳을 복음화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고, 때문에 이 청년 노동자들 또한 복음화의 대상이 되지요. 청년들이 자신들이 처한 노동현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자기 자신과 이 세상을 복음화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국제가노청의 역할입니다.”

 

조셉 마리아 신부는 대륙별 가노청 운동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시아 대륙은 가노청뿐만 아니라 미래 교회의 중심이 될 곳”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많은 소중한 가치들을 간직하고 있지만, 동시에 화려하고 견고한 옛 역사 속에 갇혀 새로운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오랜 식민지 생활을 거친 남미는 가능성이 많은 나라입니다. 민족적 자긍심도 많이 회복했고요.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대륙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우도 비슷해요. 오랜 식민생활로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많이 파괴됐지요. 사회적 인프라도 열악하고요. 하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노동 청년들이 리더가 될 준비를 마치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아시아 대륙은 보편성이나 인간성 그리고 종교적 신심을 잘 간직한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미래가 아시아에 달려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7일 서울대교구 가노청과의 만남을 가진 조셉 마리아 신부는, 강의를 통해 가노청 기본 정신과 활동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진행했다.

 

“가노청의 기본은 ‘관찰·판단·실천’입니다. 이것이 가노청 내부에서 진행되는 것이 ‘액션’이고, 그 활동을 가노청 외부로 확장하는 것이 ‘액션 캠페인’이죠. 관찰·판단·실천과 반성을 반복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로 가노청의 기본 정신이자 방법론입니다. ‘한 사람의 청년 노동자는 세상의 온갖 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귀하다’는 까르딘 추기경(가노청 설립자)의 말씀처럼, 청년 노동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모든 액션이 시작되지요.”

 

때문에 조셉 마리아 신부는 국제가노청의 중추적인 역할은 ‘리더 양성과 회원 교육’이라고 말했다. “가노청 운동을 통해 이 사회에 정의가 바로 서고, 인간의 존엄성이 올라가고, 형제애가 증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조셉 마리아 신부는, 추석연휴 기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방문하고, 전남 담양에 위치한 고(故) 도요안 신부의 묘지를 찾아 도 신부를 추모하는 시간을 보냈다. 16일 주교회의를 방문해, 한국 주교회의가 국제가노청 아시아회의를 지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 뒤, 17일 서울대교구 가노청 회원들과의 만남을 갖는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낸 후, 18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이번 조셉 마리아 신부의 방한 일정에는 국제가노청 회장 박효정(세라피나·30)씨도 동행했다.

 

22~28일 열리는 국제가노청 아시아회의에는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방글라데시·캄보디아 등 7개 국이 참석하며, 한국대표단 장경민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사목담당)와 서울대교구 가노청 김성대(데오그라시아) · 곽낙용(미카엘라)씨가 회의 참석을 위해 22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가톨릭신문, 2011년 9월 25일, 임양미 기자]



2,19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