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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3: 교회헌장 해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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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2-06 ㅣ No.244

[공의회는 진행 중…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 (3) 교회헌장 해설 (상)

교회 본질 · 사명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문헌


2012년 신년기획 ‘공의회는 진행 중-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가 총론에 이어 공의회 4개 헌장을 전문가 해설로 풀이해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4개 헌장을 현 시대 신학자들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공의회 정신을 재발견하는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한국교회 모습을 함께 가늠해 보고자 하는 취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공의회 문헌 중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전례헌장 Sacrosanctum Concilium),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교회헌장 Lumen Gentium),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계시헌장 Dei Verbum),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사목헌장 Gaudium et Spes) 등 4개 헌장을 발표했다.

교회헌장을 필두로 전례헌장, 계시헌장, 사목헌장 순으로 게재될 4개 헌장 해설은 각 헌장 당 2회에 걸쳐 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며, 해설은 신정훈 신부(가톨릭대 교수, 교회헌장), 윤종식 신부(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 주임, 전례헌장), 안소근 수녀(가톨릭교리신학원 가톨릭신학연구실장·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계시헌장),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목헌장)가 맡는다. [이주연 기자]


개요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교회에 관한 사목헌장과 대별되어 일반적으로 ‘교회헌장’이라고 불린다)은 그 빛을 받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사명을 지닌 교회의 본질과 구성원에 대해 서술한다. 교회헌장은 이천 년의 교회 역사 가운데 교회가 자신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문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교회는 오랫동안 그릇된 가르침을 거스르고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하느님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물음이나 은총과 구원에 관한 문제를 다뤘지만, 정작 그러한 가르침을 펼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유할 기회가 없었다. 특히 서양에서 교회는 사회를 지탱하는 의심할 나위없는 당연한 존재로 여겨졌기에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사실 제기될 이유가 없었다. 교회가 자기 자신에 대해 논구하기 시작한 것은 종교개혁 이후 세속화와 근대화를 겪으면서 교회가 자신을 사회와 구분되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자신을 객관화하기 시작한 이후이다.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권을 다룬 제1차 바티칸공의회처럼 교회가 자신의 일부 구성원에 대해 논구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전체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이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헌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성되었는지, 또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교회헌장이 지금 교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교회헌장은 많은 신학적 토론과 수정을 거쳐 1964년 3차 회기에 가서야 확정 선포됐다.


생성과정과 구조

교회헌장 역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다른 문헌과 마찬가지로 공의회 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초안이 교부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러 번의 신학적 토론과 그에 따른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의회의 문헌으로 확정, 선포되었는데(1964년 11월 21일), 이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교회헌장의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도표 참조〉

먼저 준비위원회에서 작성된 초안을 보면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나는데, 하나는 교회헌장에 공의회 시작부터 공의회의 핵심 관심사가 집중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안이 제1차 바티칸공의회가 계획했지만 완성시키지 못한 교회에 관한 헌장을 확장 완성시키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초안은 교회에 관련된 수많은 주제를 나열하고 있다. 이를 한 문헌 안에서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다루기가 난해하였으므로 각 주제를 깊이 논구하기 위하여 이 초안으로부터 많은 문헌이 파생되었다. 후에 4장은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대한 교령으로, 5장은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으로, 6장은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으로, 9장은 부분적으로 사목헌장과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으로, 10장은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으로, 11장은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으로 발전했다. 즉, 공의회의 16개 문헌 중에서 8개 이상의 문헌이 직간접적으로 교회헌장의 초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까지의 공의회가 그릇된 가르침을 거슬러 정통교리를 수호하기 위해 열렸던 반면 어떤 이단의 위협도 없는 상황에서 열렸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의 내적 쇄신을 목적으로 하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공의회 안에서 교회헌장의 비중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교회가 누구인지, 또 교회가 어떻게 사목을 하고 교회 밖의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회헌장은 모든 문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초안은 이미 지적한대로 너무 많은 주제를 나열하고 있다. 1869년에서 1870년 사이에 열렸던 제1차 바티칸공의회는 전체로서 교회를 다룬 후 교계제도에 따라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하나씩 다루려는 의도를 가졌으나 긴박한 공의회 당시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교회의 구성원 중 교황에 대한 가르침만을 우선적으로 확정한 후 중단되고 말았다. 그 이후 교회는 그동안 금지해왔던 성서연구의 방법론에 대해 전환된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교도권에 대한 가르침을 새로이 할 필요와 근대를 지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국가와 교회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기존에 유럽사회에 집중되었던 그리스도교의 지평이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상황에 대해 응답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종합하자면 초안은 제1차 바티칸공의회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새롭게 추가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회기에 벌어진 토론에서 교부들은 ‘투쟁하는 교회’라는 표현이 세상에 대한 교회의 방어적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교회의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할 필요성과 교회를 법률적 시각보다 구원경륜적 시각을 가지고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에 따라 새로운 문안의 작성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이 작업에 이브 콩가르와 칼 라너가 신학자문위원의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문안은 초안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신학적 밀도를 더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한 수정안은 2차 회기에 상정되어 교부들의 열띤 토론의 바탕으로 이용되었다.

교부들은 수많은 제안을 통해 수정안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모습의 교회헌장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 중의 하나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쾰른 교구장인 프링스 추기경과 브뤼셀 교구장이었던 수에넨스 추기경은 공의회 문헌이 주교직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모든 세례받은 신자에게 공통되는 부분을 먼저 다루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따라 공의회는 수정안의 2장에서 모든 교회 구성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추출해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제목을 지닌 독립된 장을 구성하였다. 기존의 수정안은 마치 하느님 백성이 교계제도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성직자와 구분되는 평신도만을 의미한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나 최종안은 성직자나 수도자나 평신도라는 신분에 따른 구분에 앞서 모든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다른 특기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최종문헌의 5장인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이다. 구조에서도 이미 드러나지만 본래는 수도자 신분만을 다루고자 하였다. 교회 안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수도자들만이 완덕의 신분에 속하고 세속 성직자와 평신도는 완덕에 있어서 그 다음 가는 신분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부들은 이러한 관념에 맞서 수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자신의 신분과 처지에 따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화에 이를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7장이다. 공의회가 성인공경에 대해 언급할 것을 원하였던 복자 요한 23세의 유지에서 유래하는 이 부분은 순례하는 교회의 종말적 희망을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천상교회와 지상교회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현세의 교회는 그 구조에 있어서나 구성원에 있어서 불완전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의 보우하심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성되었다고 자만할 것이 아니라 순례의 길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이 장은 상기시키고 있다.

2차 회기에서 교부들은 밀도 높은 신학적 토론을 통해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접근하였으나 수많은 제안을 회기 내에 다 수용할 수 없었기에 교회헌장은 해를 넘겨 1964년 3차 회기에서 확정 선포될 수 있었다.

* 신정훈 신부는….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신정훈 신부는 2001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연희동본당 부주임을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로 봉직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2월 5일, 신정훈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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