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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2: 성당은 읽히기 위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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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8 ㅣ No.908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 성당은 읽히기 위해 지어진다


성당, 예수 그리스도를 전례로 상징하고 표현하는 건축

 

 

로마의 4대 대성전 가운데 교회의 수위권을 드러내는 수위 대성전인 라테라노 대성전(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내부. 가톨릭교회의 수없이 많은 뛰어난 성당은 풍부하고 미묘한 육화 원리를 물질의 ‘언어’로 표현해 왔다. 출처=ITALYscapes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가톨릭교회의 근본인 육화의 원리(incarnational principle)다. 하느님께서는 건축 등의 물질을 통해 당신의 뜻이 정확하게 표현되기를 기뻐하신다. 이로써 교회는 십수 세기를 거쳐 작은 세부에 이르기까지 건물이라는 물질의 형태로 교의와 가치 그리고 전례를 완벽하게 탐구해 왔다. 가톨릭교회의 수없이 많은 뛰어난 성당은 풍부하고 미묘한 육화 원리를 물질의 ‘언어’로 표현해 왔다. 이 육화의 원리를 완벽하게 보여준 성당을 우리는 위대한 성당이라 부른다.

 

 

성당, 가톨릭 신앙의 전달자

 

이 ‘언어’가 어떤 언어인가? 이 언어는 그리스도교가 교의로서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빵과 술이 되는 희생의 언어다. 따라서 성당은 가톨릭 신앙의 교의와 진리의 전달자요, 그래서 성당은 그 자체가 성사적이다. 그런데 초기 교회 신자들은 하느님의 집인 성당을 지었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혜롭게도 이 희생의 언어를 건축으로 번안했다. 이 언어는 초기 그리스도교와 중세, 르네상스와 바로크 그리고 종교 부흥 운동 시대를 거치며 계속 발전했다.

 

성당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첨탑은 하늘을 향하고, 입구 주변에 새겨진 무늬는 안에 있는 공간의 거룩함을 선언한다. 제대로 이끄는 통로와 좌우에 배열된 긴 의자는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이들을 실어 나르는 배의 통로이다. 제대는 성당이라는 건물의 심장으로서 따로 떨어진 공간 안에 놓인다. 숫자. 색채, 석조에 새겨진 동물과 식물, 유리화의 여러 장면 등, 이 모든 것은 하느님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가리킨다. 이렇듯 정도는 달라도 모든 성당은 읽히기 위해 지어졌다.

 

 

- 삼위일체 성당 외관(사진 왼쪽)과 내부, 1976년, 빈, 오스트리아. 출처=Wikimedia Commons

 


성당 건축과 가톨릭 성당

 

그러던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대부분의 신자는 이러한 감각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공의회의 문헌 때문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원인은 근대 건축과, 지난 수십 년간 그것에 영향을 받아 지어진 성당의 경향 때문이었다. 근대 건축은 추상성을 중시하며 장식 등의 상징적이며 이콘적인 요소를 과소평가했다. 아니, 이것을 과감하게 제거하기까지 했다. 물론 모든 시대에는 성화상 파괴자(iconoclast)들이 있었다. 그러나 미니멀한 특성을 위해 장식을 부정한 근대건축은 또 다른 성화상 파괴자였다. 이로써 가톨릭 전통을 말하던 많은 ‘언어’가 근대건축 이후 크게 무시되거나 노골적으로 폐지되었다.

 

라테라노 대성전(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은 로마의 4대 대성전 가운데 교회의 수위권을 드러내는 수위 대성전이다. 그러나 이 대성전의 벽, 천장, 바닥의 여러 상, 장식, 문양을 모두 삭제했다고 하자. 그리고 모든 면을 완전하게 추상적이며 평탄하게 다시 구성한다고 하자. 이렇듯 가톨릭 고유의 언어를 하나둘씩 지워가면 수위 대성전인 라테라노 대성전이라 할지라도 단순한 입방체로 급변하고 만다.

 

근대 건축의 영향을 받아 지어지는 성당 건축도 당연히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언어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는 성당 안의 여러 이미지와 상징은 물질에 시적인 의미를 더해 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이런 배경에서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성당 건축은 전반은 빈곤해졌다. 물론 오귀스트 페레의 랭시의 노트르담 성당, 루돌프 슈바르츠의 그리스도의 몸 성당,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경당과 라 투레트 수도원 성당 등 뛰어난 성당 건축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물은 뛰어난 근대건축 작품이기는 하나, 위대한 ‘가톨릭 성당’은 아니었다.

 

 

하느님 백성의 집

 

성당이 ‘하느님 백성의 집’인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건물을 기능 위주로 판단한 근대건축의 영향을 받은 탓인가, 교회는 ‘하느님 백성’을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너무 강조했다. 지난 60년 동안 성당 건물은 기능적이며 매끈하고 간결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이것이 큰 원인이 되어 성당에서 상징과 색채와 예술적인 질감이 점차 사라졌다. 그 결과 상징과 영적인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

 

근대 건축의 획일성이 크게 비판받자, 1960년대 후반에는 노출 콘크리트 등의 재료와 거친 질감을 그대로 외관에 노출하고, 거대하면서도 표현력이 풍부한 특이한 형태를 표현하는 건물이 많이 나타났다. 이를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 한다. 성당은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례로 상징하고 표현하는 건축임에도, 이 시기에 지어진 성당에는 건축가 개인의 취향으로 지어진 것이 많다.

 

그러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76년 빈에 지어진 삼위일체 성당(The Kirche Zur Heiligsten Dreifaltigkeit)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20세기 조각가의 한 명인 프리츠 보트루바(Fritz Wotruba)의 모델을 바탕으로 지었는데, 그는 기하학적 추상화를 위해 기본 형태인 입방체로 조형적 요소를 해체한 조각가였다. 이 조각가가 얼마나 유명했던지 지금도 이 성당을 보트루바 성당(Wotrubakirch)이라고 부르고 있다.

 

크고 작은 콘크리트 입체를 무더기처럼 쌓아 올린 듯한 이 성당은 추상적이다 못해 무심하고 냉정하다. 작은 것은 부피가 0.84㎥, 큰 것은 64㎥인 콘크리트 블록 152개를 종횡으로 얽혀 쌓았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블록은 높이가 13m나 된다. 내부는 산만하여 당신의 백성을 위엄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감싸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전례에 공간과 장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처럼 성당 건축사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기이한 건물로 나타난 것은 성당을 조형 능력을 나타내는 거대한 조각물 같은 것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고유의 ‘언어’가 사라지다

 

흔히 별생각 없이 오래된 성당의 이미지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쉽게 말하지만, 오히려 몇 세기 전에는 평범한 신자는 모두 성당을 ‘읽을’ 줄 알았다. 다시 말해 그들은 성당 안에 있는 예술 작품, 유리화와 제단 기물, 조각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판독할 수 있었다. 성당은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례로 상징하고 표현하는 건축이며, 따라서 공통의 정신적 형태를 공유하기 위한 언어를 담고 있었다.

 

문제는 이전에 있었던 전통적인 성당과 비교할 때, 근대 이후 지어진 성당이 점점 평범하고 따분하며 활기가 없으며 전례적으로 기이한 성당이 되고 만다는 데 있다. 왜 이런 성당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근대 건축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언어’를 지워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징을 제거하고 공허한 공간이 된 성당은 현대 문화의 한 측면을 대변할 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표현할 수 없다. 이는 가톨릭교회의 근본인 육화의 원리 크게 위반하는 일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사람은 이미지 없이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이 말을 적용하면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언어’를 지워간 성당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례 안에서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성당이라는 뜻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8일,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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