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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1: 쉽고 재밌게 하느님 접하게 한 천주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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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8 ㅣ No.637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1) 쉽고 재밌게 하느님 접하게 한 ‘천주가사’



천주가사란 무엇인가?


천주가사는 가톨릭이 18세기 한국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노래이자 문학작품이다. 이 용어는 서학사상의 천주(하느님)와 문학작품인 가사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천주는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린다고 믿어지는 초자연적인 절대자 하느님이시며, 천주교 신앙의 대상이다. 가사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발생한, 장편으로 된 긴 시가를 뜻한다.

가사는 고려 말과 조선 초에 발생된 문학 갈래이지만, 민중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생활 속의 노래로 가창되거나 음영되었다. 가사는 불교나 동학, 규방에서 대중성을 띠며 전파되었고, 조선중기에 창립된 천주교에서도 이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결국 천주가사는 교우들의 신심을 높이고, 교리실천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되었으며, 천주교의 선교를 위해 활용되었다.

천주가사의 저작자들은 민중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삶에 다가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4.4조나 7.5조로 만들어진 천주가사는 노래를 좋아하던 우리민족의 성향에 의하여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부르게 되었다. 이 당시의 노래란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전통적인 우리가락의 소리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천주가사란 천주교의 긴 교리내용을 우리가락에 맞추어 부른 노래, 즉 초기의 우리가락 성가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잘 모르는 서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하느님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토착화된 노래가 바로 천주가사인 것이다.


저작자와 가사집

천주가사의 저작자는 이벽, 정약종, 최양업 신부, 남종삼, 민극가 성인 등으로 밝혀졌지만,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는 창작과 동시에 기록되는 오늘날과 달리 작자를 밝힐 수 없는 박해시대의 특성과 제도상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미 밝혀진 작자도 논란이 되어 번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주가사는 하성래(1985)의 연구에 의하면 발생기(1779~1801)- 발전기(1801~1876)- 반성기(1876~1930)로 구분된다. 발생기에는 「만천유고」라는 작품집이 있는데, 만천은 우리나라 최초로 영세를 받은 신앙선조 이승훈의 호이며, 그 안에는 천주가사인 <천주공경가>와 <십계명가> 등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2014년 7월 윤민구 신부의 연구에 의하여 필사시기와 작가가 모두 가짜임이 밝혀졌다.

발전기에는 최양업, 민극가 성인에 의한 <사향가>, <삼세대의> 등의 천주가사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최양업 신부의 작품으로 소개되었으나, 차기진에 의하여 삼세대의는 성민극가 스테파노의 작품임이 밝혀졌다.

반성기에는 양적으로 많은 천주가사가 창작되고 개인적인 영성이 심화된 자탄가적 성격의 가사들이 출현하였다. 이러한 가사들은 가톨릭의 기관지인 「경향신문」과 부록인 「보감」(1906), 「경향잡지」(1911)등에 발표되었지만, 1930년대 이후 점점 쇠퇴하여 현재는 맥이 끊긴 상태이다.

천주가사는 필사본과 교회출판물에 수록되어 전하며, 김영수(2000년)는 그러한 원본과 이본들을 모두 엮어 「천주가사 자료집」을 만들었다.

자료집에는 필사본 53여 종의 가사집에 수록된 천주가사와 경향신문, 경향잡지, 천주교회보, 별, 가톨릭청년 등의 교회출판물에 소개된 천주가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이나 극히 일부 연구자들만 접할 수 있던 다양한 가사집이 두 권의 천주가사 자료집으로 출간됨으로써 일반인들의 접근이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천주가사의 필사시기와 저작자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음악적인 면에 국한하여 알아볼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천주가사의 의미를 시작으로 해서 노래로 불려졌던 23종 40곡의 특징을 차례대로 살펴볼 것이다. 그 특징에는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성, 한국 전통음악인 가사, 천주가사의 저작자들, 가창된 노래의 특징, 가사내용 등이 포함된다.

*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28일,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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