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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광복 70년 분단 70년15: 2000년 대희년과 한국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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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0 ㅣ No.734

[사진 속 역사의 현장 광복 70년 분단 70년] (15 · 끝) 2000년 대희년과 한국 천주교회


새천년기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다시 나다

 

 

2000년 10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 체육관 안에는 ‘2000년 대희년’ 대형 휘장이 내걸렸고, 수많은 평신도가 속속 몰려들었다. ‘새천년기 그리스도의 증인들-그리스도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라는 주제로 열린 대희년 전국 평신도대회였다. 새천년기를 맞아 열린 이 대회는 복음화의 제일선에 있는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새롭게 나설 것을 다짐한 자리였다.


2000년 대희년 당시 개최된 전국 평신도 대회 전경. 평신도들은 이 대회를 통해 순교 정신을 본받고 희년 정신으로 거듭나 사귐과 섬김과 나눔이 충만히 실현되는 복음적 공동체를 건설하려 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경제 암흑기에 신앙의 빛 전해

‘희년 중의 희년’이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 이후 외환 위기를 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전국의 평신도들은 이 대회를 통해 개인의 성화와 사회 복음화를 통한 평신도 사도직의 능동적 실천을 다짐하려 했다.

대희년 전국 평신도대회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만은 아니었다. 한국 천주교회의 평신도들은 이미 1996년 11월 평신도 주일부터 시작해 꼬박 3년간 한국 평협을 중심으로 ‘대희년 맞이’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었다. 환란을 극복하고자 ‘경제 살리기 범국민운동’과 ‘실직자를 위한 사랑 나누기 운동’,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으며,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북녘 동포 돕기 운동’과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희년 정신으로 거듭나 ‘사귐과 나눔이 충만히 실현되는 복음적 공동체’를 이 땅에 건설하려 했다.

2000년 대희년 전국 가정대회 중 ‘가족 간 사랑의 발씻김 예식’에서 송열섭 신부가 참석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구체적 틀 제시

그 의지는 1999년 10월 21일 열린 대희년 맞이 평신도대회를 통해 발표한 ‘평신도 선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거듭나고 △현세 질서의 복음화와 교회의 내적 쇄신에 헌신하며 △신자 된 의무와 도리를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생명 문화를 가꾸기 위한 가정 성화에 힘쓰며 △복음화를 위해 사도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민족 화해와 일치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그간 구호 차원에 그쳐온 평신도 사도직의 방향에 대한 이론적이고 실체적인 틀을 제시, 한국 천주교회 발전의 중심축으로서 평신도 상을 뿌리내리는 계기로 삼았다.

대희년 전국대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6월 25일엔 강원도 철원 월정리역 분단의 현장에서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가 열렸다. 7월 25일엔 대구에서 전국 청소년축제가, 9월 24일엔 경북 문경에서 전국 생명 환경 신앙대회가, 10월 14∼15일엔 꽃동네에서 전국 가정대회가 개최됐다. 이들 행사는 특히 당시 한국 사회와 교회가 당면한 과제를 희년 정신에 비춰 조명하고자 했고, 이들 전국 대회에서 채택하거나 결의한 선언문이나 다짐은 새천년기 한국 교회와 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했다.


아쉬움 남긴 가톨릭 생활 실천 운동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가장 아쉬운 건 2000년 대희년 당시 여러 전국 대회가 행사 자체로 끝났을 뿐 각 대회 정신을 생활 속 운동으로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교회의는 특히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경갑룡 주교)를 신설, 생활실천 운동으로 ‘새날 새삶’ 운동을 주창, 전국적인 운동으로 전개했음에도 희년 정신이 신자들의 삶에 녹아들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 운동은 △ 개인 차원의 ‘나부터 새롭게’ △ 가정 차원의 ‘참된 가정 이루기’ △ 사회 차원의 ‘좋은 이웃 되어주기’ △ 민족과 국가 차원의 ‘함께 가요 우리’라는 네 가지 기본 틀을 토대로 모든 일을 기도로 시작하기, 가족이 함께 사회에 봉사하기, 서로 돕고 나누기, 타 종교 존중하기 등 총 15가지 세부항목을 실천하도록 했다.

당시 새날 새삶 운동을 기획한 관계자들은 이 운동보다 더 나은 가톨릭 생활실천운동 규범이 나오기가 어렵다고까지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새날 새삶 운동 또한 대희년 한 해에만 이뤄졌을 뿐 신자들의 생활에 속속들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대희년 이후에까지 그 의미를 살린 후속 프로그램이나 사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이제 새로운 희년,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고 있는 한국 교회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15년 전, 2000년 대희년 실천 운동과 전국대회라는 역사의 거울은 또다시 희년을 맞는 교회에 많은 시사를 안기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오세택 기자]



“쇄신과 새 복음화 과제는 현재 진행형”


대희년 맞이 평신도 대회 연 류덕희 전 한국평협 회장

 

 

“대희년으로 시작된 새천년기는 교회가 희년 정신으로 쇄신돼 새 복음화의 주역으로 거듭날 것을 요청하고 있고, 우리 교회는 여전히 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2000년 2월까지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을 지낸 류덕희(모세) 전 회장은 “은총의 해, 곧 희년을 새롭게 선포하고 실현해야 할 과제는 하느님 백성 모두의 몫이지만, 특별히 하느님 백성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우리 평신도들의 과제”라고 말문을 뗐다.

류 전 회장은 그래서 “대희년에 앞서 성자ㆍ성령ㆍ성부의 해 3년간 우리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을 펼쳤다”며 “제자리 찾기 운동은 그러기에 신뢰 회복을 위한 ‘내 탓이오 운동’과 도덕성 회복을 위한 ‘똑바로 운동’, 아름다운 가정ㆍ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위한 ‘아가 운동’, 최근의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이르기까지 평협 차원에서 전개해온 여러 운동과 그 맥락이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이어 “1996년 11월 평신도 주일에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는 강론 자료를 통해 먼저 나부터 새롭게 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 자신의 변화를 촉구했는데, 이는 우리 자신이 변해야 그 변화된 삶을 통해 우리 주변과 세상을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한국 평협의 ‘제자리 찾기 운동’은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새날 새삶 운동’과 더불어 평신도들이 대희년을 의미 있게 맞이하고자 펼친 실천운동이었다”고 회고했다.

류 회장은 또 1999년 10월 열린 대희년 맞이 평신도대회에서 자신이 발표한 ‘평신도 선언’을 상기시켰다.

“당시 평신도 선언을 발표하게 된 것은 대희년과 새천년기에 요청되는 평신도 사도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개최된 사목회의 의안, 그중에서도 평신도 의안을 기초로 해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당면 과제를 평신도의 눈으로 진단하고 현재와 미래에 요청되는 바람직한 평신도 사도직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 것이지요.”

류 회장은 그래서 “대희년이 폐막된 지 15년이 다 돼 가지만 당시 평신도 선언은 지금 봐도 새롭다”며 “그러기에 대희년 당시에 제시됐던 희년 정신 실천 항목이나 결의는 오늘날에도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나눔’이야말로 희년 정신의 진정한 실천이라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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