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있는 정다운 곳 산호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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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8 ㅣ No.907

[본당순례]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있는 정다운 곳 산호동성당

 

 

대림 시기에 산호동성당을 찾는 골목길은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떠오르게 한다. 작은 마당의 성모상 앞 화초에 짚으로 방한복을 만들어 씌워 겨울 채비를 해놓은 모습이 정답다. 성탄이 다가오고 있다. 초라한 구유에 누울 아기예수님이 다가오신다. 별빛 따라 찾아온 목동들처럼 허리가 굽은 신자들이 띄엄띄엄 성전으로, 꾸역꾸역 모여든다. 젊은 사제는 연로한 신자들이 많은 자리를 향해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고 선포한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한다. 주님의 고리에 함께 이어지면 구속이 아니라 평화라고, 함께 잡고 가야한다고 강론한다.

 

 

기후위기, 신자들도 함께 깨닫게 되기를

 

김용 토마스 아퀴나스 주임 신부는 자연 보존과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신자들도 일상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십여 년 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남극에서 실험하는 것을 통해 지구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했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가 선포되고, 그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어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회용 물품을 쓰지 않도록 하고, “나를 따르라(요한 21,19)”가 적힌 장바구니를 신자들에게 배부하여 사용토록 한다. 작은 성당이지만 우리농 매장도 있어 좋은 몫을 하고 있다. 대림 특강에는 환경운동가를 초빙하여 ‘슬기로운 기후 시민생활’을 주제로 신자들의 의식을 깨우치길 바랐다.

 

청년이 귀한 본당에서 청년이 한둘 눈에 보여 지난해 3월 소그룹 모임을 가졌다. 성경말씀을 나누고 생활나누기로 공감대를 만들었다. 다섯 명 남짓이지만 이제 그들은 스스로 모임을 이어가려 하고 주일 저녁미사에서 전례도 맡으려고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적은 수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이곳은 주일학교 학생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게 눈에 넣고 알뜰살뜰 보살핀다.

 

 

역사를 쌓아올린 사제들과 신자들

 

손재곤 요아킴 사목회장은 10년 전 성당 리모델링 시에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설립 40주년에는 본당사 편찬위원장도 맡았다. 그전에 이 성당은 너무나도 허술한 건물외양으로 인해 부끄럽고, 신자들에게는 괜한 자격지심까지 생기게 했단다. 사제와 신자들이 성전과 교육관 재건축을 위해 똘똘 뭉쳤다. 세대 당 평균 신립기금을 정하고 호소했다. 9개 본당을 찾아 후원금을 모으려는 노력이 있었고, 물건 판매를 해서 건축비에 보태려는 끝없는 ‘본당사랑’이 이어졌다. 모두의 사랑으로 이룬 성전이 완공되고, 성전으로 오르는 승강기가 설치되어 연로한 신자들의 걸음을 도왔다. 교육관에는 사제관, 수녀원, 사무실과 회합실, 주방이 제대로 갖춰졌다. 그래도 여전히 작긴 하지만, 따뜻한 울타리가 되었다. 백희선 크리스티나 부회장도 맞장구쳤다. 처음에는 주방이 없었던 터라 정화조 위에서 꿇다시피 하여 음식을 장만했던 시절이 있었단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젊을 때는 그저 기쁘고 잘 헤쳐 나갔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현재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으니 봉사자도 노령화되어 환경개선이 절실했다.

 

모여 앉은 신자들은 때때마다 영성적으로 큰 울림을 준 사제들을 기억해 내고, 건축으로나 행사들로 동고동락했던 사제들을 그리워한다. 김용 신부는 부임하여 구역·반 편성을 새롭게 했다. 신심단체도 점검하여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신자들을 공동체 가까이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던 흔적을 씻어내려 한다.

 

 

천만 원 더 내기 운동

 

산호동성당은 2022년부터 사제와 사목위원들이 합심하여 <천만 원 더 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일 봉헌금 천 원 더 내기’와 ‘월 교무금 만 원 더 올려 내기’를 합친 ‘천만 원’이다. 노령층이 워낙 많아서 천 원, 만 원도 조심스런 제안이지만 실행에 옮겨 보았다. 모든 신자가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마음으로 보태어서 긍정적인 성과에 이르렀다. 2023년 새해에도 이 운동은 이어진다. 더 탄력을 받아 더 많은 신자들이 둘 중에 하나라도 실천하기를 희망한다.

 

본래 예산이 빠듯한 본당이라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신자들에게 찬조를 요청했고, 수월하게 빨랑카를 모아 순조롭게 일을 치렀다. 찬조문화가 밴 ‘우리 성당’이라고 사목회장이 자랑한다. 돈뿐만 아니라 기도할 일이 생기면 전 신자의 기도가 모인다고 부회장도 자랑한다. 성당에 일이 있어 연락을 받으면, 같이 나와서 체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함께 자리한 자매도 칭찬하고 자랑한다. 특히 사목위원 비율이 7:3으로 여성들이 훨씬 많아 실행력이 매우 빠르다고 한 목소리로 의견을 모은다.

 

 

용트림은 아니라도

 

마스크로 입을 막은 동안 만남과 나눔도 막혀 있었던 만큼 지난해는 서서히 분위기를 깨우기로 했다. 6월 본당의 날에는 모처럼 점심식사를 나누었고, 노래자랑도 했다. 7월 주일학교는 성당 내에서 여름캠프도 즐겁게 치렀다. 8월 사목위원 연수도 야외로 나가서 힘을 북돋우었다. 9월에는 견진성사가 있었고, 용트림 같은 움직임은 아니라도 조금씩 예전 같은 공동체로 되돌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가진 본당, 새로운 마음으로 함께 나가자고 사제는 희망한다. 새해에는 어떻게 4,50대 신자들을 성당으로 모시고 올 것인가? 란 과제를 안고 있다고도 한다. 자신도 마산사람이라는 김용 신부는 마산사람들 특유의 고집을 안단다. 그 고집이 이 본당을 이끈 원동력임을 인정하고, 이분들의 프라이드를 존중하며 기를 살려야겠다는 의지를 가진다.

 

[2023년 1월 8일(가해) 주님 공현 대축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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