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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철학과 과학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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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5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철학과 과학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 것일까?


철학과 과학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 것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문이 발달해온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화적 세계관을 넘어 인간이 지닌 지성적 능력으로 이루어진 체계가 철학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기억해보자. 철학은 인간과 다른 능력이나 어떤 인간 외적인 힘이나 원리에 근거해서 이루어가는 작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철저히 인간적이며 학문적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을 떠나서는 철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철학적 사유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지니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철학적 사유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업이 학문적 체계를 지니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직은 학문적 의미에서의 철학은 아닌 것이다.

철학이 처음 “자연의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음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런데 이들 초기 철학이 자연에 대해 확정된 지식을 밝혀내었는가? 예를 들어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으며, 누구는 불이라고 했으며 또 누구는 물, 불, 공기, 흙이란 4대 원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은 수많은 대답을 제시했다. 이 대답들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철학적으로 볼 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지성으로 이런 질문에 대답을 제시해보려 했다는 데 있다. 철학은 자연에 대한 질문을 매개로 펼쳐간 인간 지성의 근원적 이해의 노력이라는 점에 그 본질적 특성이 있다. 이 점에서 철학과 자연과학은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다. 이러한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철학이나 과학의 본성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인간 존재와 존재의 진리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 물리학자라 불리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0년 출판한 책 「위대한 설계」에서 우주와 물질의 현상에 대한 자연과학적 지식을 한 권으로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적으로 호킹은 탁월한 지식을 지니고 있지만, 철학적으로 무지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이 책의 서두에서 그는 자연의 근거와 현상을 설명하는 데 철학이 합당하고 타당한 지식을 확정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기에 이제 종말에 처했다고 말한다.

그가 이해하는 철학은 자연에 대한 지식을 밝히는 학문이다. 그것은 자연을 이루는 궁극의 물질에 대한 정답, 사실적인 지식을 제시하는 학문을 말한다. 그러한 학문은 자연과학적인 지식, 이른바 객관적이며 정합적인 지식에 관계된다. 그러나 철학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지식이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존재와 연관하여 어떤 지평에서 의미를 지니는지 해명하려는 노력이다. 철학은 진리를 말하지만 그 진리는 객체적이거나 정보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와 관계된 진리이다. 과학이 객관적 대상에서 특정한 지식을 찾는다면 철학은 그 지식의 근거와 원리, 그 의미와 그러한 맥락에서의 진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호킹이 자연과학과 연결지어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더 이상 신의 존재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0월 28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 가톨릭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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