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인간의 성(性)과 피임(避姙)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09 ㅣ No.1319

[생명사랑] 인간의 성(性)과 피임(避姙)

 

 

유다가 오난에게 말하였다. “네 형수와 한자리에 들어라. 시동생의 책임을 다하여 네 형에게 자손을 일으켜 주어라.” 그러나 오난은 그 자손이 자기 자손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수와 한자리에 들 때마다, 형에게 자손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고 그것을 바닥에 쏟아 버리곤 하였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이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하였으므로, 그도 죽게 하셨다.(창세기 38장 8-10)

 

창세기에서 야곱의 네 번째 아들인 유다는 수아라는 가나안 사람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여 세 형제를 낳았는데 에르, 오난, 셀라였습니다. 첫째 아들 에르가 성장하여 유다가 아내를 얻어주었는데 그가 타마르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에르가 악하였기에 죽게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형이 자녀 없이 죽게 되면 시동생이 형의 자손을 잇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난은 형 에르의 아내인 타마르와 잠자리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난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성서에 처음으로 오늘날 피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느님은 오난의 행동을 악하게 여기시어 그를 죽게하셨습니다.

 

조금은 민망한 성서구절입니다만 구약성서에서도 피임은 악한 행동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의 성(性)과 관련된 피임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합니다.

 

 

부부 사랑은 인간을 풍요롭고 성장하게 해

 

성(性)에 관한 올바른 이해와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이러합니다. “성(性)은 인격을 구성하는 하나의 기본적 요소로서, 사람이 존재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친교하고,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인간적 사랑을 주고받는 양식의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성(性)에 대한 교육은 사람의 인격형성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성(性)에 의하여 생리적,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한 사람인 남자 또는 여자가 되게 하는 특성을 갖으며 각자의 표현을 통해 자기의 고유한 성(性)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처럼 서로 다름을 지닌 성은 각자의 소명에 따른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에 응답할 수 있도록 서로 돕게 됩니다. 다시 말해 “남성성과 여성성은 상호보완적인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 안에 새겨주신 사랑에 대한 능력을 완전하게 되도록 합니다.”

 

또한 인간의 성(性)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셨을 때, 보시기 ‘참 좋았다’하신 창조 선물 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사랑의 관계입니다. 따라서 사랑으로 인도되고 승화되며 완성에 이르는 하는 성은 참 인간다운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혼인에서도 이 같은 사랑이 존재할 때 육체를 통한 자기 증여는 상호보완성과 전체성을 표현하게 됩니다. 즉 부부 사랑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동시에 사랑의 문화,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1)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인간의 고귀한 가치인 성(性)에 대해서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거나 이처럼 함부로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피임행위입니다. 피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피임(contraception)이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성행위 전후나 성행위시 어떤 도구나 약을 사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contra-ception은 ‘contra’는 ‘~에 반대하여, 대항하여’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임이란, 임신을 ‘피한다’는 우리말의 뜻과 달리, 임신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미를 가진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행위의 윤리적 의미는 잘 알려진 것처럼, 남녀의 성행위에 담긴 사랑의 의미와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교황 바오로6세의 회칙 ‘인간생명’에서 밝힌 피임에 대한 가르침은 부부의 성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부부 관계를 벗어난 성행위의 경우 피임 여부와 관계없이 교회가 말하는 성행위의 의미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부부 사이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책임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는 성행위가 사랑의 행위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밖의 관계에서 행해지는 성행위와 피임은 남녀 사랑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임은 성(性)과 사랑과 생명의 축복을 거부하는 행위

 

더욱이 피임은 인간의 소중한 성(性)을 쉽게 쾌락의 도구가 되게 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의 몸이 도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성적 쾌락은 일차적으로 육체적 쾌락이므로 그것을 얻기 위해 성행위를 한다면 결국 육체적 쾌락을 위해 몸을 사용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성(性)에 있어서는 여성의 몸이 도구가 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TV나 인터넷에서는 여성의 몸을 시각적 즐김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때 그 여성의 내면이나 인격은 소외되며, 오직 그 사람의 겉모습, 즉 몸만이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피임약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① 피임약을 복용해 여성이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정상적인 가임능력을 비정상적인 불임의 상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피임약은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보기 위해 더욱 심하게 여성의 호르몬 균형을 교란시킵니다. 즉, 여성의 몸이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변형시키는 물질/도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② 피임약을 사용함으로써 남녀가 임신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행위를 조절할 필요를 덜 느끼는 관계로, 몸이 쾌락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기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③ 피임은 임신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행위 곧 생명을 거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낙태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피임행위는 인간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인 성(性)과 사랑과 생명의 축복을 인위적으로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오난의 행위에 대해서 하느님은 악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성은 하느님 사랑이 깃들고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장소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소명(munus)인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게 되는 인간에게 주신 매우 특별한 축복입니다.

 

---------------------------

1)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 인간의 사랑에 관한 교육지침, 1983, 요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6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3,46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