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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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혼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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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9-05 ㅣ No.1340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혼인의 사랑

 

 

결혼을 통한 사랑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가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갑니다. 서로 사랑은 하지만 혼인이라는 제도의 문턱을 들어서기를 주저주저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합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랑이 퇴색될까 두려워하고, 가정 형성과 자녀 양육이라는 책임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단순히 이 세대 젊은이들의 이기주의적인 속성 탓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미래에 관한 불안함과 젊은 세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이 혼인을 선택하기 어렵게 합니다.

 

사랑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더욱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저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이 혼인 제도의 길을 따르면 그 어떤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결합은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그 안정성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장의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사랑의 기쁨’, 131항).

 

결혼은 사랑을 억압하는 굴레가 아니라 사랑을 성장하게 하고 사랑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물론 사랑은 합의와 계약으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외적 합의나 혼인 계약을 넘어서 있는 신비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인간 자신이 근원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한계와 부족함 때문에, 사회적이고 가시적인 형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제도와 형식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수반하며 때때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며 과감한 모험을 감행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132항).

 

사랑의 맹세와 서약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이고 의지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공동체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됩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맹세와 서약은 단순히 두 사람 사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거행되는 혼인”을 통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됩니다.

 

사회적으로 확장된 맹세와 서약을 한다는 것은, 즉 혼인이라는 제도 안에서 행하는 “사랑의 공식적인 서약”은 “두 사람이 언제나 서로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며, 상대방이 매력을 잃어버리거나, 어려운 문제가 생기거나, 쾌락이나 이기적인 이익의 기회가 새로 나타난다고 하여도 결코 서로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132항).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감정으로서의 사랑에서 삶의 모든 차원에서 실현되는 더 넓고 더 깊은 사랑으로 승화하는 일입니다.

 

 

성장하는 사랑

 

사랑은 한순간의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은 함께하는 일상의 삶 안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사랑은 위험에 빠지기 시작합니다”(134항). 사랑의 의무와 책임을 단순히 강조한다고 해서, 혼인의 불가해소성이라는 교리적 규범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사랑이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혼인성사에서 오는 은총의 힘을 믿으며, 사랑의 성숙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사랑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의 한계와 결점과 불완전함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라는 부르심에 응답하며 사랑을 성숙시키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결합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더 건전한 것입니다”(135항).

 

사랑은 서로를 향한 말과 행동을 통해 성숙되고 성장합니다. 넓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낌없는 말과 “적절한 때에 하는 바른 말들은 사랑을 보호하고 길러줍니다”(133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가정 안에서는 세 가지 말을 반드시 하여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말은,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입니다”(133항). 이 세 가지 말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은 강압적이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고, 언제나 자기 성찰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일상의 행동과 태도를 통해 표현되고 성장합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다정한 행동과 태도 안에서 자랍니다. “다정함은 우리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면밀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때 구현됩니다.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올가 토카르추크,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다정한 태도를 훨씬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아낌없이, 더 부드럽게, 더 기쁜 마음으로 보이면서 끊임없는 사랑의 활동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응답할 때에만 사랑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134항).

 

 

말을 나누는 사랑

 

사람은 몸과 말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고 철학자 레비나스는 주장합니다. 사실, 사람은 몸과 말을 나누면서 관계를 맺고 사랑을 실현합니다. 부부의 사랑에서도 말의 나눔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랑은 참다운 대화를 통해 성장합니다. “대화는 혼인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방법입니다”(136항). 말을 나누지 못하고 그저 몸으로만 함께 하는 사랑은 습관적인 사랑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함께 살아온 시간과 몸의 기억들은 부부 관계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말, 진실한 말들을 나누지 못하는 부부는 자칫 생계 공동체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몸으로 함께 살아온 것 못지않게 말의 나눔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요청됩니다. 세상의 모든 대화가 그렇듯이, 부부 사이의 대화에도 기술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먼저 경청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인내심을 갖고 주의 깊게 듣는 것과 적절한 순간이 올 때까지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이 필요합니다”(137항).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태도가 절실히 요청됩니다. “배우자는 자신의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의 고통, 실망, 두려움, 분노, 희망과 꿈을 알아주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137항).

 

부부의 대화는 정답을 찾아가는 논쟁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을 먼저 이해해주는 데서 부부의 대화는 시작됩니다(138항).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애정”(140항)과 “자신의 좁은 생각과 견해에 집착하지 말고 생각과 견해를 바꾸고 넓힐”(139항)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한 부부 사이에도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139항 참조). 대화 내용보다는 감정의 조율과 대화 방법과 태도가 때때로 더 중요합니다. 가르치려는 말투와 태도,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꼬며 비난하는 말투와 태도가 부부의 대화를 방해합니다(139항 참조). 사실, 내용은 사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투와 태도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된 대화를 위해서 공부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알찬 대화를 위해서는 말할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합시다. 여기에는 내적 부요(富饒)가 필요합니다. 이 내적 부요는 독서와 자기 성찰, 기도, 우리 주변 세상에 대한 개방성으로 증대됩니다”(141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9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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