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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암투병 할머니 평생모은 재산 장학금으로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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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331

암투병 할머니 평생모은 1억 외대에 장학금으로 내놔

 

 

"총장님, 제 피가 묻은 돈입니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꼭 전해주세요."

 

지난 1월 방광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장경자(81) 할머 니가 23일 한국외국어대에 평생 모은 돈 1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함경남도 신북청의 아들 없는 집안의 여섯자매 중 둘째인 그녀는 보통학교 3학년 때 "딸년이 배우서 뭘 하느냐"는 아버지의 성화 때문 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18살 때 결혼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지만 1 년 만에 남편이 죽자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 친자식 하나 없이 홀로 된장 할머니는 "언젠가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30년 동안 하루 도 빠짐없이 한국외대와 이문동 골목길을 누비며 폐품을 모아 팔았다. 외대 앞의 허름한 집 문간방에 살면서도 배움에 대한 한은 잊지 못했 던 것이다. 새벽기도를 갔다 와서는 동대문구청과 이문동 새마을 사업 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장 할머니는 "새벽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박스, 신문, 구리, 전기 줄 등 보이는 것은 다 모았다"며 "폐품을 팔아 집 근처 은행에 1원짜 리까지 모두 저금했다"고 말했다. 겨울철 앓은 동상으로 할머니의 손 과 발은 제 모양이 아니었다. 발가락도 제대로 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방광암 판정을 받은 장 할머니는 수술도 곤란하고, 항암제 에 대해서도 신체 거부반응이 나타난다는 병원설명을 듣고는 지난 3월 31일 퇴원했다. 장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치료비로 다 쓸 것 같아 퇴원해 버렸다"고 말했다.

 

조카처인 김선래(48)씨는 "할머니는 먹는 것, 입는 것 하나 챙겨입 지 못하고 평생 검소하게 지내신 분"이라며 "할머니의 언니와 두 동생 이 장학금 기탁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나는 평생못 배웠지만 돈 때문에 재능을 피우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999년 4월 23일, 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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