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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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현대 영성: 종교 간 대화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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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14 ㅣ No.1848

[현대 영성] 종교 간 대화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Unity–in–diversity)를 추구한다

 

 

종교 간 대화는 모든 사람이 가톨릭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여러 종교의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와 화합을 목표로 한다. 모든 종교는 하나로 일치한다는 종교 혼합주의는 그릇된 이상주의이다. 진정한 종교 간 대화는 자신의 고유한 신앙고백을 벗어난 혼합주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합주의는 그 인위적 시도와 거짓된 속성으로 말미암아, 여러 다양한 종교 전통들의 만남을 끝내는 모순적 대립과 분열, 기만과 상호 반대에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청 종교 간 대화평의회와 인류복음화성의 1991년 공동 문헌 「대화와 선포」 48항에서도 진정한 ‘대화’란 거기에 임하는 양편 모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종교적 신념을 버리거나 축소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종교 간 대화의 진실성이란 서로가 자신의 신앙에 대해 온전한 믿음의 자세로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종교 혼합주의를 피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이웃 종교를 만나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기본적 소명을 먼저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자유의지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종교 안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자비를 나누며 사랑으로 일치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러한 진리와 사랑에로의 부르심과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지에 근거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명시적으로 세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구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선언하였다. 과거에는 세례를 구원의 확실한 보증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례는 구원의 완성이 아니라 구원의 시작이다.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의 최후의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를 보면, 양과 염소의 무리를 나누는 심판의 기준은 세례가 아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 즉 우리의 선행이 심판을 가늠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온 인류는 이미 구원을 받았다. 이것을 객관적인 구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나의 구원은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성취된 구원을 완성하기 위해 예수님과 일치되어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례를 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예수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셨고 그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셨듯이 우리 역시 교회의 다양한 성사 생활을 통해 은총을 얻어 굳건한 믿음으로 끝까지 사랑을 나누며 세상에 희망을 전해 주는 소명을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모두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 모두를 구원하시기 위해 침묵으로 기다려 주시는 자비로운 마음과 하나 되어야 한다. 자신을 넘어 영적으로 예수님과 하나 된 이들은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성숙한 이들은 나와 다른 너를 받아들일 줄 안다.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구원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이의 구원에 마음을 쓰시는 예수님의 그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마음으로 이웃 종교를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토마스 머튼은 종교 간 대화에 나아가는 이들은 자신의 종교 안에서 오랜 수행과 명상을 통해 영적인 성장을 이룬 이들에게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종교 간 대화 역시 단순한 이해와 교류를 넘어 더 깊은 영적인 수준으로 들어가야 한다. 교황청 종교 간 대화 평의회에서도 “종교 간 대화는 단순히 서로 간의 이해와 다정한 관계들을 형성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을 위한 상호 간의 증언 안에서 교류와 나눔으로 구성된 훨씬 더 깊은 영적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종교인들 가운데 극보수주의자들은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교회에만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모든 종교는 다 똑같고 어떤 종교를 믿어도 결국 다 하느님께로 갈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이를 종교 다원주의라고 하는데 가톨릭교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 모든 종교가 다 똑같을 수가 없다. 사이비 종교도 있고 유사 종교도 있다.

 

2011년 그리스도인들 간의 협의회에서는 “다원주의 세계에서 …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이 다른 종교인들과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쌓아가며, 더 깊은 상호 이해와 화해 그리고 공동선을 위한 협력을 증진하여야 한다”라고 결의하였다. 그리스도 교회는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연대하고 영적인 교류를 통해 세상의 치유와 평화의 건설, 그리고 공동선을 위해 협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2년 8월 14일(다해) 연중 제20주일 가톨릭마산 2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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