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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혼인 전 교육, 가정과 본당도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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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9 ㅣ No.797

[가정 - 사랑의 공동체] 혼인 전 교육, 가정과 본당도 함께해야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왔습니다.”

매월 둘째 주일 카나혼인강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듣는 말들이다.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도 참석하기가 쉽지 않은데 신자가 아닌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가정은 기적의 연속

먼저, 혼인강좌 앞에 ‘카나’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바로,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행하셨기 때문이라고….

혼인을 하고 가정생활을 한다는 것이 바로 기적의 연속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이 기적이요, 서로 사랑하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내어줌으로써 행복해지는 것 또한 기적이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것 또한 참으로 큰 기적이 아닌가! 교회는 이러한 혼인을 성사라고 가르치며, ‘가정 교회’라 부르고, 가정이야말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첫 번째 장소라는 사실을 선포한다.

카나혼인강좌에서는 필수적으로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부부는 생명의 전달자로서 창조주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 인공피임과 낙태가 큰 죄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자연출산조절법에 대해 가르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예비부부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가정에서나 본당에서 이런 교육을 받아본 일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혼인 전 교육의 부재는, 오늘날 가정생활과 신앙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한국사목연구소가 조사하고 발표한 ‘생명과 가정에 대한 설문조사’(2014년)에 따르면, 혼인 때, 성사혼을 한 경우는 29.4%, 관면혼을 한 경우는 19.2%에 불과했으며, 절반 이상인 51.4%가 성사혼과 관면혼을 둘 다 하지 않고 사회혼만 했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혼인 전, 혼인 준비 강좌 수강 여부에 대해 ‘있다’가 61%, ‘없다’가 39%로 나타났다. 혼인 준비 강좌를 수강하지 못한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41.8%), ‘강좌가 있는지 몰라서’(32.1%),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4.9%) 등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혼인 전 교육의 부재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가정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올바른 신앙생활을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구에서 시행하는 카나혼인강좌에 보내는 것만으로 혼인 전 교육은 끝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부모와 본당과 교구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혼인 전 교육을 해야 한다.


혼인 준비를 위한 3단계 준비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가정 공동체」라는 교황 권고에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혼인 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말씀하시며, 사목자들이 혼인을 준비하는 신자들에게 이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권고하셨다. 이는 다름 아닌 “혼인과 가정생활을 위하여 젊은이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며, 혼인 준비는 점진적이고 계속적인 과정으로서 “먼 준비, 중간 준비, 가까운 준비 등 세 가지의 단계”(「가정 공동체」, 66항)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권고에 따라 청주교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 먼 준비(수정된 순간 - 초등학생)

먼 준비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포함하며, 무엇보다도 가정과 학교 그리고 가정에 유익한 도움을 주는 교육 집단에서 이루어진다. 이 기간은 인간 상호관계에서든 사회적 관계에서든 참된 인간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시기이다.

이와 함께 이 기간에는 성격, 자제심, 자부심의 형성을 위해, 자기 성향의 올바른 사용과 이성(異性)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견실한 영성교육과 교리교육이 요구된다(「가정 공동체」, 66항 참조).

 

 

 

2. 중간 준비(중 · 고등학생)

중간 준비는 먼 준비의 바탕 안에서, 연령에 따른 적절한 교리교육을 하면서 성사에 대한 교육을 좀 더 구체화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교리교육은 그리스도인 결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다른 이들이 올바른 도덕적, 영성적 준비 자세를 가지고 혼인성사를 받고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부부의 성과 책임 있는 부성의 본성을 배우고, 꾸준한 노동, 재정과 자원, 합리적인 가사와 살림정리와 같은 질서 있는 가정생활의 기본조건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가정 공동체」, 66항 참조).

 

 

 

3. 가까운 준비(대학생 - 혼인 전)

혼인성사의 가까운 준비는 결혼 직전 수 개월 또는 수 주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교회법이 요구하는 결혼 전 조사의 의미와 내용과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이 준비는 모든 경우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리와 신앙 실천에서 결함이나 문제점을 보이는 약혼자들에게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가정 공동체」, 66항 참조).

보편교회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로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정하고, 지난 2014년 10월에 이미 임시총회를 하였고, 올해 10월에 열릴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교회가 예수님께서 지니신 인간에 대한 자비로운 연민의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정을 더욱 잘 돌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특별히, 교회 안에서 혼인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복음의 기쁨’으로 성가정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가정과 본당 그리고 교구가 일치하여 그들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 이준연 사도 요한 - 청주교구 신부. 교구 가정사목국장을 맡고 있으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2월호, 글 이준연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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