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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 예수께서 성사를 직접 제정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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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3 ㅣ No.156

예수께서 성사를 직접 제정하셨나요?

 

 

우리 가톨릭에서는 미사를 비롯한 성사 생활을 대단히 중요시하며, 이 성사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제정하신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 다니는 친구 한 명이 예수님이 성사들을 제정한 근거를 성서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느냐고 말하면서 가톨릭의 그러한 주장은 후대 시대에 교회가 임의로 만든 허구에 불과하므로 믿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칠성사를 세우셨다는 근거를 성서에서 찾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성사를 제정하셨다는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성사들을 제정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성서에서 찾아보라는 개신교 형제들의 반박에 우리 신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성서를 아무리 뒤져보아야 "내가 견진성사를 세우노라" 하는 식의 말씀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성체성사와 세례성사에 관한 말씀이 어느 정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을 뿐, 다른 성사들에 관해서는 분명한 말씀이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예수께서 성사를 제정하셨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떨어진 두 곳을 연결시켜 주는 "다리"

 

우리나라에는 산도 많고 강이 많아서 교통이 불편한 곳이 참 많습니다. 어떤 곳은 산과 강에 둘러 싸여 바깥 세상과 격리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라면야 강과 산과 골짜기를 날아 넘겠지만, 사람은 이러한 장애물을 만나면 다른 곳으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그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그리하여 강에는 다리를 놓고 바다에는 배를 띄웠으며 드디어 비행기를 발명하여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던 곳까지 자유로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배나 비행기 그리고 다리는 근본적으로 똑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가는데 불편을 주는 장애물을 넘어 자유로이 양쪽을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 기능입니다. 그런 점에서 배나 비행기도 일종의 다리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 갈 수 없는 두 지점: 하느님과 사람

 

사람은 영혼을 갖고 있는 영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체를 지닌 까닭에 우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듣고 혀로 맛을 보는 그러한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대화를 나눌 수 없습니다. 이에 반해 하느님은 순수 영적 존재이십니다. 따라서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공간이 생기며,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없는 한 우리 인간은 하느님과 접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곧 우리 인간이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리가 되신 예수님

 

성서에 의하면 하느님은 인간을 구하시고자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셨다고 합니다. 이분이 바로 그리스도로서, 그는 하느님과 떨어져 사는 인간들을 다시 하느님께로 데려가기 위하여 일하셨습니다. 결국은 당신 자신을 십자가 위에서 하느님께 바치시면서까지 인간이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의 은총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죄로 인하여, 인간의 한계로 인하여 벌어진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신 것입니다.

 

 

성사의 원천이신 그리스도

 

성사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표지 또는 예식을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러한 기능을 발휘하는 표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표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은 모든 표지의 원형이자 그 기원이 되며, 모든 성사가 흘러나오는 "원성사"(原聖事)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인간 삶의 중요한 순간에 걸맞은 표지들을 뽑아 칠성사를 세웠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칠성사를 교회가 만든 창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원성사이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표지들이 하느님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거룩한 표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와 관계없는 성사란 있을 수 없으며, 이 세상의 표지들이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 주는 거룩한 도구들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는 예수님이 모든 성사의 제정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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