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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현대 영성: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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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31 ㅣ No.1844

[현대 영성]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나요?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교황청 종교 간 대화 평의회”에서는 불자들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부처님과 예수 그리스도님께서는 비록 각자 다른 길을 통해서지만, 당신들을 따르는 이들을 초월적 가치로 이끌어 주십니다…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의 영적 전통 안에 숨은 보물들을 드러내어 인류가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초월적 가치를 발견한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연대하여 전통적인 영적 유산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상처받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영적 치유의 길을 열어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인들 간의 대화와 연대는 예수님의 본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이것을 오늘날 우리 시대에 적용하고자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발전된 것입니다. 사실 이 공의회 이전에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나라와 동일하며, 구원의 유일한 참된 종교라고 믿었으며 다른 종교에 대해 우월적인 태도를 지녔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배타주의적(exclusive)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 선포와 선교를 통해 세례를 받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한편, 16~17세기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낯선 문화와 타 종교의 접촉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유교, 불교, 도교, 힌두교와의 만남을 통해 세련된 아시아 문화와 종교에 서구인들이 매료되기 시작했다. 또한 유럽 문화와 신학적 언어가 타지역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타지역의 문화와 토착종교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서방세계 안에서도 과학의 발달과 실존주의, 실용주의, 이성주의적 사고가 대두되면서 탈 그리스도교적인 동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종교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이를 배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교회 안팎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현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교황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공의회는 하느님 중심의 구원관을 바탕으로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를 강조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이웃 종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을 주었다. 첫째, 공의회는 그리스도 중심의 포괄주의적(inclusive) 입장에서 다른 종교에 대해 접근을 한다.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교회 헌장, 16항) 교회 헌장의 이 가르침은 명시적으로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양심에 따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가능성이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칼 라너(Karl Rahner)는 이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공의회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구원 가능성이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명확히 표현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둘째, 공의회는 다른 종교 안에 하느님에 대한 진리와 선, 사랑 등의 신앙의 요소가 있을 수 있으며, 가톨릭은 이를 존중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힌두교, 불교 등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2항) 가톨릭교회는 타 종교의 윤리와 종교적 삶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존중한다. 나아가 다른 종교도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성령의 작용은 교회 밖에서도 ‘말씀의 씨앗들’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공의회는 가톨릭교회가 다른 종교와 대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회는 지혜와 사랑으로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을 증언하는 한편, 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증진하도록 모든 자녀에게 권고한다.”(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2항)

 

이처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다른 종교의 영적 가치를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다른 종교의 영적 가치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이므로, 결국 종교의 진실한 성취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던 교회가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 의지를 토대로 하여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그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가톨릭교회가 그 명칭처럼 보편성을 향해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표시일 것이다.

 

[2022년 7월 31일(다해) 연중 제18주일 가톨릭마산 3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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