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회복지] 주폭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9 ㅣ No.639

주폭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처벌보다 알코올 중독 치료 통한 회복 급선무


- 주폭 문제는 단속과 처벌만이 전부가 아니라 알코올중독자들이 중독에서 회복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은 한 중독자가 소주병을 깨려는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주폭 문제가 요즘 우리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주폭(酒暴)'이란 평소엔 멀쩡하다가도 술에 취하기만 하면 행패를 부리거나 폭력을 일삼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주취폭력범'을 줄인 신조어다.
 
2010년 12월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은 경찰서마다 주폭 전담팀까지 꾸려 대대적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폭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사범이 2010년도보다 11.1% 감소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3일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 이하 위원회)와 서울지방경찰청(청장 김용판)의 '주폭척결 및 음주문제자의 치료 및 예방교육'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주폭 문제를 진단한다.


살인까지 부르는 주폭

술만 마시면 70대 어머니를 폭행하는 등 패륜을 저지른 남성 ㅇ씨(38)가 최근 상습존속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ㅇ씨는 술을 마신 뒤 어머니 ㅂ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했으며, 목을 조르는 등 지난해 3월부터 4회 이상 음주 폭력을 일삼았다.

ㅇ씨의 나쁜 술버릇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주지 일대 상인과 주민에게도 가해져 지금까지 수십 번 이상 욕설을 하거나 시비를 걸기도 했다. 전과 24범인 그는 전과 가운데 20번이 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음주 폭력이 매우 심각했다.
 
지난 5월에는 술에 취해 서울 영등포시장 일대를 떠돌며 시비를 걸던 ㄱ(52)씨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ㄱ씨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멀쩡했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았다.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해 벌인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중증 알코올중독자였다. 그의 '필름 끊긴' 폭력에 결국 주민 ㅇ(56)씨가 목숨을 잃어 구속된 것이다.
 
주폭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림픽을 치른 런던 한 육상경기장에서도 만취한 한 남성이 던진 맥주병 때문에 우사인 볼트가 출전한 육상 남자 100m 결승전이 무산될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맥주병은 출발을 앞둔 선수들 뒤에 떨어지는 바람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돼 '국제 주폭'으로 망신을 샀다.
 

알코올 문제로 병드는 우리 사회

경찰청이 밝힌 「5대 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절도ㆍ폭력) 발생, 검거현황」을 보면, 전체 범죄 건수는 2001년 53만 2243건에서 2010년 58만 5637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 폭력사건이 2001년 기준 33만 8045건으로, 5대 범죄 중 63.5%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폭력이 29만 2347건(49.9%)으로, 다소 비중은 줄었지만 5대 범죄 중 여전히 폭력이 가장 많다. 경찰이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 단속에 나선 것은 폭력사건 가운데 30%가 음주 폭력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최종혁 폭력계장은 "경찰은 서민보호와 민생치안 안정, 각종 범죄 척결을 위해 주폭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며 "상습ㆍ고질적 주취자 폭력 등 사회적 위해범에 대한 전담수사체제를 구축해 국민을 보호하고 선진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음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피해는 엄청나다. 알코올 문제는 각종 범죄뿐 아니라 이혼과 교통사고, 자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한 자료(2012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19살 이상 국민 가운데 고위험 음주율이 2010년 14.9%에서 2011년 18.2%로 1년 새 3.3%p나 늘었다.
 
알코올의존율은 6.0%(2007년)에서 6.9%(2010년)로 증가 추세에 있고,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도 2만 6400건(2005년)에서 2만 8400건(2011년)으로 늘어났다. 또 알코올 관련 전체 사망자 수 역시 인구 10만 명당 3069명(2001년)에서 4535명(2010년)으로 늘었다. 의료계는 알코올중독자와 남용자 수를 약 7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알코올중독자 진료비는 3조 2000억 원(2005년)에서 6조 1000억 원(2009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알코올 등으로 인한 간 질환 사망률이 세계 1위이며, 알코올문제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은 20조 원(2009년 기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우리 음주문화는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술잔 돌려 마시기와 폭탄주, 벌주에 2차ㆍ3차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술에 대한 국민 정서는 '술 마시고 실수한 걸 갖고 뭘 그러냐'는 식으로 관대하기만 하다. 실제로 법정에서도 음주 사고나 음주 범죄는 정상참작이 될 정도여서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 거는 기대

알코올문제 전문가들은 경찰이 주폭척결을 외치며 대대적 조치를 취한 것은 반길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처벌 위주 단속보다는 이들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벌금ㆍ구금형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 받고 풀려나면 앙심을 품고 술을 마신 뒤 보복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있다. 주폭으로 구속된 이들 대부분이 음주 폭력 재범자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또 알코올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관계기관과 단체, 국민이 총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음주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밤 9시 전에 술자리를 끝내자는 '119 캠페인'과 같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알코올 문제는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
 
서울 단중독사목위 산하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장(이하 센터) 허근 신부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업무 체결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진정한 회복의 길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앞으로 음주자 상담과 치료, 알코올에 대한 인식 개선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센터는 현재 매주 월~금요일 △ 알코올의존 치료 △ 중독학 전문학교 △ 가족 치료(이야기 치료) 등 프로그램을 각각 2회씩 진행하고 있으며, 분기마다 알코올 의존자들 영성적 회복을 위한 피정도 실시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자와 가족을 위한 특전미사도 봉헌하고 있다.
 
1999년 문을 연 센터는 개소 첫 해 중독자 치료 34명과 가족 치료 24명, 상담 233명 등 664명에게 새 삶의 희망을 선사한 이래 지난해에는 1만 4954명에게 치료와 상담, 피정 등을 실시하는 등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문의 : 02-364-1811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

"금주로 삶의 희망 생겼어요"


- 박 스테파노ㆍ이 라자로ㆍ김 요셉씨(왼쪽부터)가 물잔으로 건배하며 웃음을 짓고 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그럼요! 여기(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 오지 않았다면 아마 전 죽었을 거예요." "저도 그래요. 롤 모델인 허근 신부님을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얻지요."

서울 중림동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알코올의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박 스테파노(39)ㆍ이 라자로(45)ㆍ김 요셉(46)씨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한결같이 "삶의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2년, 5년, 1년여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금주(禁酒)해온 회복자들로, 센터에 오기 전에는 "도무지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고 했다.
 
술 때문에 박씨는 이혼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이씨는 직장에서 점심 때 조퇴한 뒤 밤새 술을 마실 정도로 알코올의존증이 심각했다. 김씨는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10차례나 된다.

하지만 허 신부가 지도하는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요즘은 술에 절어 살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새 삶을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두 명은 평소 자신이 술 문제가 있음을 알고, 병원에 찾아가 약물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혼자서는 술을 끊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센터에 오게 됐다. 박씨는 사위가 술만 마시면 제정신이 아님을 알게 된 장모 권유로 센터를 찾았다.
 
'알코올중독은 분명히 병'이라고 말한 박씨는 "당뇨병과 같이 완치될 수 없는 병이기에 평생 금주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며 "센터는 지혜롭게 술을 거절하는 방법과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자리를 뜨는 방법 등 평생 금주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줘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폭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들은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를 유치장에 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알코올중독자는 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이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화신문, 2012년 8월 19일, 이힘 기자]


2,16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