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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조부모와 노인의 날: 조부모의 신앙 전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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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25 ㅣ No.1842

[조부모와 노인의 날] 조부모의 신앙 전수 방법


[손자녀에게 신앙 이어주고 싶다면, 가정에 ‘가톨릭 문화’ 만들어 주세요

 

 

조부모는 가정 안에서 신앙을 이어주는 ‘영적 소통자’이자 ‘신앙의 전달자’이다. 3대가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의 조부모는 ‘신앙의 뿌리’이다. 믿음의 전달자인 조부모는 하얀 도화지와 같았던 자녀의 인생에 하느님을 그려넣어 줄 ‘가정의 사도들’이며, 그다음 세대인 손자녀들에게도 신앙을 잇고, 하느님 안에 살도록 돕는 가정 교회의 기둥이다.

 

그러나 오늘날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 및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 속에서 조부모가 가정과 손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하기란 쉽지 않다. 제2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조부모의 역할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듣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봤다. 오랫동안 다양한 사목 모델을 연구하고, 가정에서 ‘신앙 이어주기’의 중요성을 전해온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가 답해줬다.

 

 

Q. 아들 부부가 2살 된 손녀에게 유아 세례를 줬으면 합니다. 그런데 아들은 손녀가 스스로 종교에 관해 인지할 수 있을 때 세례를 받게 하고 싶답니다.

 

A. 손주들의 세례를 챙기는 것은 조부모들의 지혜입니다. 그런데 손주들의 세례에 앞서 돌아봐야 할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입니다. 조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된 부분은 없는지 말입니다. 아들딸과 사위, 며느리인 자녀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회심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면서 조부모는 자녀 부부로부터 영적인 보호자로서 권한인 ‘영적 양육권’을 위임받아야 합니다. 손주에 대한 책임이 우선적으로 자녀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관계도 데면데면한데,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아이가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잔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녀들과 관계 회복이 우선입니다. 손주가 유아 세례를 받게 될 때, 조부모들은 본당 사제에게 가서 자녀들에게 고해성사를 먼저 베풀어줄 것을 요청하십시오. 또 본당 수녀님에게 가정의 상황을 전하면서 세례 전에 사전 교육도 해달라고 청하십시오.

 

 

Q. 그럼에도 세례의 의미와 신앙의 가치를 잘 깨닫지 못하는 자녀 부부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A. 세례는 보호의 의미를 지닙니다. 냉엄한 사회 현실 속에서 자녀가 세례를 받아 주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수호천사를 만들어주는 일과 같습니다. 자녀를 하느님 보호 안에 두는 겁니다.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내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11)는 말씀처럼 세례를 통해 나의 자녀들을 하느님께 맡겨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앞에 없을 때 수많은 위험의 순간에 노출됩니다. 엄청난 유혹과 악 또한 존재하죠.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르는 세례는 악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느님의 표식을 새기는 행위입니다. 자녀와 손주가 하느님 보호 아래 지혜와 덕으로 자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Q. 조부모로서 가정 전체의 신앙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A. 요즘엔 손주를 양육하는 조부모들이 많습니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자녀들과 갈등도 많고요. 신앙을 이어줄 때 우선돼야 할 것은 소통과 방향성입니다. 자녀들도 손주를 조부모에게 던져놓듯 하고 나가면 안 됩니다. 그 안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실, 부탁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대화해야 합니다. 자녀들은 아이와 가정을 돌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이런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영적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제 조부모는 이야기꾼으로서 ‘신앙의 전달자’가 돼야 합니다. 손주와 있을 때 식사 전후 기도를 바치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며, 신앙 체험을 얘기하면서 자녀와의 관계 안에 신앙이 스며들도록 해줘야 합니다.

 

- 조부모는 가정 신앙의 뿌리이자, 기도의 기둥이다. 작품은 지난해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팀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어린이 그림 부문 사랑상을 수상한 양우진(안토니오) 어린이의 작품. 가톨릭평화신문 DB.

 

 

Q. 성당에 함께 가자고 하면 딸과 사위가 좀 불편한가 봅니다. 어떨 땐 핑계를 대면서 연락을 잘 안 받기도 합니다.

 

A. 현실과 신앙 사이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칫 부모가 신앙에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도 성당에 가자는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저 흔들리지 않는 ‘기도의 기둥’이 돼줍시다. ‘긴 세월 풍랑 속에서 이렇게 지내온 것은 모두 하느님께서 돌봐주신 덕분이다’, ‘모든 어려움도 다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지내왔다’는 대화로 신앙의 매력을 느끼게끔 해줘야 합니다. 하느님과 연결하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조부모가 아픔을 겪는다면 ‘나를 위해 기도해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내 생일 때엔 미사 지향을 넣어 기도해주는 걸 선물로 받고 싶어’라고 해봅시다. 무작정 ‘성사 봤니?’ 보다 ‘이번에 판공성사할 때에 내가 손주를 봐줄 테니 편히 갔다 와’라고 해보세요.

 

 

Q. 사위 혹은 며느리의 신앙이 달라서 외짝 교우인 자녀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이 듭니다.

 

A. 부모는 신앙의 지킴이입니다. 강요와 간섭으로 신앙에 부담을 주면 안 됩니다. 부모는 하느님과 자녀를 연결하는 중개자이지, 잔소리꾼이 아닙니다. 초대를 해야 합니다. 하느님과 자녀 사이의 신앙 계약을 잘 성사시키려면 자녀와 손주를 하느님과 만나도록 접점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가정에 ‘가톨릭 문화’를 만드세요. 우리 집에 들어온 사위나 며느리가 신자가 아니더라도 기일과 명절 때 해온 대로 합동 위령미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조상과 가족 이야기를 해줍시다. 짧은 연도도 함께 바치면서 천주교 신앙을 보여주고 맛 들이도록 해보세요. 제대 앞에 모신 조상의 위패를 함께 확인하며 ‘나중에는 너희가 미사 예물을 봉헌해 보거라’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는 카나의 혼인 잔치 때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적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던 마리아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이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조부모의 역할입니다.

 

 

Q. 은퇴 후 노년에 접어들면서 본당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A. 노인들은 신앙의 기억과 유산을 잘 지키고, 그것을 젊은이들과 나눠야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들이 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노인들은 ‘사랑의 섬세함’을 구현하는 봉사를 하면 됩니다. 성당에 어린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들을 환대해줍시다. 미사 때 우는 아이가 있다면 가서 “괜찮아”하고 토닥여주고, 젊은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이 우는 것은 하느님의 소리”라며 주님의 넓은 마음을 전해주세요. 신앙 이어주기는 그저 보따리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스며들게 하는 전승입니다. 말과 행동, 태도, 그리고 어떻게 십자가를 받아들이며 지내오고, 감사하며 살았는지 이러한 하느님께 향한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 ‘신앙 이어주기’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24일, 서울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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