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예화ㅣ우화

[나눔] 우유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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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289

우유 한 병

 

 

어떤 가난한 의대생이 학비 조달을 위해 자기가 아껴오던 몇 권의 책을 들고 멀리 떨어져 있는 헌책방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늘 헌 책을 받아 돈으로 바꿔주던 책방 주인이 병이 나 문을 닫아버린 게 아닙니까?

 

실망한 학생은 너무나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파서 근처의 집에 들어가 물이라도 얻어먹으려 했습니다. 그 집에는 어른은 없고 어린 소녀가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학생은 소녀에게 자기 사정으로 이야기하고 무엇이나 먹고 남은 것이 있으면 좀 달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우유 한 병을 가지고 나와서 그 학생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셨고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어요. 이 우유 는 어머니가 점심 때 먹으라고 주신 것인데 이것이라도 아저씨께 드릴께요."

 

학생은 소녀의 따뜻한 정에 깊이 감동하면서 우유를 마시고 그 집 주소와 그 소녀의 이름을 적어두었습니다.

 

그후 몇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한 부인이 위중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수술이 잘 되어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인의 딸은 어머니가 회복되어서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비 때문에 마음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돈은커녕 약값을 댈만한 여유도 변변치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퇴원수속을 하고 떨리는 손으로 병원비 계산서를 받았을 때 거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적혀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입원비와 수술비를 합해서 우유 한 병(이미 지불되었음)."

 

[낮은 울타리, 199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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