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4: 위기의 가정, 이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8 ㅣ No.854

[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 (4) 위기의 가정, 이혼


이혼 위기로 고통받는 부부들에게 교회가 반창고 돼야



혼인을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거룩한 일(聖事)로 여기는 가톨릭 교회에선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선 안 된다(마태 19,6)는 성경 말씀에 따른 것이다. 가톨릭 교회 전통이자 확고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 가르침은 현실 앞에서 한없이 무색해질 뿐이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혼인ㆍ이혼 통계를 보면 2014년 한해 이혼 건수는 11만 5500건으로 집계됐다. 매일 부부 316쌍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남남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혼을 연습시키는 사회

SBS 다큐 프로그램 ‘SBS 스페셜’은 6월 28일 방송에서 이혼 문제를 다뤘다. 제목은 ‘이혼 연습-이혼을 꿈꾸는 당신에게’였다. 방송은 △ 자녀 없이 혼인 10년 차를 맞아 권태에 빠진 부부 △ 돌쟁이 아들을 키우면서 육아와 가사로 다투는 혼인 2년 차 부부 △ 혼인 후 줄곧 바람피우던 남편이 재산을 빼돌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60대 주부 등 저마다 사연 있는 부부들 상황을 보여주며, 이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실제로 이혼하려 할 경우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에서 이혼을 연습시킬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혼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혼할 때 법률 문제와 재산분할 문제 등을 도와주는 ‘이혼플래너’(이혼상담사)는 2013년 정부가 추진하는 ‘신(新)직업 육성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바보처럼 참고 살지 말고 헤어지라”고 권유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이혼한 이들 가운데 28.7%가 혼인한 지 20~29년 된 부부였다. 30년 이상 된 부부도 8.9%를 차지했다. 이혼하는 이들 3쌍 가운데 1쌍은 중년 부부들인 셈이다. 이혼 사유 대부분은 성격차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혼 사건의 원인별 비율은 성격차이가 47.2%, 경제문제가 12.7%, 배우자 부정 7.6%, 가족 간 불화 7.0%, 정신적 육체적 학대 4.2% 순이다(2014 사법연감).


메아리 없는 교회 가르침

행복을 위해서는 이혼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준 것이기에 이혼해선 안 된다는 가톨릭 교회 가르침은 메아리 없는 외침과 같다.

가톨릭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신자 가운데 10명 중 6명(59.8%)은 ‘조건부 이혼’에 찬성했다. 24.9%는 ‘자녀가 없으면 이혼할 수 있다’고 했고, 34.9%는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사안에 따라서 이혼할 수 있다’고 답했다(2014년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가톨릭 교회 가르침보다 이혼이 흠이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신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톨릭 신자 남편과 혼인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안젤라(34)씨는 “만일 남편이 외도한다면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혼할 때 신앙을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비비안나(62)씨는 3년 전 딸이 이혼할 때 손수 나섰다. 사위가 딸에게 충실하지 않고, 생활비를 제때 가져다주지 않아서다. 최씨는 “딸에게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결혼 생활을 계속 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그때 이혼시키길 백번 잘했다”고 했다.

가톨릭 교회가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를 마친 전 세계 주교들은 시노드 보고서에서 현대 가정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논의하며 “세상의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세속화로 인해 하느님에 관한 언급은 크게 감소 됐고 신앙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흔들리는 부부를 잡아주는 교회 돼야

시노드 보고서는 이어 “부부가 그들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교회의 도움과 동반에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별거 중이거나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 이혼한 이들을 치유하는 데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기를 당부하고 있다.

신정숙(안젤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 수녀는 5월 열린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 세미나에서 “지나가는 위기는 부부가 교회나 다른 사람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면서 “이혼의 위기로 고통받는 부부들의 아픔을 보살피는 데 가톨릭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톨릭 교회는 위기를 겪는 부부와 가정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대표적 프로그램으로는 ‘르트루바이 주말’이 있으며 상담기관으로는 △ 나눔의 전화(02-752-4411)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02-727-2126) △ 타우 심리상담연구소(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운영, 02-6405-5604) △ 가톨릭 여성의 전화(02-752-1366) 등이 있다.
 

위기의 부부 돕는 '르트루바이 주말' 대표 전대현 · 이혜미 부부

르트루바이 주말은 혼인 생활에 실망하고 배우자와 헤어지기를 고민하는 부부에게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2박 3일)이다. 1977년 캐나다 퀘백에서 시작했고 2007년 서울대교구에 처음 소개됐다. 르트루바이(retrouvaille)는 프랑스어로 ‘재발견’을 뜻한다.

르트루바이가 서울대교구에 도입될 때부터 참여했던 전대현(시몬)ㆍ이혜미(로사) 부부는 현재 르트루바이 주말 대표를 맡고 있다. 부부는 “르트루바이 주말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깊이 대화하도록 이끌어 준다”면서 “2박 3일 동안 13가지 주제에 따라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와 용서의 물꼬를 트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내 이씨는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다 찍고 조정기간에 온 부부가 주말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손잡고 나가는 모습은 잊을 수 없다”면서 “더 많은 부부가 르트루바이 주말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편 전씨는 “꼭 위기에 놓인 부부가 아니더라도 배우자와 깊이 대화하고 싶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르트루바이 주말은 듣기와 대화로 채워져 있다. 참가 부부는 봉사자로 참여한 부부와 사제의 경험담을 먼저 듣고 난 뒤, 이를 바탕으로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일은 없다. 오로지 부부 두 사람에게만 집중된 프로그램이다. 2박 3일 주말이 끝나고 나면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부부가 계속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 부부는 “부부 위기는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면서 “내가 기대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배우자 모습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 역시 기대를 내려놓고 있는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부부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신뢰가 쌓이고 측은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면 용서의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르트루바이는 오는 11월 4~6일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 피정의 집에서 올해 마지막 주말을 진행한다. 참가 문의 : 02-929-2141, http://cafe.naver.com/newretrouvaille

[평화신문, 2015년 7월 19일,
박수정 기자]



2,1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