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기타 자료 기타 가톨릭자료실 입니다.

저자는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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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1-03-05 ㅣ No.156

하늘이 보낸 이들의 생애를 보면

그 어떤 줄거리가 그려진다.

 

우선 탄생의 소란스러움이다.

태자로 탄생한 싯달타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수 탄생 역시

그날 밤 베들레헴 들판에서 일어난 일들은 물론이고

삼왕래조와 헤롯의 아기학살 등등으로

보통 이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즉 최소한 세상 사람들이

"아, 뭔가 일어나고 있구나!"하고 깨달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 어린 시절도

그에게 주어진 "하늘의 말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그 아이 자신이 갖고 있어 발하는

보통 이상의 어쩌면 영감 어린 천재성 때문에

주위의 대단한 기대와 주목 속에 보낸다.

12살의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유대학자들을 그의 지혜로움으로 감탄케 한 것이라든지

태자 싯달타가 고 조그만 나이로 깊은 사색에 잘 잠겨 들어

궁중인들을 놀라게 한 것 등등은 그것의 상징이다.

 

그러나 어느덧 그의 이른바 천재성도 별로 드러나지 않게 되고

하나의 일상인으로 돌아가,

자연 세인들의 그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식어져 버리니,

어린 시절의 온갖 영광스런 미래에 대한 예언들도

하나의 부질없는 말들로 여겨지기까지 하며

모두에게 잊혀지는 "어둔 밤" 같은 시기가 그에게 온다.

그것은 대개 청소년기로부터 시작하여 청년기에 이른다.

즉 탄복의 시기는 지나가고

이른바 "천재의 상실 곧 아이덴티티의 위기적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옛것은 이미 지나갔지만 새것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이 모라토라움의 간격의 시기에서

인간은 무소속에서 따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다.

 

그런 황무지적 허무의 상태에 하느님께서 찾아오시며

비로소 그분의 음성이 함께 하는 내면적 자각의 때가 시작된다.

예수에 대해선 그 시기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혹 광야에서의 유혹설화가

이 시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잘 모르나,

싯달타에게선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상이 모두 그를 깡그리 잊어버렸을 때

비로소 하느님이 마치 갑자기 그가 생각난 듯이

그의 내면을 통해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하느님과 그만의 대화를 통한 특별한 사업이 시작된다.

하느님께서 그를 도구로

곧 하느님 역사의 협조자로 선택하셨음을 알려주고

그 사실을 그에게 깊이 인식시켜 나아가는 소명의 시기이다.

즉 인간의 기대가 끝난 그 곳에서

하느님의 사업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젠 그에게는 아련한 꿈처럼 기억되어 있어

그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어릴 때 주어졌던 예언의 말씀들은

하느님과 함께 하는

그의 자문(自問)과 같은 내적 대화 속에서

아름다운 꿈처럼 되살아나 재음미되고

그 의미들은 하나 둘 재발견 되어진다.

즉 그 예언들이 나타내는 참다운 뜻을 향해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깨달아 나아가는 것이다.

 

하느님만이 아는 그런 순간들을 통해

그는 영육간에 성큼 커가고 그만큼

어느덧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되고 또 확신도 갖게 된다.

그 모든 것,

결국은 하느님의 뜻인 그 모든 것에 의해

그는 하늘의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와 함께 정말 그는 인간적인 면으로도

다시금 범인(凡人) 이상으로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단지

"저런 훌륭한 젊은이가 있다니!"하고 찬탄만 할 뿐,

옛날처럼 그런 존재로 그를 보진 않는다.

사실 인간은 잘 망각하고

무엇보다 그에게 예언의 말씀을 주었던 예언자들은

이미 늙었거나 죽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여 모든 면으로 참으로 성숙되어진 그가

성인으로 세상에 나가 활동을 시작하면

세상은 그것이 예언의 성취인 줄은 모르고

"저는 누구인가? 기껏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하고

그저 놀랄 뿐이다.

 

하지만 예언은 명실상부하게 성취된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은 반드시 자신의 뜻을 이루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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