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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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위한 백성, 생명 위한 봉사자: 안나와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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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12 ㅣ No.1271

[생명 사랑] 생명을 위한 백성, 생명 위한 봉사자 : 안나와 요아킴



오늘은 저의 지인 몇몇 분을 소개합니다. 그 분들은 풍족하진 않지만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잊지 않았고 늘 하느님께 희망과 열망을 두고 묵묵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으며, 성당봉사에도 누구보다 앞장서 행하셨던 분들입니다. 자녀들도 부모의 모습을 닮아 착하고 예쁘게 성장하였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며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이 외에도 또 다른 공동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녀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았거나 갓 스무 살을 넘은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이 더 필요할 것 같은 자녀들이 자신의 아기를 임신하여 나타난 것입니다.

어떤 분은 참 기가 막혔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할 말을 잊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 부모의 곁을 떠나 혼인하여 자녀를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바랐던 이들은 그 시간이 오늘이라는 것은 상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자녀를 잉태하여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것도 아직 혼인적령기가 아닌 자녀라면 말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교육(조반니 바티스타 테에폴로, 1732경 유채)


이분들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나쁜 생각도 했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그날 부모로서의 자녀를 향한 소박한 꿈을 스스로 접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임신소식을 들은 아이가 이렇게 부모에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내 아이가 임신한 아기도 하느님께서 귀하게 보살피라고 우리 가정에 보내주신 선물인데 분명 하느님께서 특별한 뜻이 있으시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자녀를 잉태해 들어온다면

지금 그 분들은 한 결 같이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합니다. 이 아기가 얼마나 특별하고 귀한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기가 예뻐 죽겠다고 합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자녀들이 미워지기도 하지만 아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잘한 결정인지 우리 가정에 보배와 같은 아기라고 자랑합니다. 자녀들도 어린나이이지만 아기의 부모답게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대견스러워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님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안나와 요아킴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야 말로 오늘날의 안나와 요아킴과 같은 부모들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안나와 요아킴에게 딸 마리아가 얼마나 귀한 자녀였을까요? 부모로서 해주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소박한 소망은 2000년이 지난 오늘도 똑같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령으로 잉태한 딸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나와 요아킴의 마음도 분명 당황하고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부모로서의 아픔을 모두 다 자신들이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받아들이고 그의 잉태된 아기도 받아들입니다. 그 아기가 바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안나와 요아킴, 딸 마리아와 잉태된 아기 받아들여

가임기에 있는 여성이 자녀를 잉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적지 않은 가정에서 혼인적령기 이전의 자녀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잉태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가 안나와 요아킴과 같은 부모가 되지는 못합니다. 아니 안나와 요아킴과 같은 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가정에 하느님의 선물인 아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마치 이 사건이 ‘없던 일처럼 되기를’ ‘사건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 아기가 분명 하느님께서 그 가정에 특별하게 보내주신 큰 기쁨과 축복을 가져다주는 선물(생명의 복음 1항)이며 성가정으로 변화시켜주는 사건임에도 말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부모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을 가슴에 묻고 생명을 받아들이고 자녀들을 격려하는 우리 시대의 안나와 요아킴과 같은 부모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이 사실은 생명가치를 경시하고 죽음의 문화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분들을 생명의 백성, 생명을 위한 백성이라고 부릅니다.

생명의 백성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생명의 기쁜소식을 주셨고,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변화되고 구원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때문에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이신 성령의 은총을 받아 내적으로 변화된 우리 모두는 이미 생명을 위한 백성이 되었으며, 생명의 백성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79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1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t/tiepolo/gianbatt/2_1730s/03educa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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