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
(홍)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전례ㅣ미사

[미사] 전례 탐구 생활22: 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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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05 ㅣ No.2039

전례 탐구 생활 (22) 본기도

 

 

대영광송을 노래한 뒤에 사제는 “기도합시다.”(Oremus) 하고 말하며 잠시 교우들을 침묵으로 초대합니다. 이 말은 아주 오래된 표현으로, 그리스도교 이전 유대교 기도문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초대의 말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아무런 기도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뒤에 따라 나오는 중요한 기도가 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기도합시다.” 다음에 잠깐 침묵하며 기도하는 시간은 2차 바티칸 공의회 미사 경본에 새로 도입된 요소입니다. 이때 교우들은 미사에 오면서 각자 마음속에 간직한 기도를 바치면서, 이날 드리는 전례 거행을 자신의 것으로 삼습니다. 우리 각자는 전례의 참관자가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전례 거행의 주체입니다. 이 침묵의 순간이 없다면 이어지는 사제의 기도는 백성 전체의 기도가 아닌 사제 혼자만의 기도처럼 들리게 될 것입니다. 사제가 회중을 기도로 초대하고 침묵한 다음 대표로 기도를 바치는 패턴은 미사 안에서 몇 차례 반복되는데, 언제나 중요한 기도들과 연관됩니다. 이 기도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전체의 기도가 교회의 전례를 주례하도록 서품된 이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형식을 갖습니다. 이 때문에 주례자의 기도들은 전통적으로 1인칭 단수(나)가 아니라 복수(우리)로 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사제는 회중의 기도를 하나로 모아 그날 바치도록 정해진 기도문을 하느님께 드리고 백성은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이 기도는 우리말로 ‘본기도’라고 부르는데 라틴말을 직역하면 ‘모음/모임 기도’(Collecta)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는 교회 공동체의 ‘기도’가 아닌 ‘모임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모두가 교회에 모인 다음에 드리게 되는 ‘기도’로 그 뜻이 확장된 것 같습니다. ‘교회’라는 말이 공동체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가 공동체가 모이는 ‘건물’까지 의미하게 된 것과 비슷합니다.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례 문헌인 「베로나 성사집」에 이때 드리는 기도문이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문헌은 로마에서 편찬된 미사 기도문 모음집의 초기 형태로서, 기도문들을 특정한 날에 맞게 배정하고 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에 수록된 많은 기도문들의 원본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전통적인 로마 전례의 본기도는 짜임새가 매우 튼튼합니다. 먼저 하느님을 부르는 표현이 나옵니다(①), 그다음 우리가 부른 그 하느님이 누구신지 또는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②), 이것은 우리의 청원을 드리기 위한 사전 준비로, ①과 ②가 결합된 형태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어서 본격적인 간청의 내용(③)과 목적이 나오고(④), 마침 영광송(⑤)으로 끝이 납니다. 오늘(연중 제23주일)의 본기도를 분석해 보면 이 구조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느님(①), 저희를 구원하시어 사랑하는 자녀로 삼으셨으니(②), 저희를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참된 자유와 영원한 유산을 주소서(③+④), 성부와 성령과 함께 ……(⑤).

 

본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과거에 해 주신 좋은 일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은혜를 베풀어 주십사 간청합니다. 이뿐 아니라 우리 개인과 가정의 삶, 더 나아가 온 교회와 인류 전체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열망을 하느님 앞에 바칩니다. 이 기도를 통해 시작 예식의 모든 요소들을 끝낸 우리는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예배(말씀 선포와 성찬 나눔)에 들어가게 됩니다.

 

[2020년 9월 6일 연중 제23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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