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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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28: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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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24 ㅣ No.555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28)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화장품만 파는 줄 아셨나요, 교육 · 복지 사도직도 합니다



여운암(가운데) 신부가 지난해 12월 발을 다쳐 요양 중인 허범녕씨를 찾아가 안부를 물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힘 기자


‘화장품 파는 신부님’들이라기에 수도원에 화장품 공장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적 발달 장애인 직업재활센터가 있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운영하는 ‘바다의 별 직업재활센터’다.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수도원에는 20여 명의 지적 발달 장애인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장애인들은 지도 교사들과 함께 찰흙 도구를 분류하고 포장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1000~5000원짜리 물품을 파는 다이소에 납품된다.

장애인들은 작업 중에도 항상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지적 장애인을 위한 희망의 일터

피정센터 담당 여운암(안토니오) 신부의 안내로 직업재활센터를 둘러봤다. 작업장에 들어가자 일제히 시선이 쏠렸다. 20여 명의 작업자가 이틀 동안 찰흙 도구 1만 세트를 모양별로 분류하고 비닐에 담아 200개씩 상자에 포장해야 하기에 쉴 틈이 없었지만, 그들은 낯선 기자를 환대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나도 인사할래요~ 아저씨!”

“신부님, 저 아저씨 누구예요?”

장애인들은 여기저기서 인사를 해왔고 더러는 악수와 포옹을 했다. 하지만 곧 시선은 일하는 데 다시 모였다. 여 신부도 그들 틈바구니에서 능숙한 솜씨로 일손을 도왔다.

장애인 거주시설인 바다의 별에는 1~3급 성인 지적 장애인 50여 명이 가족처럼 생활한다. 직업재활센터에는 이들 가운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20여 명이 일한다. 일과는 오전 10시에 작업을 시작해 12시 점심을 하고,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이어진다. 찰흙 도구, 휴대폰 충전기, 수수깡, 화장품 등을 포장하는 일이 주된 업무지만 요청이 오면 대형 현수막까지도 제작한다.

직업재활센터 김윤지(유스티나) 과장은 “센터에는 직업훈련 중인 훈련 장애인 20명과 정식으로 일하는 근로 장애인 10명이 일하고 있는데, 근로 장애인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어엿한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금세 흥미를 잃고 지쳐버리는 ‘단순 노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반복적인 일을 항상 새롭게 받아들이기에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그런 능력은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탈렌트’임이 분명하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바다의 별 직업재활센터에서 장애인들이 찰흙도구를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힘 기자


한데 뒤섞인 찰흙 도구들을 분리하던 김은영(엘리사벳, 27)씨는 도구들을 가리키며 “이게 다 돈이에요. 돈 많이 벌어서 저금할 거예요” 하고 말했다.

돈을 많이 모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신부님 떡볶이 사주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여 신부가 “은영아 작년에는 짜장면 사준다더니 아직도 안 사줬으면서?” 하고 말했다. 한바탕 웃음소리가 작업장 가득 울려 퍼졌다.

한 직원은 “여기 장애인들은 정말 행복하게 산다. 기자가 와서 웃으라고 한 게 아니라 진짜 행복한 표정”이라고 기자에게 귀엣말했다. 나이가 어떻게 되냐며 물으면 누구 할 것 없이 “다섯 살”이라 답하는 천진난만한 사람들이다.

바다의 별 가족들은 신앙생활도 열심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수도원 식당에서는 레지오 마리애 주 회합이 열린다. 쁘레시디움 이름은 ‘천사들의 모후’다. 쁘레시디움 단장인 신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단원 10명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친다. 이들은 ‘장애’라는 평생의 십자가를 지고는 있지만, 자신들보다 더 아프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도로 나눌 줄 안다.

동아시아지부장 겸 한국분원장 김광수(요한 보스코) 신부는 “우리 수도회는 20년 전 진출 당시 지적 장애인 시설이 부족한 것을 알고 이들을 위한 거주시설과 직업재활시설부터 세웠다”며 “수도회의 수호성인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의료ㆍ교육ㆍ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도직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로고.


병자들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던 복자 루이지 마리아 몬띠(1825~1900)가 1857년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창설한 수도회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오랜 전쟁으로 고아들이 넘쳤고,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루이지 마리아 몬띠는 창설 이듬해인 1858년부터 로마의 성령병원에서 간호사 및 보조약사로 봉헌의 삶을 살았다.

수도회가 화장품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창설자와 관계가 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백선균’에 의한 피부병이 유행했는데, 창설자가 피부 연고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통 판매하고 있다.

1996년 4월 수원교구에 첫 공동체를 세운 수도회는 2003년 11월 수원시 이목동으로 이전하면서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 바다의 별과 직업재활센터를 개원했다. ‘몬띠 피정의 집’과 ‘몬띠 상담소’도 운영하고 있다.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원목실에도 사제를 파견했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수원교구 발안 엠마우스에 필리핀인 신부를 파견해 이주사목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2015년 10월에는 용인에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 ‘하늘의 별’을 개원했다.

한국인 사제 5명과 수사 10명(유기서원 이상), 외국인 사제 1명 등 모두 16명이 수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24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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