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배움터: 복음묵상 기도 (4) 기도 성찰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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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23 ㅣ No.853

[기도 배움터] 복음묵상 기도 (4) 기도 성찰과 실천

 

 

기도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기도할 때 어떤 하느님 앞에 앉아 계십니까? 요한 복음 6장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우리에게 있어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는 것을 아는 데 아주 유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말씀하시지요.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사람들이 와서 예수님께 먹을 빵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제자들이 사람들을 먹이자고 한 것도 아닌데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시고 먼저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그게 무엇일까요? 사람들을 먹이는 것이지요. 이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은 우리를 먹이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달라고 청하기 이전에 이미 베풀고자 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기도에 임하면서 바로 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품고서 그분 앞에 앉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꼭 무엇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을 충실히 기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특별한 은총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총을 갈망하는 것은 좋지만 꼭 주셔야만 한다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총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니 하느님께 내어맡기고, 우리가 필요할 때 주실 것이니 겸손한 신뢰로 하느님께 내어맡기고 우리는 그 시간을 충실히 봉헌한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떤 경우에 면담을 할 때 기도가 잘 안됐다고 하면서 아무런 은총도 받지 못했다고 하는 형제들도 있는데, 기도 시간에 내가 충실히 머물렀으면 그것으로 족하고 또 특별한 은총도 좋지만 복음말씀 그 자체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중요한 은총입니다. 어떤 경우엔 은총에 대한 미련 때문에 기도 시간에 조급해하고 자꾸 내가 무얼 하려고 하면서 분주히 움직이고는 끝에는 어떻게 해서든 복음 말씀을 나름대로 잘 정리해 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 자체가 하느님의 기도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언가를 주시려 해도 내가 스스로 바쁘니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실 수가 없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과 내가 생각에 생각을 더해서 만들어낸 것과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내어맡기고 말씀을 천천히 되뇌이며 머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진득하니 앉아 인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언가 좀 좋은 것을 주시겠지 하고 기도를 했는데 어떤 날은 내가 바라는 것보다는 내가 보기 싫어하는 모습들만을 보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실망에 쌓여 그대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용기를 내서 그것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하느님의 새로운 초대를 볼 수도 있습니다. 실망스런 내 모습을 굳이 그 때 그 자리에서 보게 하시는 이유는 이젠 그 모습을 벗어내고 이 새로운 당신의 초대에 응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깊은 갈망이 담겨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너무 좋은 것만 바라지 않았으면 합니다. 로마 시내에서 커다란 소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듣자하니 기후가 너무 좋아 나무가 뿌리는 깊이 내리지 않고 자라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네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성장하길 바라십니다. 그래서 때가 되었을 때,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만할 때 우리가 그동안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놓았던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시지요.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은 무엇이나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하느님 안에서 성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제 기도 성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지요. 기도 성찰이란 한 마디로 전체적으로 보면서 내 생각, 마음의 움직임이 컸던 것에 머물고 새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셔도 그것이 내 안에 잘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꺼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한 시간의 기도를 봉헌하기로 했다면 한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기도해야지 59분 59초에 마치지 말라고 합니다. 그 1초에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엄청난 것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도 성찰이 꼭 어디에 앉아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기도 시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음묵상 기도 시간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이 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간도 성심껏 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기도의 분위기가 어땠나? 어떤 변화를 보였나? 또 집중은 잘 되었나? 안되었나? 잘 되었으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고 안 되었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도 다음의 기도를 위해서 중요합니다.

 

이제 기도 실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지요. 기도 실천이란 내가 기도 중에 맛본 주님의 사랑에 동참하고 싶고 또 감사의 마음에 무엇이라도 좀 해보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기도 준비와 마찬가지로 몸을 써서 그리고 시간을 내서 형제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하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감사해서 하느님께 뭐라도 해드리고 싶다면 우리의 눈길은 당연히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눈에 보이는 형제들에게로 이어지겠지요. 그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는지 또는 기도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어떤 분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기도 요점 정하는 것부터 기도 성찰까지를 ‘기도 준비’라고 말하고, 기도를 삶 안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을 ‘기도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도란 사실 좀 피곤한 것이지요. 받은 것이 너무 많고 고마워서 도저히 움직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서 몸은 피곤해도 행복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기도 실천을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떻게 은총을 주시는가 하는 것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복음에 동참하면서 우리는 기도 중에 깨달은 것을 더 깊이 깨닫게 되기도 하고 더 큰 은총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통해서 당신 은총의 시작점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고 우리는 기도 실천이라는 응답을 통해서 더 큰 풍요로움에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1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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