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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호주 교회: 첫 성인 탄생의 기쁨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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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9 ㅣ No.163

[세계 교회 동향] 호주 교회 - 첫 성인 탄생의 기쁨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교회

 

 

“모든 것의 근원이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십자가의 힘으로 살았던 메리 맥킬럽을 믿음의 여인으로 저희에게 보여주셨나이다. 이 세상 민족들의 존엄성을 위하여 그가 찬양하고 존경하며 행했던 가르침을 저희가 복음적 삶의 새 길로 받아들여 따라가게 하소서”(메리 맥킬럽 축일 미사 본기도 중)

 

 

호주의 첫 성인 메리 맥킬럽 수녀

 

제가 호주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한국과는 정반대의 계절을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호주의 여름은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혹서로 섭씨 40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호주 가톨릭교회는 호주의 이 뜨거운 여름의 열기보다도 더 뜨겁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호주 출신 메리 맥킬럽(Mary MacKillop, 1842-1909년) 수녀님이 지난 10월 17일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시성식에서 성인 반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메리 맥킬럽 수녀님이 활동했던 호주의 여러 지역에서는 시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열렸고, 제가 속한 시드니 대교구 조지 펠 추기경님은 로마로 출발하기에 앞서 ‘세인트 메리 주교좌성당’에서 동상 제막식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사목하고 있는 ‘시드니 대교구 한인성당’도 시성식이 있던 당일, 복음적 삶으로 모든 이의 모범이 되었던 수녀님의 생애를 기념하고 우리 또한 수녀님의 모습을 닮을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며 기념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메리 맥킬럽 성인! 우리 한국 교회에는 생소한 성인이시지만 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신자들에게 기억되고, 성인품에 오르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해 왔습니다.

 

1842년 호주 멜버른 근교 피츠로이에서 태어난 수녀님은 25세에 학교를 세우며 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습니다. 또한 호주의 첫 수녀회(성심의 성 요셉 수녀회)를 창설하고 오지에 학교와 고아원, 병원 등을 세워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섰던 분이십니다.

 

현재 성 요셉 수녀회에는 약 850명의 수녀님들이 계시며, 이 수녀회 소속 수녀님들은 7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끔 본당의 교우 분들과 피정을 하려고 이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센터(St. Joseph’s Retreat Centre)를 방문할 때면 오직 주님만을 위해 사셨던 수녀님의 모습과 그 정신을 이어 받은 수도회의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호주 교회는 한 성인의 탄생으로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살아 움직이는 교회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의 가톨릭교회가 이렇게 살아있는 교회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시성식에 앞에 있었던 ‘2008 시드니 세계청년대회’일 것입니다.

 

 

2008 시드니 세계청년대회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는 주제로 열렸던 시드니 세계청년대회는 호주의 청년들뿐 아니라 모든 교우를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대회 기간 동안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이곳 시드니 땅에 함께 모여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은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에서도 1,000여 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청년들과 친교를 나누며, 주님과 하나 되는 감동의 순간을 맛보았습니다.

 

세계청년대회 기간 동안 시드니 곳곳은 세계에서 온 많은 젊은이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를 한 곳에 모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직 주님뿐이십니다.

 

많은 젊은이가 추위에 떨면서 ‘렌드윅 경마장’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는데 주님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랑은 겨울밤 추위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저 또한 젊은이들과 같이 야영하고 밤샘기도를 드리면서 주님께서 우리 안에 함께 계심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편리함과 물질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광야로 불러들여,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시는 주님의 섭리에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그들 각자 안에 타오르는 성령의 불, 하느님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키워나가는,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통해 그 불이 영원히 타오를 수 있게 하는 주님의 증인이 된 것입니다.

 

특히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돌아가기 전날 저희 성당에 다함께 모였는데, 모두가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 주님을 찬미하고, 찬양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주님 안에서 하나 되어,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2008 시드니 세계청년대회’는 호주 가톨릭교회에 일대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잠자고 있던 호주 가톨릭 젊은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그들이 호주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축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발맞춰 호주 교회는 이 열기를 지속할 수 있는 많은 신심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고 젊은이들뿐 아니라 모든 가톨릭 신자가 주님의 증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호주 가톨릭의 변화와 함께 호주에서 한인 교포사목을 하고 있는 신부님들은 우리도 주님 안에서 하나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뜻을 같이하였고, 신부님들이 모여 첫 오세아니아 한인 사제 연수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세아니아 한인 사제 모임

 

현재 오세아니아에는 12개 한인 공동체(시드니 3,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타스마니아, 캔버라, 오클랜드, 헤밀톤, 웰링톤, 크라이스트 처치)가 있으며, 13명의 신부님이 공동체에서 사목을 하고 계십니다.

 

첫 오세아니아 한인 사제 모임인 이번 연수에서는 ‘해외에서의 사목자의 삶’과 ‘해외 이민 교우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라는 주제 발표와 나눔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쉽게도 바쁜 사목 일정 때문에 모든 신부님이 함께하시지는 못하지만 신부님들 모두 이 모임의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고, 함께하기를 바라고 계시기에, 앞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한인교우들에게 영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 호주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환경이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하느님께서 이 사제 모임에 함께하시어 더 나은 사목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저는 내년 1월이면 3년의 호주 시드니 사목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저의 일부분의 되어 앞으로의 저의 사제생활을 더욱 열성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주 가톨릭의 첫 성인인 메리 맥킬럽과 호주 한인 교우들을 위해서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박성준 세례자 요한 - 대전교구 신부. 호주 시드니 한인성당 보좌신부이다.

 

[경향잡지, 2010년 12월호, 박성준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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