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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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서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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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1-03-05 ㅣ No.153

인류는 유사이래 몇백 만년을 동쪽으로만 이동하였으나(오스트랄로 피테쿠스 > 라마 피테쿠스 > 북경원인 >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아메리카 인디언 마야족), 문명은 이상하게도 그 패권적 주도방향이 서쪽으로만 이동하여(고대 극동문명 > 인더스문명 > 수메르문명 > 이집트문명 > 로마문명 > 구라파시대 > 미국 >  태평양시대)왔다.

 

  왜 그런가. 인류는 빛의 원천에서 생명을 받아 모시기 위해 동녘의 뜨는 해를 쫓아 새로운 땅으로의 순례를 하였으나(존재적 삶), 문명은 ’지금껏 이룬 것’을 보다 더 오래 보존하려는 집착에서 비롯되니 당연히 지는 해를 거부하며 그것을 붙잡으러 서녘 너머로 자꾸만 발걸음을 옮겨 땅을 넓혀 가는 것이다(소유적인 삶).

 

  솟치는 해를 보다 더 일찍 보려 동녘을 향해 나아가는 삶과 지는 해가 아쉬워 서녘을 쫓아가는 삶. 소유적 삶(문명시대)이 존재적 삶(선사시대)이 끝난 뒤, 다시 말해 인류의 이동이 대단원적인 완결을 이루고 난 뒤 곧 대개 기원전 1만년 전부터 문명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그 어떤 의미를 안겨다 준다.

 

  사실 유인원 시절에서 유래된 인류의 사바나적 기질은, 유사이래 오랫동안 인류로 하여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리저리 떠돌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출현한 인류는 그후 채 십만년도 못되어 구대륙 모든 곳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인류의 이런 급속한 확산현상은 바로 그런 습성의 산물이었다.

 

  그럼 인류는 어찌하여 이토록 이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冬眠’을 할 수 없는 습성 때문이다. 대개 생물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은 환경적 변화가 올 때면 최소한 활동을 축소시키는 일종의 ’동면’에 들어간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에게 부적당한 환경에 처하게 될지라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그만 둘 수 없다. 그리하여 끔찍스런 고통이 그대로 그를 짓눌러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인류는 원래 다른 영장류와 함께 열대산이다. 곧 열대 사바나지대에서 출현되어 몇 백만년을 지내며 아예 겨울을 모르는 체질로 굳어져 있다가, 풍부한 먹이를 찾아 고위도지방으로 이동하며 북진하다 순식간에 빙하기의 한파를 만나 어쩔 수 없이 그 극한의 상황을 견디어 내면서 생존의 투쟁을 펼쳐야 했던 것이다.

 

  사실 급격하게 변해 척박하기 만한 주위환경은 ’동면’과 같은 생물학적인 변이로 적응을 하기엔 그 기간이 너무 짧기만 했고, 무엇보다 그 순간이란 급박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시 열대 사바나지대로 되돌아가기엔 이미 그 사이가 두터운 빙하의 벽으로 차단되어져 있어 불가능했고, 하여 빙하지대에 게토화되어 버린 인류는 어쩔 수 없이 참으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생물처럼 겨울잠을 청하긴커녕 마치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처럼 옷을 지어 입고 동굴에 숨고 집을 만들며 하루하루 부지런히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아예 겨울잠을 모르는 초생물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생존을 위한 여행을 인류의 대부분은 부분적으로 정착 농경사회인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기원전 1만년경까지도, 아니 고대 4대 문명이 완전히 성립된 기원전 1천년경까지도 변함없이 계속하고 있었다. 이런 인류의 끝없는 이동이야말로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기에 생래적으로까지 생각되는 문화의 본질적 요소를 형성시켜 준 요인이 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여기 저기 삶의 자리를 옮기며 다닌 유랑의 무리들이야말로 문화의 전파자로써 궁극적으론 문화의 상호교류를 가능케 해주는 존재였다.

 

  그들은 이미 인류의 태반이 정착단계에 들어선 이른바 비축문화의 시기까지도 유랑을 거듭하다 문명의 세계 특히 도시문명에 부딪혀 혹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을지라도 쉽사리 적응 정착치 못하고, 마치 이물질처럼 뛰쳐나가 다시 옛생활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꿀벌처럼 문명의 꽃가루를 묻히고서 다른 곳으로 가 그 문화를 옮겨주었다. 이들은 문화적 교류가 빈번하지 못했던 그런 시대에 진정한 문화교류의 매체가 되었었다. 물론 그들 자신도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유랑의 후예 그 최후의 생존집단은 유목민으로 생각하는데, 그들은 대개 가축을 몰고 다니고 있으니, 그런 생활양식이 정착문화사회로부터 배운 것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그런 무리들 중엔 유대 민족처럼 근본적으로 변화를 입기도 하였으니, 그들은 애굽생활 4백년을 통해 문명에 매혹을 당해 아예 국가 성립을 통한 영구정착생활을 꾀하게 되기까지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면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존재이다. 참으로 인간에게 있어 진화의 이정표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인간이 지닌 이른바 생물학적 특성 가운데엔 동물계, 더 나아가 생물계와도 공유하는 것도 분명 있지만, 그들과 공유하지 않는 고유의 특성도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은 이미 진화의 첨단에 인간이 서 있음을, 다시 말해 그것들은 이제 오직 우연적인 새로운 진화의 길로 나아가야 함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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