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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 혼인장애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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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16 ㅣ No.144

혼인장애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느님께서 세우신 혼인 혼인은 부부가 서로를 상대편에게 주는 것이고, 두 사람이 자신을 하느님께 드리는 인격적인 결합이다. 부부는 사랑과 신의와 헌신으로 일치를 이루는 사랑의 공동체이며 사회의 기본 세포인 가정을 이룬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실 때부터 혼인제도를 세우셨는데(창세 2,24-28 참조), 이는 남녀가 사랑으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도록 배려하셨음을 뜻한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부부로 맺어주신 혼인의 유대는 죽음 이외에는 풀릴 수 없다는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 마태 19,1-9 참조)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인 단일성(單一性, 마태 19,4-6; 마르 10,6-8 참조)으로 특징지어진다.

 

혼인의 본질적인 특성은 자연법과 실정적 신법에서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특성으로서 성사 혼인뿐 아니라 자연 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중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는 이혼하였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신자건 비신자이건 이혼은 용납되지 않는다(마태 19,6 참조). 이혼이 가능하다고 전제한다면 혼인의 신성성과 신비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배우자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나서는 불행과 수많은 가정 ·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혼인의 성사성

 

혼인의 성사성은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을 상징한다. 이타적 사랑이 성장하여 그리스도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이 평화는 부부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에까지 미친다.

 

영세자들 사이의 혼인은 성사가 아니면 서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서약이 유효하지 않으면 성사가 되지 않는다(교회법 제1055조, 제1059조 참조). 따라서 신자와 비신자가 미신자 장애관면을 얻어 혼인하는 경우에는 유효하고 합법적이지만 성사는 되지 못한다.

 

이렇게 신자들간의 혼인과 신자와 비신자간의 관면혼인은 비록 외형적으로는 비슷하나 하느님 앞에서 성사의 은총을 받는 것과 받지 못하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관면혼인을 받은 비신자가 나중에 세례성사를 받으면 혼인은 즉시 성사를 이루어, 부부는 성사의 은총을 받는다. 그리고 합법적이고 유효한 자연혼인을 한 비신자 두 사람이 세례를 받으면 이 혼인도 즉시 혼인성사가 되고 두 사람도 성사의 은총을 받는다.

 

 

혼인장애와 유효화

 

교회법에는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모든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는 점과, 가톨릭 신자들의 혼인은 비록 한쪽 배우자만이 신자라도 하느님의 법과 교회법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교회법 제1058조, 제1059조 참조). 그러므로 혼인하려는 사람은 하느님의 법과 교회법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이들 법이 금지하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혼인할 수 있다.

 

혼인장애는 다음 두 가지 경우에 생긴다. 첫째로 혼인장애가 있는 신자는 혼인을 맺을 수 없는데 그것을 몰랐거나 숨긴 채 혼인을 맺고 나중에 그것이 드러난 경우이다. 둘째로 신자는 교회가 정한 교회법적 형식(주례사제와 두 명의 증인, 그리고 전례형식)을 지켜 혼인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형식을 거치지 않고 그냥 사회 예식으로만 혼인을 하거나 혼인을 하지 않고 혼인신고만 하고 사는 경우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 두 사람이 혼인합의를 하였더라도 교회법상으로는 무효이므로, 그들이 계속 부부로 살아가기를 원할 때 교회법은 그 합의가 유효하도록 치료를 제공하는데, 이를 유효화라고 한다.

 

혼인의 유효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째, 교회법적 형식에 따른 혼인합의의 사적인 또는 공적인 갱신으로 이루어지는 단순유효화와 둘째, ‘뿌리부터 치료한다’는 자구적 의미를 지닌 근본유효화가 있다.

 

 

단순유효화

 

단순유효화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혼인합의가 무효일 때 적용한다. 첫째, 혼인 무효장애가 있는 경우, 둘째, 혼인합의가 결여된 경우, 셋째, 교회법상 혼인 형식의 결여(사제 앞에서 혼인하지 않은 경우)와 결함(형식을 갖추었으나 잘못된 경우)의 경우이다. 대부분 세 번째 항목을 지키지 않아 혼인합의가 무효로 된다.

 

이때 혼인 당사자들은 주례사제 앞에서 두 증인과 함께 전례형식에 따라 혼인예식을 거행하면서 다시 혼인합의를 하면 된다. 이를 혼인의 단순유효화라고 하는데(교회법 제1156조, 제115조, 제 1160조 참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애를 제거하는(조당을 푸는) 것을 말한다.

 

 

단순유효화가 가능한 경우

 

김 안젤라 씨는 고등학생 때 세례를 받고 냉담 중에 비신자인 현재의 남편과 혼인하였다. 혼인한 뒤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시어머니가 병원에서 대세를 받고 돌아가셔서 장례미사를 거행하게 되었다. 느낀 바가 많은 안젤라 씨가 남편에게 자기도 신자라는 사실을 고백하게 되었고, 성당에 같이 다닐 것을 제의하자 남편은 쾌히 승낙하였다. 안젤라 씨는 혼인장애(조당)를 해소하려고 남편과 함께 본당 주임사제를 찾아가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교회법적 형식(주례사제, 증인 2명, 전례형식)을 지켜 혼인합의를 새롭게 하면 된다. 따라서 필요한 서류(혼인 전 진술서 작성, 호적등본, 세례문서)를 준비하고 사제 앞에서 혼인예식을 거행하면 된다.

 

 

근본유효화

 

혼인의 근본유효화는 교회법상으로 무효인 혼인을 당사자들이 처음 혼인합의를 했던 시각까지 효과를 소급해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까지 교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혼인을 교회법상으로 완전한 혼인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 근본유효화를 수여해 주는 경우 가운데 대부분은, 신자와 비신자가 혼인장애로 살다가 신자가 교회법에 따라 장애를 풀고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나 비신자 쪽이 전혀 협조를 하지 않을 때 신자를 위해서 교회가 특별한 은전을 베푸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혼인합의 당시 두 사람한테 장애가 없어야 한다. 상대방 또는 자신이 이혼 경력이 있거나 관면이 안되는 다른 장애가 있으면 이 은전을 받을 수 없다. 다만 미신자 장애관면을 받지 않았거나, 교회 예식을 치르지 않고 사회 예식으로만 혼인한 경우에 한한다. 혼인장애를 해소하고 싶은데 비신자인 남편이 협조를 하지 않아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신자가 있으면 가능한 한 부부가 함께 사제 앞에 가서 혼인합의를 새롭게 하도록 권고하고(단순유효화), 노력을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본당 주임사제를 찾아가 근본유효화에 대해서 상의할 수 있다.

 

근본유효화를 위해서 청원자가 필요한 서류, 곧 세례문서. 호적등본 등을 준비하여 청원자의 진술서를 작성한 뒤, 본당 주임사제가 근본유효화를 청하는 건의서와 함께 교구직권자(교구장 또는 혼인문제 담당 주교대리)에게 청한다. 교구 직권자는 이러한 사정을 검토하고 충분한 사유가 인정되면 본당 주임사제에게 은전의 허락을 통보한다. 결국 교회법적 형식을 관면받아서 무효했던 혼인을 유효한 혼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근본유효화를 할 수 있는 경우

 

박 젬마 씨가 냉담 중에 예식장에서 비신자인 남자와 혼인하여 10년 동안 살면서 두 명의 자녀를 낳았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성당에 다니고 싶어 성당에 갔지만 혼인장애 때문에 성체를 모실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혼인장애를 풀려고 본당 주임사제를 만날 것을 요청했으나 창피하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곤 하였다. 꾸준히 기도하면서 성당에 다녔으나 남편은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경우 주임사제를 찾아가서 근본유효화에 대하여 상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라도 근본유효화를 청원하는 당사자나 상대방이 이혼 경력이 있거나 관면을 받을 수 없는 다른 장애가 있어서는 안된다.

 

[경향잡지, 1998년 5월호, 이찬우 요셉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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