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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이민의 날: 다문화 사회, 이제는 통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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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7 ㅣ No.668

[이민의 날] 다문화 사회, 이제는 통합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평범한 나의 이웃으로 함께해요


- 이주민들은 배척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사진은 2011년 10월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미션센터 축복식을 마치고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이주민, 원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조선족들 추방해라. 불법체류자들도 전부 추방해라." "다른 나라에서 다문화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제발 (이주민들) 그만 들여와라." "조만간 다문화(이주민들)에 안방 내주고 더부살이 할 날이 올 듯… 그걸 바라고 끝까지 다문화 옹호에 목숨 거는 개XXX들."

지난 2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기사 '다문화 가족 26만 가구 어떻게 살고 있나'에 대한 댓글 170개 중 누리꾼 150명 이상이 추천한 댓글들이다. 다른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다문화 관련 기사 댓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누리꾼들은 온라인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해 깊은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기사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욕설도 상당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의견이 여론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다문화를 바라보는 한국인들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 전국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결혼 이민자는 41.3%였다. 이는 2009년 36.4%에서 4.9%p 높아진 수치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주민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문화가정 청소년(9~24세) 중 13.8%는 단지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 가해자는 친구(36.5%)가 가장 많았고 모르는 사람(20.8%), 이웃(11.7%)이 뒤를 이었다.

국내 체류 이주민이 140만 명을 넘어섰고, 다문화가정은 26만 가구에 이르지만 아직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민의 날(28일)을 맞아 우리나라 다문화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주민과 한국 원주민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통합의 길을 모색해본다.

- 교회는 이주민들을 환대하고 사랑을 베풀어 공동체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


왜 다문화사회를 거부하는가

"교회는 모든 이주민들이 저마다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있게 행동하며 기꺼이 창조적 공헌을 하고 완전한 시민권을 갖고 같은 권리와 의무를 공유하는 사회 속에 실질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교회는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며 이주민들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이주민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를 넘어섰고 그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족, 이주민에 대한 여러가지 실태 조사와 인터넷 뉴스 댓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통합을 이루는 다문화사회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왜 많은 한국인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일까. 허윤진(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주사목담당) 신부는 "사람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다문화'라고 하면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 신분 상승을 목적으로 결혼 중개 업체를 통해 한국인과 결혼한 가난한 나라 외국인 여성부터 떠올린다는 것이다.

"다문화(multiple cultures)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전세계 모든 나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문화사회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월주의와 무시하는 마음, 차별이 생기는 것입니다. 다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인데 오해를 하다 보니 반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김평안(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다문화담당, 살레시오회) 신부는 "이주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 저개발국 출신 이주민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40~5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살아 보겠다고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으면 가족들까지 불러들였다"면서 "지금 한국에 온 이주민들도 불과 몇 십년 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한국에 온 것인데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부정적 보도가 사회통합 방해

언론의 보도 방향이 다문화사회와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훨씬 많은데 언론에는 문제가 있는 가정이 주로 보도되고, 부정적인 기사를 본 사람들은 반감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 신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일부(부정적 모습)를 일반적 현상으로 여기게 된다"며 "언론이 책임감을 갖고 기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언론들은 '2012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 관련 보도에서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비율, 이혼ㆍ별거 사유 등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또 저개발 국가 출신 이주민들의 범죄가 자주 보도돼 외국인 노동자는 '폭력'과 '범죄'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김 신부는 "전체 결혼이주여성 중 70% 이상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언론은 가정 불화를 겪고 있는 30%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면서 "잘 살고 있는 가정을 많이 보도하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민의 날 담화에서 "이주민들이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권리와 의무를 주고, 관심과 배려가 수반될 때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다"면서 "가톨릭 신자들은 새로운 사목조직을 마련하고 다양한 예법을 존중해 이주민들이 지역교회 공동체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하느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말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피부색, 국적에 상관 없이 모든 이웃을 형제ㆍ자매로 여기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주민들에게는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허 신부는 "신앙인의 눈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자"고 당부했다.

허 신부는 "천주교 신자들은 누군가 이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건 잘못됐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줘야 한다"면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10% 정도 되는데, 그 10%가 이주민들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생각하며 환대하고 사랑을 베푼다면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아이들에게 '이주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모든 문화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면서 "본당에서도 구역ㆍ반장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현진(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주교는 이민의 날 담화에서 "이주민에 대해 복지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들이 사회 변화를 인식하고 이주민들과 통합해 상생할 수 있도록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정책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8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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