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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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루터의 성모 이해와 신심: 천주교는 마리아를 숭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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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4 ㅣ No.247

루터의 성모 이해와 신심


천주교는 마리아를 숭배한다고?

 

 

개신교의 아버지 루터를 극단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의 권위에 반항하는 자” 또는 “가톨릭의 모든 체제, 교리와 사상에 반대하는 혁명가”로만 보는 사람은 루터와 성모 마리아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태도 안에서 17-18세기에 걸쳐 마리아 공경은 근거 없이 상실되었으며, 그 근원이 루터에게 있다는 막연한 추측은 천주교를 ‘마리아 숭배교’라 일컫는 웃지 못할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루터는 깊은 성모신심을 간직한 수도회인 아우구스티노회 수사신부였으며, 그 자신도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였던 성모신심의 소유자였다(사와다 아키오, “루터와 마리아”, 가톨릭출판사, 1998, 13쪽). 현재 독일과 프랑스의 개신교를 중심으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호의적(?)인 새로운 접근이 유행을 더해가고 있으며, 한국 개신교에서도 성모 마리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자 연구하는 목회자들을 볼 수 있다.

 

 

루터의 마리아 공경의 뿌리

 

루터가 태어난 1483년은 교황 식스토 4세가 헌장 ‘그라베 니미스(Grave nimis)’를 낸 해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에 관한 논쟁을 중지할 것을 명한 이 헌장은 당시의 활발한 성모신심과 심도 있는 마리아론 연구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계에서 태어난 루터는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토요일마다 성모공경 의식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에르푸르트 대학에 다니던 1503년 칼에 허벅지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였을 때 “오 성모님, 도와주셔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성모님의 어머니이신 성녀 안나에 대한 신심도 깊었다. 그는 늘 어려움이 있을 때 성녀 안나에게 기도하였으며, 기록에 따르면 “성 안나여, 도와주소서. 이 몸은 수도자가 되겠나이다.”라고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 기도처럼 루터는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자가 되었는데, 이 수도회에도 마리아 공경의 전통이 있었다.

 

수도자의 흰옷은 동정 마리아의 순결의 표시오, 수도원의 집회 때는 성모상본이 걸려있었다. 수도자들은 그 앞에 모여 날마다 “은총이 가득하신 하늘의 모후여, 천사들의 머리이신 어머니, 동정순결의 꽃, 장미, 백합이신 마리아여, 우리 믿는 이의 구원을 위해 아드님께 빌어주소서.” 하고 기도하였고, 루터는 마리아상에 자주 입맞춤 하였다고 한다. 1507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마리아 축일에 관한 강론집, 특히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에 관한 강론집을 깊이 연구하였다. 또한 루터는 교회 전례력의 성인축일에 맞추어 강론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성모 축일에는 늘 성모님의 특전과 교리에 대해 강의하였다. 이러한 강의는 종교개혁 이후에도 계속된다.

 


루터의 전통적 마리아 공경 : 천주의 성모 마리아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를 단순히 ‘그리스도를 낳은 여인’, ‘인간 그리스도를 낳은 단순한 인간 마리아’ 또는 ‘그리스도를 낳은 단순한 여인’이라 말하는 이는 네스토리우스 이단의 주장을 옹호하는 반(反)그리스도교인이다. 하느님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한 이 이단론은 성모님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가진 현대 일부 개신교의 이론과 동일하다. 곧 예수님의 인성을 평가절하하고 신성만을 택하는 이분법 안에서 마리아는 예수님의 육신을 낳아준 대리모의 위치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예수님이 하신 “누가 내 어머니인가?”라는 질문을 마치 예수님이 어머니와의 육친적 관계를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로 한 말처럼 해석하여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를 단절하는 엄청난 오류를 빚어낸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는 이러한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단죄하였다. 공의회는 이미 알렉산드리아에서 초대 그리스도교가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 불렀고, 당대 최고의 교부들인 오리게네스나 아타나시우스도 성모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임을 입증한 것을 증거삼아 이 칭호를 바로 세웠다. 또한 451년 칼체돈 공의회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신앙을 전 교회의 신앙으로 확인하였다.

 

1539년에 쓴 ‘공의회와 교회’에서 루터는 에페소 공의회에서 표명한 신앙을 바로 자신의 신앙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공의회는 신앙에 어떤 새로운 것도 정한 것이 아니며, 네스토리우스의 새로운 생각에 맞서 전래(傳來)의 신앙을 지킨 것이다. 생각건대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신앙개조는 이미 처음부터 교회 안에 있었고… 복음, 곧 성서에 포함되어 있다. … 이러한 결정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확정하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Von den conciliis und kirchen, WA, L, 591-592).

 

이에 루터는 “마리아는 모든 피조물을 초월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어머니시므로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명을 완전히 지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은총을 입고, 은총에 가득 찼다”(Rationis Latominae Confutatio, 1521, WA, VIII, 56).

 

그는 1529년 주님 탄생 예고 축일에 즈음하여 루가 1,26-38을 해설하면서 “아베 마리아”라는 말에 관하여 “첫째로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분이다.”라고 말하였다. 마리아는 따라서 거룩하고 선으로 충만하며 죄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에게 해로운 모든 것으로부터 하느님의 손으로 보호되고 있다. 마리아는 예견과 지혜의 은총을 받은 “대예언자”이며 모든 사도, 예언자보다 더 많이 아는 분이다(Predigt am Tag der Heimsuchung Mariae uer Luk, 1,39-56, E. VI, 314).

 

이어 루터는 마리아 공경을 권고한다. “마리아가 찬미 받아 마땅하며, 아무리 찬미 받고 영광을 입어도 지나침이 없음은 단연코 확실하다. 생각건대 그 영예는 저토록 드높게 빛나고 지상의 모든 여인 위에 있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것이다. 우리는 이 어머니께 영광을 드려야 하며, 그 어머니가 낳으신 하느님을 우리의 눈과 마음으로부터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E. VI, 51).

 

개신교의 아버지 루터는 참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잘 공경하는 아들이었다. 그렇다면 아직도 천주교를 마리아 우상숭배 교회라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혹시 루터가 경계하는 “그리스도교의 탈을 쓴, 부활한 네스토리우스 이단”이 아닐까?

 

어느 집안에서 아버지가 할머니께 갖은 정성과 공경을 다하는데 손자가 이것을 우상화라 한다면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까? 이렇듯 그들은 참 신앙인이라 자처하면서 주님의 사도와 신자들을 잡아 가두려 한 ‘하느님을 만나기 전의 바오로’가 아닐까? 그들은 언제 하느님을 바로 뵐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한 공경을 우상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 허윤석 세례자 요한 - 의정부교구 사제로 마리아론을 전공하였다. 지금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에 상주하면서 가톨릭대학교에서 전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경향잡지, 2005년 1월호, 허윤석 세례자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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