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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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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4 ㅣ No.907

[가정 - 사랑의 공동체] 희망의 메시지



바티칸에서는 10월 4일부터 3주간에 걸쳐 가정을 주제로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이하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이맘때쯤 열린 제3차 임시총회에 이어 같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반대로 그만큼 큰 위기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이 주교 시노드를 통해서 현대의 가정에 관한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는 ‘동성혼의 인정’과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들의 영성체 문제’ 등이 다시 논의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윤리적인 원칙을 넘어서서 논의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주교 시노드를 통해서 교부들(주교들)이 깨달은 것은 교회가 너무 좁은 시각으로 혼인과 가정을 이해하고 있었고, 가정 문제를 지극히 일반적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이혼자와 미혼모 등을 너무 냉혹한 태도로 대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주교 시노드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오신 강우일 주교님은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가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다시 교회 공동체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혼인 전 교육이 단지 하루 이틀 정도에 머무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며 혼인 전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올해 「경향잡지」는 바티칸의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가정 문제에 주제를 맞추어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에 대한 칼럼을 한 해 동안 연재하였습니다. 전반기에는 각 교구에서 이루어지는 혼인 전 교육, 곧 약혼자 주말, 카나 혼인 강좌, 혼인 멘토링 시스템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혼인 전 교육의 현실과 문제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아울러 혼인한 부부들이 바람직한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부 간의 이해를 돕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부부들에게 도움을 주는 ME(Marriage Encounter) 주말 프로그램과 르트루바이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후반기에는 교회에서 혼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리하고자 다소 어렵고 딱딱하지만 혼인에 관계된 주제를 교회법적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혼인과 가정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가정 공동체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많은 공동체를 만나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공동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혼인은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의 서약을 하는 순간, 곧 혼인예식을 맺는 순간입니다. 두 번째는 그 서약으로 맹세한 것을 평생토록 이루어가는 삶으로서의 혼인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것을 결혼, 두 번째 것을 가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둘은 실제로는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가정은 결혼에서 출발하고, 결혼은 평생토록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성숙한 부부, 성장하는 부부

남녀가 혼인할 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혼인하기로 마음 먹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혼인은 두 사람이 평생토록 서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고, 또한 서로에 대해서 평생토록 적응해 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면에서 부부간의 대화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안에서 많은 대화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자신을 올바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체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 그 가운데서도 특히 부부 간의 대화는 가장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들이며, 또 그렇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관계와 부부관계는 마치 사업상 업무관계로 만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머리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많은 대화 안에서,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 풀어가려 하지만,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는 실제로 느낌을 전달할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표현한 그 감정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이 또한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난날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부정적이고 상처받은 기억은 오래 간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부 간의 대화법,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법 등이 많이 연구되거나 소개되었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각 교구에서 혼인 준비에서부터 혼인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특히 위기에 직면해 있는 부부들이 갈등해소를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긴 것은 건강한 가정을 위해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혼인법이 어렵다고요

후반기에 들어와서는 교회법 가운데 혼인법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법이라 하면 무섭고 딱딱한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법은 사람을 옭아매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혼인법도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이를 지켜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인 것입니다.

혼인법은 그 첫 조항인 제1055조에서 혼인서약을 두고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혼인의 개념과 목적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단일성과 불가 해소성, 곧 한 번 맺어진 혼인은 결코 갈라설 수 없다는 것을 규정해 줍니다(교회법 제1056조 참조). 이는 신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고, 또 모든 신자가 동의하는 혼인의 개념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혼인과 가정이 위기에 놓여 있고, 혼인법은 주로 이미 깨진 혼인을 다시 한 번 살펴봐서 원천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보려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첫 번째 혼인에 실패하고 이미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혼인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의 현 상태의 혼인을 정상화시키려는 작업이지요. 이러한 작업이 오늘날의 가정을 건강하게 지키고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작업인지는 미심쩍은 면도 없지 않지만, 오늘날의 상황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작업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로 화제를 모았던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인성사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배필이신 교회와 맺으시는 결합을 상징하는 성사입니다.

따라서 이 결합을 깨뜨리는 사람은 “그들의 상태와 생활 조건이 성체가 의미하고 결과하기도 하는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의 일치와 객관적으로 반대되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그들의 영성체가 허용된다면, 혼인의 불가 해소성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하여 신자들은 오해와 혼란을 갖게 될 것”(「가정 공동체」, 84항)이기 때문에 영성체를 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안에서,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의 상황과 사정도 복잡하기에 그들의 사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주교 시노드에 참여한 교부들의 입장입니다.


현대 가정의 상황과 도전들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는 현대 가정의 상황과 도전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오늘날 가정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높아졌지만, 혼인이 감소하고 별거와 이혼은 늘어났습니다.

성(性)은 자녀 출산과 분리되어 있고, 경제적 문제가 가정과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확인한 교회는, 이제 가정에 대한 막연한 시각이나 제삼자의 시각을 거두고 가정 문제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회가 가진 윤리적 원칙과 현대 세계의 가정 상황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 교회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가르침을 훌륭히 깨쳐나갈 것입니다.


가정 -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

이러한 모든 어려움에도 가정은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에 접시가 날아다녀도 가정은 희망의 공장”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가정에는 언제나 십자가가 있지만, 십자가 다음에 부활이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어려움을 털어놓고 나누며, 위로를 받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맞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투자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교회도 이제 가정을 외적으로만, 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가정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건강한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 가정 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외적으로 어떤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것은 겉보기에만 화려한 신기루일 뿐입니다. 부부가 함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며 느끼는 일치의 행복,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그 사랑이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 광주대교구 신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으로 「경향잡지」 주간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12월호,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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