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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종이책 읽기: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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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8 ㅣ No.122

[김계선 수녀의 종이책 읽기]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최고로 더운 여름에 북극곰이 얼음 위에 서 있는 사진을 보면서 시원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잠시, 자세히 보니 빙산이 녹아 얼마 남지 않은 얼음장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모습이 자못 안쓰러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 더운 여름에 내가 시원할수록 북극곰은 가야 할 곳이 점점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는 벌써 표지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입담 좋고 참된 의미에서의 행복에 대해 타당한 가치를 제시하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야기꾼인 사목자 황창연 신부가 환경에세이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평창의 아름다운 곳에서 성필립보 생태마을을 운영하는 그가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뜻이 있어 생태마을을 세웠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생태마을이야말로 환경파괴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사랑하는 진정한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신학교 3학년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환경문제에 눈뜨게 되었다는 그는 어려운 환경용어에 대해 학문을 통해 접근하고자 환경공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 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도 환경문제를 쉽게 이해하면서 환경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이다. 파괴나 오염 등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면보다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지 보여주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그래야만 싫증내지 않고 길게 환경에 대한 사랑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지구에 대한 상세한 앎을 시작으로 지구온난화와 물, 숲, 환경호르몬, 먹을거리, 에너지 등에 대해 다루고 환경에 대한 단상들을 덧붙여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보아왔던 환경 다큐라든지, 아마존, 아프리카, 남극 등 눈물시리즈 못지않게 실제적인 통계와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서 지구를 아프게 한 책임감도 느끼면서 이제라도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오존층, 지구온난화, 환경호르몬은 3대 환경문제라고 한다. 이 환경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부부 중 20프로가 겪는 불임, 즉 생명공학·복제의 문제, 요즘 심각한 원전 문제, 숲과 물의 중요성, 그리고 에너지를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를 실감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황창연 신부는 먹을거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강조한다. 농약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체험한 사례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다 같이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 생태마을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들려준다. 1962년 농약 사용이 자연과 인간에게 얼마나 끔찍한 재앙이 될지 미리 내다본 위대한 여성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을 인용하면서 땅이 죽고 흙속의 미생물과 생물들이 죽고 인간들이 죽어가는 이 현실을 보게 하면서 유기농법과 계약재배 등을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제안한다.

“생명의 소리가 없는 침묵의 봄이었습니다. 한때 떠오르는 해와 함께 들려왔던 종달새, 개똥지빠귀, 비둘기, 여치, 굴뚝새 등 수많은 새들의 지저귐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무거운 침묵만이 벌판과 숲, 소택지들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생태마을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황창연 신부는 우리나라에 생태마을을 40여 개쯤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인다. 생태마을에서 체험한 행복을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리게 하고 싶은 까닭이다. 생태마을에는 지구온난화, 환경호르몬,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강의가 있다. 가족이 놀러오면 물도 아껴 쓰게 되고 피자 먹던 아이들이 처음엔 유기농 식단 보고 성내다가 몇 번 먹어보고 나서 “엄마, 먹을수록 당기네.” 하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 고지질학자, 기후학자, 대기학자들은 북극이 녹는 속도, 식량 위기, 생물 멸종 위기 등 시대의 징표에 귀를 기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바다 온도는 29도였는데, 지금 인도네시아 바다는 34도, 거의 온탕 수준이라고 한다. 수증기도 많고 슈퍼태풍이 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북극 빙하가 해마다 줄어들어 북극곰은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가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북극을 그려본다는 것, 북극곰을 떠올린다는 것, 지금 북극곰이 처한 위기는 우리가 누려온 자동차 속도, 에어컨 바람과 무관하지 않음을 상기한다는 것, 인간도 북극곰도 한 지구의 일부이고 자연을 포함한 우주는 인간과 공생 관계에 있음을 잊지 않을 때 모든 피조물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게 하는 이 책을 누구나 늘 곁에 두고 읽으면 좋겠다.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력하는 환경지킴이는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그리고 46억 년 동안 생명을 지니고 살면서 우리를 지탱해준 우리별 지구에게 살며시 고백하고 싶어진다. 지구야!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월간빛, 2012년 8월호,
김계선(에반젤리나 ·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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